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관 탄핵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공식 입장을 정했다. 현직 판사들이 동료 판사를 탄핵해달라는 의견을 밝힌 것은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판사 대상 #국회서 찬성하면 헌재서 결정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법관 대표들(105명)은 ‘재판 독립침해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 박근혜 정부(2013~2017년)와 사법부 간 재판 거래 의혹에 연루된 전 법원행정처 소속 일부 판사들에 대해 사법부 내 징계로 그치지 않고 입법부를 통한 개별 법관 탄핵까지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저녁 김명수 대법원장과 만찬을 함께 했고 20일 중 이런 의견을 공식 전달한다.
결의안 표결에는 총 105명이 논의에 참여해 53명이 찬성하고 4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9명의 대표 판사는 의견을 내놓지 않고 기권했다. 참석 인원 가운데 찬성표(53표)가 한 표만 부족했더라도 이날 결의안은 부결됐다.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판사 탄핵 의견을 냈지만 법원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탄핵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 판사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자칫하면 법원 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회는 자체적으로 재적인원(299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심판 절차에 들어간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파면이 결정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