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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수사 물타기 말고 경찰 배후 권력 안다면 밝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적극 항변했다.

부인 김혜경씨를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한 경찰 수사가 ‘저열한 정치공세’라는 주장이었다. 이 지사는 19일 기자들에게 발표한 입장문에서 “경찰이 진실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며 “저들이 바라는 바, 이 저열한 정치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이 선택한 ‘권력’의 실체는 무엇이고, ‘저열한 정치공세’를 펴는 ‘저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정치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이 지사가 경찰 수사에 반발하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이처럼 사건을 정치화하는 게 아니라 부부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팩트로 입증하는 것이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단말기로 글을 쓰다 이후 아이폰으로 작성했는데, 이 시기에 김혜경씨도 안드로이드를 아이폰으로 바꿨다는 점을 기소의견의 주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지사는 부인이 2016년 7월에 구입했다는 문제의 아이폰을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아이폰을 들여다보면 ‘혜경궁 김씨’가 올린 숱한 트위터 글과 김혜경씨가 무관한지, 아니면 관련이 있는지 바로 드러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지사는 “워낙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올 4월 이후) 다시 정지시켰다”며 해당 아이폰의 존부(存否)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폐기해 버렸다면 결백을 입증할 아이폰을 왜 없애 버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저열한 정치공세’ 운운하니 사건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란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진짜로 경찰 배후의 권력이 있다면 변죽만 울리지 말고 그게 누구인지 당당히 밝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