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액션 마동석 “체중 줄이면 되레 몸이 아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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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연을 맡은 영화 ‘성난황소’ 개봉에 앞서 15일 만난 배우 마동석. 그의 두터운 손등엔 오랜 복싱으로 생긴 굳은살 자국이 가득했다. [사진 쇼박스]

주연을 맡은 영화 ‘성난황소’ 개봉에 앞서 15일 만난 배우 마동석. 그의 두터운 손등엔 오랜 복싱으로 생긴 굳은살 자국이 가득했다. [사진 쇼박스]

“감독님이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게 큰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남자의 순정이었대요. 눈빛 연기요? 극중 아내(송지효 분)가 납치당하고부터는 대사를 거의 없앴어요. 주절주절 말하기보단 나쁜 놈을 빨리 때려잡아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죠.”

‘성난 황소’서 아내 납치범 뒤쫓아 #“어릴 적 꿈 경찰, 악당은 때려줘야” #약자에 약한 모습에 ‘마요미’ 별명 #올 5편 주연, 흥행은 기대 못미쳐 #“비슷한 액션 식상하다” 비판 나와 #“무명 때 도와준 분들에 약속 지켜”

‘성난황소’(감독 김민호, 22일 개봉)로 올해 다섯번째 주연 영화를 개봉하는 배우 마동석(47)의 말이다. 아내 지수 덕에 과거를 딛고 수산시장에서 일하며 착실하게 살아가던 동철(마동석 분)이 지수가 납치되자 무서운 기세로 납치범(김성오 분)을 뒤쫓는 얘기다.

무엇보다 마동석표 맨몸 액션의 인장이 진하다. ‘부산행’에서 좀비 떼를 쳐부쉈던 그의 주먹은 이번에도 못 뚫는 게 없다. 몸무게 130kg의 괴한(박광재 분)을 들어 건물 천장을 뚫고, 자동차 유리를 뚫고는 납치범 일당을 내동댕이친다. “어릴 적 꿈이 경찰이어선지 제가 고르는 액션영화들엔 악당들을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깔려있는 것 같아요.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영화에선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마동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강자에겐 험상궂되 약자에겐 쩔쩔매는 모습이 때로는 귀여움을 더해 ‘마요미’ ‘마블리’란 별명까지 얻은 마동석의 반전 매력도 담겼다. 극중 동철은 아내에게만은 한없이 약한 남자. 방송인 예정화와 2년째 공개 연애중인 마동석은 “저도 마음은 ‘성난황소’랑 같아서 많이 공감했다”고 했다. 가장 큰 적은 더위였다. “한여름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흡수도 방수도 안 되는 점퍼를 입고 땀을 양동이로 흘리면서 싸웠다”는 그는 동철의 지원군 역할을 맡은 배우 박지환과 김민재의 코믹한 입담이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새 영화를 향한 기대엔 우려도 섞인다. 올해 들어 ‘마동석표 액션’을 내세웠던 영화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이 부실한 시나리오와 함께 줄줄이 손익분기점에 못 미쳤다. 지난해 말 680만 관객을 동원한 액션 영화 ‘범죄도시’ 이후 1년여 동안 ‘부라더’ ‘신과함께’ 1·2부 등 그의 주연작은 두 달에 한 편꼴로 개봉했지만, 흥행 타율은 갈수록 떨어졌다. 팬들 사이에서도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동석은 “저도 댓글들을 봤다”며 “제가 흥행 타율이 그렇게 좋진 않다. 2년 전 주연 크레딧을 얻은 ‘부산행’ 이후 한 5할 정도 된다. 그래도 성적이 안 좋으면 당연히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또 “1년에 세 편 정도씩 찍는데, 그간 띄엄띄엄 찍었던 비슷한 톤 앤 매너 영화들의 개봉이 유난히 몰려 저로서도 유감스러웠다”고 했다.

오른쪽부터 ‘성난황소’의 마동석, 그의 조력자로 등장해 코믹한 입담을 선보이는 박지환과 김민재.

오른쪽부터 ‘성난황소’의 마동석, 그의 조력자로 등장해 코믹한 입담을 선보이는 박지환과 김민재.

왜 최근 흥행이 부진했다고 보나.
“(‘신과함께’를 제외하고) 올해 개봉한 영화들이 사실 ‘범죄도시’ 이전에 찍었던 게 많다. 급하게 들어간 영화도 있었고 아무래도 그러면 결과물이 아쉬웠다. 제 딴엔 기획부터 참여하며 한 작품, 한 작품 되게 치열하게 노력했고 공부도 많이 됐다. 그 작품들이 없었다면 ‘범죄도시’의 흥행도 없었다. 앞으로 감독님, 제작진과 시나리오를 더 꼼꼼하게 준비해서 흥행 타율을 높이는 게 목표다.”
다작을 하는 이유가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성난황소’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감독님들이 5~6년 전 저한테 시나리오를 줬을 뿐 아니라 굉장히 오래된 친구들이다. 제가 무명시절 큰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서 대소변 받고 있을 때 잘될 거라고 응원해줬던 사람들이다. 제가 대단한 배우라곤 절대 생각 안하지만, 어느 순간 운 좋게 알려져서 큰 영화들을 할 수 있게 됐고, 그 친구들과 약속을 지킬 때라 생각했다. 배우로서 커리어만큼 사람이 중요하니까. 이미지가 고갈되면 다른 작품으로 새로 만들면 된다.”

이런 인연의 감독·작가들과 함께 그는 직접 창작집단 ‘팀 고릴라’를 꾸렸다. ‘팀 고릴라’는 이번 영화에도 공동제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액션 영화는 ‘마동석이 장르’라고 할 만큼 존재감이 커졌다.
“어려서부터 미국 복싱영화 ‘록키’의 실버스타 스탤론, 우리나라에선 액션영화를 수백 편 찍은 장동휘(‘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선생님을 좋아했다. 다양한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많지만, 어느 한 장르만 하는 사람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지금도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대다수가 액션이다. 색다른 장르도 기회를 주시면 감사히 하겠지만, 제가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액션을 더 잘해보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액션에 대한 부담은 없나.
“그보단 그때그때 느낌이 좋은 시나리오를 선택한다. 액션에 있어선 스턴트 대역을 쓰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조금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다. 예전 사고로 양쪽 어깨와 척추에 나사를 박았고 무릎이 안 좋아 발로 뛰는 유산소 액션은 힘들다. 체중을 90~100㎏ 정도로 유지하는 것도 근육이 줄면 오히려 몸이 아파서다. 그래도 제가 가진 힘, 중학교 때부터 해온 복싱, 여러 무술을 영화마다 다양하게 응용해보고 있다.”
다음 작품에선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드라마 ‘나쁜 녀석들’(OCN)의 영화버전을 찍고 있다. 얼마 전엔 ‘악인전’이라고, 굉장한 악역으로 센 느와르 영화를 찍었다. 법정스릴러의 변호사 역도 출연을 논의 중이다.”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있었다고.
“출연 제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타이밍도 안 맞았지만, 일단 저는 한국영화를 더 사랑한다. 미국에서 영화 찍으면 우리나라에서 거의 다 개봉하잖나. 한국말로 된 한국영화가 외국 박스오피스에 올라가는 걸 보고 싶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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