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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번도 폭락없는 부동산불패 한국, 조만간 위기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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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 부동산 시장처럼 한 번도 큰 폭락을 겪지 않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보기 드물다. 10년 저금리 시대 끝에 닥칠 위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투자자는 부동산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경고다. 한국을 방문한 토포 회장을 16일 서울 광화문 TCK인베스트먼트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TCK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출범한 투자 자문사다. 세계적 투자 전문가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과 토포 회장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영국과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다음은 토포 회장과의 문답.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을 16일 서울 광화문 TCK인베스트먼트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을 16일 서울 광화문 TCK인베스트먼트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이제 위기에 대비해야할 시점인가.
“TCK인베스트먼트 공동 창업자인 하워드 막스 회장이 한 말이 있다. ‘위기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분석을 해본 결과 ‘조만간 위기가 닥친다’는 것은 명백하다.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순 없을 뿐이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다.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아 전에 없던 많은 사업과 투자가 일어났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불균형이 생겨났다. 금리가 올라가면 곳곳에서 이런 거품이 붕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한국은 타격을 받게 돼 있다. 특히 부동산이 그렇다.”
한국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다. 지금도 강남 아파트 분양 청약에 수많이 한국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내가 한국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면서 각국의 부동산 시장을 봐왔다. 대부분 국가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일본만 해도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타 국가와 달리 한국은 부동산 폭락을 겪지 않았는데 금리가 대폭 상승한 적이 없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부동산에서 큰 거품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국의 얘기가 아닌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올 다음 위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부동산 위기를 목도하게 될 거다. 특히 한국은 더 위험하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다변화돼 있지 않다. 비슷한 성향의 투자자가 비슷한 수준의 자금을 가지고 비슷한 부동산을 갖고 있다. 이것이 동시에 매물로 나오면 팔려나가겠는가. 부동산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 자산시장이 부동산에 너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다.
“한국처럼 자산에서 부동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동산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다. 세계 금융시장 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했을 때 이렇게 몰려있는 부동산을 한꺼번에 매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만약 지금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이 건물을 팔아야 한다면 원래 가격에서 30%는 싸게 팔아야 한다. 그렇게 빠르게 사려는 매수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 대안은.
”대안은 두 가지다. 부동산이 가진 특성에 반대되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 요소에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이 아닌 다양한 국가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는 미국 달러화로 된 자산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달러화 가치는 올라가게 돼 있다. 과거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마다 한국 증시는 내리고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한국 투자자로서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위기 시 달러화로 된 자산을 매도해 원화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가.
“89년 강남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지난해까지 투자금 대비 약 3배 수익을 올렸다(KB국민은행 강남 부동산 가격지수 기준).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약 4배다. 그리고 글로벌 달러 자산에 고루 투자했다면 6배, 여기에 달러화 상승분까지 포함한다면 약 10배 수익을 낸 것으로 나온다(TCK인베스트먼트 자체 지표 기준).”
오하드 토포 회장은 한국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지 않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저금리 기조가 끝나가는 만큼 부동산 시장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오하드 토포 회장은 한국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지 않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저금리 기조가 끝나가는 만큼 부동산 시장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80년대 후반 5000만원이던 은마아파트(101㎡ 기준) 값이 지금은 18억원이다. 30배 넘게 올랐다. 그 통계 비교가 맞는 건가.
 “강남 지역 안에서 최고의 수익을 낸 아파트만 따져봐서 그런 거다. 미국 기술주만 해도 가장 우수한 실적을 낸 기업을 꼽아보면 50배 아니 100배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최고의 실적이 아니라 평균을 냈을 때 추세가 그렇다는 얘기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낸 곳만 보고 전체 흐름을 잘못 읽어선 안 된다.”  
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을 포함한 기술주 주가가 흔들리는 등 미국 금융시장도 안전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데.
”달러 자산은 미국 자산만 말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국가를 말한다. 다만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전 세계 투자시장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10년 저금리 끝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면 신흥국 시장, 특히 수출 의존형 국가가 가장 큰 위협을 받게 된다.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금이야말로 시급성을 가지고 글로벌한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TCK인베스트먼트와 오하드 토포(Ohad Topor) 회장=TCK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설립된 7년 업력의 신생 투자 자문사다. 영국 런던과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고액 자산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자문을 주로 하고 있다. 고객 1인당 평균 투자액이 100억원 정도다. TCK인베스트먼트는 올 3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오하드 토포 회장은 이스라엘 출신 투자 전문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경제학 학사, 미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자산 관리 전문회사 스퀘어캐피탈 등에서 전 세계 대상 액티브 투자(개별 종목과 자산을 골라 투자) 전문가로 18년간 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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