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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우주에서 지구 보는 기분, 좋아하는 연예인 만난 것과 비슷할 걸요"

중앙일보

입력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과 우주인으로 선발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과 우주인으로 선발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끝을 알 수 없는 넓고 넓은 우주. 로켓을 타고 우주를 날아 여행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그런데 상상이 아닌, 실제로 우주에 다녀온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우주비행을 했던 이소연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이소연 박사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4월 로켓 소유즈호를 타고 날아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18가지 과학 실험을 수행하고 11일 만에 지구로 돌아왔죠.

지난 11일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시민들과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소중 학생모델이 그 현장을 찾았습니다. 과학관 2층에 있는 3D 전시관에 들어서니 초등학생과 학부모 등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죠. 그리고 곧이어 멋진 우주비행사 옷을 입은 이소연 박사가 들어왔어요. 시민들은 3D 특수 안경을 끼고 가상의 우주 공간을 여행하며 이 박사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지금까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우주인은 전 세계에서 500명이 조금 넘는다고 해요. 대부분은 러시아와 미국 사람이고, 나머지가 유럽이나 아시아 사람이죠. 저도 그중 한 명이고요. 지금 화면을 보면 지구가 지름 1m 정도의 공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이렇게 보이려면 지상에서 1만㎞ 정도는 떨어져야 해요.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구에서 400㎞가량 떨어져 있어요. 그리고 지구를 하루에 16바퀴 돌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90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90분마다 해가 뜨는 것과 달이 뜨는 걸 볼 수 있습니다. 1초에 8㎞를 날아가는 셈이에요. 하지만 우주정거장 안에 있을 땐 그렇게 빨리 날아간다는 게 느껴지지 않아요.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그 속도가 잘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요.”

서울시립과학관 3D 전시관에서 우주에서 본 지구와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을 입체 영상으로 보며 이소연 박사는 관객과 대화를 이어갔다.

서울시립과학관 3D 전시관에서 우주에서 본 지구와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을 입체 영상으로 보며 이소연 박사는 관객과 대화를 이어갔다.

3D 화면이 움직이자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이 보였어요. 이 박사가 나흘 정도 지냈던 곳이죠. 커다란 태양전지판이 여러 개 달려있고 우주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캡슐처럼 연결돼 있습니다. 태양열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판은 우주인에게 무척 중요한 부분이에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치들이 모두 전기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커다란 태양전지판은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기 때문에 우리가 밤하늘에서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어요. 비행기보다는 천천히 날고 별보다는 빠르게 움직이는 반짝이는 물체가 보인다면 우주정거장이 머리 위를 날고 있는 겁니다. 우주정거장은 각 부분이 레고처럼 차례로 연결되며 만들어졌어요. 가장 중요한 기계 부분이 먼저 쏘아 올려지고, 그걸 중심으로 각 모듈이 올라가 결합됐죠. 러시아가 건설한 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가운데 부분에 우주인의 생명 유지를 위한 장치들이 모여 있고, 짐을 쌓아놓는 공간, 식당이나 화장실 등이 있는 공간, 주거 공간 등으로 나뉘어 있어요.”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우주정거장에서 사고가 난 적은 없었나요?” 이 박사는 “어느 날 사고가 난 것처럼 비상 알람이 막 울렸지만 알고 보니 기계가 오작동했던 거였다”면서 “여러분이 잘 아는 영화 ‘그래비티’ 같은 사고가 난 적은 없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질문이 나왔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이 박사가 대답했어요. “우주에서 본 밤하늘이 기억에 남아요. 사실 별들은 온도에 따라 모두 색이 다른데, 지구에서 보는 별들은 하얗거나 조금 노란 색깔로만 보이죠. 빛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산란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주정거장은 대기권 바깥에 있어서 모든 별들이 원래의 색깔로 보여요. 북두칠성의 7개 별들이 모두 다른 색으로 보이죠.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제가 지구를 내려다봤을 때 마침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죠. 번개가 치면 지상에서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만 보이지만, 우주에서 보면 구름 위쪽으로 치는 번개도 보여요. 불꽃놀이처럼 굉장히 아름답죠.”

3D 전시관에서의 현장 토크가 끝나고 이소연 박사는 자리를 옮겨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슬기로운 우주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이 박사는 우주인으로 선발된 과정과 우주에서 지냈던 나흘간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는 “어려서부터 우주인이 되는 걸 꿈꿨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어렸을 땐 우주에 간다는 걸 상상도 못 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우주를 향해 로켓을 쏘거나 사람이 우주에 가는 일은 영화에만 나오는 일, 혹은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다른 나라에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어려서부터 수학·과학을 좋아했어요.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걸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공학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에 사람을 보내 실험을 하려고 한다는 얘길 들었죠. 학교에서 날마다 하는 실험이지만 우주에 가서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을 어떻게 선발해서 우주로 보낼지가 궁금했죠.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직접 지원해보자 싶었어요. 3만6000명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1명의 우주인으로 뽑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300명 안에만 들어도 우주인과 친구는 될 수 있겠다 생각했죠.”

2008년 4월 8일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TMA-12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SBS]

2008년 4월 8일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TMA-12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SBS]

우주인 선발 과정은 ‘왜 우주인이 되고 싶은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1만 명 정도가 선발된 다음 3.5㎞ 달리기를 해야 했죠. 정식 마라톤에서 뛰는 42.195㎞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끝까지 달리지 못했습니다. 이 박사는 미국 유학 시절 같이 공부하던 서양인 친구들의 체력을 따라가기 위해 매일 밤 5㎞를 달렸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해요.

달리기를 통과한 5000여 명은 과학 상식과 영어 등 시험을 치르고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은 245명 안에 들었을 때 이 박사는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했죠. 이후 정서적 안정을 검사하는 정신과 테스트와 영어로 진행되는 면접, 기본 체력 검사 등을 거쳐 30명을 선발, 또다시 공군 시설에서의 저기압 테스트와 팀워크 테스트, 과학 실험 테스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 명의 우주인이 선발됐습니다. 이 박사는 “우주인에 선정된 사람으로 제 이름이 불렸던 크리스마스 저녁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어요.

그렇다면 우주에서의 생활은 어땠을까요. 이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라며 우주정거장 내부의 화장실 사진을 보여줬어요. 무중력인 우주에서는 모든 게 떠다니기 때문에 용변도 공중에 둥둥 뜨게 되는데요. 때문에 우주에서의 화장실은 스위치를 누르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장치를 이용해 용변을 처리한다고 해요. 소변은 따로 모아서 정수 과정을 거쳐 다시 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우주인이 마실 물을 지구에서부터 전부 싸 들고 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또 모든 물체가 떠다니기 때문에 당혹스러운 일도 종종 겪는데요. 지구에서의 습관대로 물건을 쓰고 나서 내려놓으면 어디론가 날아가 없어져 버리기 일쑤죠. 모든 물건은 주머니에 넣거나 찍찍이 테이프로 붙여놔야 해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워서 똑같은 일을 하는 데 시간이 3배 이상 걸리기도 하죠.

이소연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저울 성능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소연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저울 성능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지구를 내려다보는 시간이에요.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기분이 어떠냐고 많이 묻는데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사실 요즘은 유튜브나 휴대폰 앱을 통해 지구의 모습을 영상으로 누구나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은 없죠. 이렇게 생각하면 비슷할 거 같아요. 여러분이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자주 들여다보죠? 그런데 그 연예인이 내 눈앞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 것과 비슷해요. 살아 숨 쉬는 진짜 지구가 너무 아름다워서 시간만 된다면 하루 종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우주에 가서 제일 처음으로 했던 말은 그냥 ‘우와’였어요.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아무 말도 안 나올 정도죠.”

그러면서 이 박사는 사진을 한 장 보여줬습니다. 우주에서 본 서울과 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이었죠. 서울 쪽은 자동차와 건물 등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모습이지만 북한 쪽은 어둡고 컴컴해서 그 경계가 확연했어요. 이 박사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진”이라면서 덧붙여 말했죠.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우리나라는 정말 금세 지나칠 만큼 작은 나라예요. 우리가 대한민국에 태어날 확률은 얼마일까요. 아프리카 한가운데서 태어날 확률보다 훨씬 작아요. 우리가 한국에서, 그것도 우리 엄마의 딸·아들로 태어나게 된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경제력이 상위 20위 안에 드는 G20 국가예요. 우리가 ‘헬조선’이라며 불평하지만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학교도 없고 도로도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내가 짜증 냈던 일들이 사실은 내가 가진 게 있기 때문이라는 걸 우주에서 깨달았습니다. 가기 싫은 학교가 있고, 차가 막히는 도로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언젠가는 이 사진 속의 뚜렷한 경계선도 안 보이게 됐으면 좋겠어요.”

이소연 박사의 강연을 취재한 최슬아 학생모델.

이소연 박사의 강연을 취재한 최슬아 학생모델.

학생모델 취재 후기
우주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와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왔을 때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고 신기했습니다. 우주에서 생활하는 건 참 힘들 것 같아요.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우주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최슬아(하남 위례초 6) 학생모델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최슬아(하남 위례초 6) 학생모델,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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