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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과 업무 사이…눈치실력 키우는 학원은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 세일즈법(2)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창업을 위해서는 세일즈 역량이 필수다. 이제까지 세일즈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4050 세대의 세일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세일즈 적 마인드와 기술을 가질 수 있을지 몇 가지 핵심적인 방향을 알려준다. <편집자>

김 차장은 오늘도 구내식당에서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넘은 입사 선배와 마주쳤다. 꽤 가까운 사이였지만 최근에는 그의 잦은 방문과 스스럼없는 태도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사진 pixabay]

김 차장은 오늘도 구내식당에서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넘은 입사 선배와 마주쳤다. 꽤 가까운 사이였지만 최근에는 그의 잦은 방문과 스스럼없는 태도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사진 pixabay]

오늘도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넘은 입사 선배와 마주친 김 차장. 반갑게 알은척하는 선배와 달리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입사 선배로 꽤 가깝게 지내왔고 또 퇴사 후 저녁 술자리도 여러 차례 가진 사이지만 최근에는 선배와의 관계가 부담스럽다. 선배와 함께 식사하는 구매부 최 과장과 신입사원 한명도 잦은 선배의 방문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터.

그 선배는 이런 사람이다. 재직 중에도 활발하고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었으며 자신의 주장과 결정, 행동이 빠른 능력 있고 에너지가 넘쳤다. 퇴사 후 행보도 그랬다. 작은 기업이었지만 ‘신규사업본부장’의 명함으로 처음 회사에 인사차 방문했을 때 많은 후배와 동료, 상사는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신규사업본부장으로서 거래처 확보와 협력 등의 업무에서 분명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할 테니 자주 보자는 이야기가 힘찬 악수와 함께 터져 나왔다.

활동적이지만 '눈치 없는' 직장 선배

그러나 1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김 차장은 그의 잦은 방문과 스스럼없는 태도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선·후배 사이는 좋은 추억이자 인간관계이지만 업무적인 대화에서 과거의 관계가 자주 등장하고 무조건 도움을 받기 원하는 듯한 태도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퇴사한 직원과의 협력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기업 문화 덕분에 빠른 속도로 계약이 체결돼 협력업체가 됐지만, 협력의 범위를 넓히거나 물량을 키우는 판단은 좀 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친분에 의한 업무 진행이라는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의 불편한 마음을 선배가 빨리 눈치채 곤란한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무리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이제까지의 인간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고 출발의 에너지를 수혈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또한 직장생활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차장의 불편한 속내를 이해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출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게 된다. 바로 ‘입장 바꿔 생각하기’의 능력의 여부다.

새로운 출발의 성공 여부는 &#39;입장 바꿔 생각하기&#39;의 능력의 여부이다. 또한 새로운 도전에서 경력과 인간관계를 &#39;자산&#39;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알아둬야 한다. [사진 pixabay]

새로운 출발의 성공 여부는 &#39;입장 바꿔 생각하기&#39;의 능력의 여부이다. 또한 새로운 도전에서 경력과 인간관계를 &#39;자산&#39;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알아둬야 한다. [사진 pixabay]

이제까지의 경력과 인간관계가 실제 새로운 도전에서 제대로 된 ‘자산’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주제가 있다. 바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음’이다. 김 차장의 선배인 신규사업본부장은 그럼 어떤 변화를 가져야 할까.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세일즈 직무에 대한 오해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호쾌하고 당당하고 적극적이며 자신의 주장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또 다른 사람은 목소리가 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떤 사람이 세일즈 적합할까. 분명 전자가 후자보다 더 세일즈에 적합하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사실 전자와 후자가 같은 사람일 수 있다. 다만 상황과 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다. 세일즈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당당함과 적극성은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주장이 강한 사람은 상대의 감정이나 느낌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과거 고객이 가진 정보의 양이 적었던 시절의 세일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밀어붙이기’가 통했다. 정보를 누가 많이 자극적으로 전달하는가가 세일즈 성공의 핵심이었고 그래서 친근함을 무기 삼아 세일즈 활동을 전개해도 성과가 올랐다. 그러나 이제 세상도, 고객도 많이 달라졌다.

정보는 넘쳐나고 고객은 그 속에서 판단의 이유와 근거를 찾는다. 수많은 상품 중에서 ‘나만을 위한’ 상품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같은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깊은 만족을 제공하는 상품과 구매의 과정을 원한다. 이제는 상대방의 마음과 입장을 배려해 이를 관계 형성에 제대로 반영하는 ‘내향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 시대이다.

성공한 세일즈맨은 내성적이고 감성적

실제 성공한 세일즈맨은 &#39;내성적&#39;이거나 감성을 보유하고 있고, &#39;상대방의 입장&#39;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능력을 &#39;눈치가 있다&#39; 고 표현한다. [사진 pixabay]

실제 성공한 세일즈맨은 &#39;내성적&#39;이거나 감성을 보유하고 있고, &#39;상대방의 입장&#39;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능력을 &#39;눈치가 있다&#39; 고 표현한다. [사진 pixabay]

나는 과거 세일즈 매니저 업무를 수행하고 세일즈맨을 채용하면서 늘 이 부분을 중시했다.  실제 주변의 많은 사람이 영업을 잘할 거라고 추천받은 후보자가 진정한 세일즈맨 되기 어려웠고 심지어 중도에 하차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은 외향성이 강해서 쉽게 사람과 친해지고 낯가림이 별로 없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주장을 폈다. 그래서 내향성을 보유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잘 배려하는지, 감정이입은 잘 되는지 등이다.

실제 성공한 세일즈맨은 ‘내성적’이거나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감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세일즈 마인드와 역량,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트레이닝할 때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러한 능력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눈치가 있다’고 표현한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서 말하는 ‘눈치’는 약삭빠름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자세와 능력을 의미한다. 눈치는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프레임이다. 사실 눈치를 가르쳐 주는 곳은 없다. 농담으로 눈치를 트레이닝하는 학원이 있으면 아마 대성할 거라 이야기하곤 할 정도이다.

안전한 직장 내에서 나의 직무 능력만으로 일할 때는 이 눈치가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직장 밖으로 나가면 다르다. 눈치가 가장 많이 필요한 직무가 바로 세일즈이고, 이 눈치를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직무도 세일즈이다.

반퇴 세대의 직장인이 새로운 직업을 가지거나 재취업을 하게 되면 이제까지의 인맥으로, 혹은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안정적인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가 보는 세상’의 관점에서 ‘상대가 보는 나’에 대한 관점을 더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감정을 배려할 수 있는 것. 인생 후반부 제2의 직업과 인생을 준비하면서 미리미리 다듬고 갖추어가야 할 필수 덕목이다.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rangle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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