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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치과 의사 "100만원도 못 버는데 수사 받아" 분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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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그린서울치과 원장. [사진 강창용 페이스북]

강창용 그린서울치과 원장. [사진 강창용 페이스북]

강창용(47) 그린서울치과 원장이 “‘양심치과’라는 이유로 서울시 수사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18일 공개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다. 강 원장은 그간 페이스북·유튜브 등에 치과의 과잉진료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을 꾸준히 올려 네티즌에겐 ‘양심 치과의사’로 친숙한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는 병원은 ‘양심치과’라고 불린다.

그가 이날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최근 그에게 협조 공문을 보냈다.

강창용씨가 공개한 서울시의 협조공문. [사진 강창용 페이스북]

강창용씨가 공개한 서울시의 협조공문. [사진 강창용 페이스북]

서울시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의견 요청(양심병원협회와의 광고대행 계약 확인 등)’이라는 제목으로 된 문서에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지휘를 받아 2016년 10월경부터 최근까지 ‘양심병원협회’에서 선정기준·절차를 제시하고 양심병원으로 선정한 의료기관의 명칭·지역·진료과목을 특정 블로그(양심병원 리스트)에 공개한 의료광고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귀원이 양심병원으로 선정돼 해당 블로그에 공개되고 있어 이 사건 관련 양심병원 선정을 조건으로 의료기관 광고대행 내지 홍보를 위한 비용 요구 또는 이와 관련한 계약 여부를 확인 요청드리니 조속히 의견을 회신해 달라”고 했다.

다시 말해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강 원장이 운영하는 치과가 ‘양심 병원’으로 올라와 있는데, 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이 ‘병원 홍보를 위해 돈을 주고 블로그에 광고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서울시는 강 원장에게 답변을 오는 23일까지 요구했다.

강 원장은 “이걸 보고 너무 참 어이가 없었다”며 “블로그에 협조를 요청하고 돈을 달란다고 줄 돈도 없다. 계약을 맺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 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강 원장은 그가 운영하는 치과의 올 1~8월 총매출을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강창용 원장이 공개한 올 1~8월 매출 내역. [사진 강창용 유튜브 캡처]

강창용 원장이 공개한 올 1~8월 매출 내역. [사진 강창용 유튜브 캡처]

총 매출 집계표에 따르면 그가 운영하는 치과는 1월(1071만8940원)과 3월(1080만8320원)·4월(1114만5570원)을 제외하곤 700여만원 내외를 매달 벌었다. 그가 8개월 동안 번 돈은 총 6818만5950원이다.

강 원장은 “(공개한 총 매출은) 비보험과 보험을 다 합친 가격”이라며 “매출로 시비 거는 사람을 보면 미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는 높은 매출을 기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어 “돈을 못 번다는 게 자랑할 건 아니지만, 직원 월급과 월세 등 고정비용으로만 매달 600만원이 나간다. 자영업 하는 분들은 알겠지만 그 돈만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져가는 돈은 한 달에 100만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 9~11월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공개한 것들보다 더 못 벌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더 시비를 걸면 공개하겠다”고 했다.

강 원장은 “과잉진료 치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조사하는 걸 못 봤는데 ‘양심리스트’에 올라와 있다고 해서 조사를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신문 기사를 봐도 블로그에 광고할 병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협조 공문이 올 수 있냐. 형식적으로 보낸 거면 다행인데 저는 누군가의 의도라면 굉장히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과잉진료하는 치과에 단 한 번이라도 공문 보낸 적 있냐”고 재차 말한 뒤 “계약서라도 나왔든지 하면 모르겠는데 죄송한데 돈이 없어서 달라고 해도 줄 수 없다”고 했다.

강 원장은 “이런 공문을 받아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며 “과잉진료하는 의사들은 떳떳하게 돈 벌고 잘 먹고 잘사는데 양심치과라도 주접떠는 의사는 돈도 못 벌고 보건소 조사나 받고 이런 서울시 조사까지 받는 이 현실에서 제가 할 말이 없다. 열불이 난다”고 덧붙였다.

[사진 SBS]

[사진 SBS]

[사진 SBS]

[사진 SBS]

한편 강 원장은 2015년 5월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 다른 병원에서 신경치료를 포함해 180만원 상당의 진단을 받은 환자가 그가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9200원의 진료비가 드는 데 그치는 등의 사례가 소개되며 화제를 낳았다. 방송 이후 다른 치과 의사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7월에는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이 10여일 만에 폐쇄됐다는 사실을 유튜브 영상으로 알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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