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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 8만2000원…'박리다매' 성공한 골프장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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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17)

한국 골프장 가운데 기본 경영 철학으로 ‘골프의 대중화’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운 골프장이 있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81홀을 자랑하는 군산 컨트리클럽이다.

지난 7월 7일 전북 군산시 군산CC에서 열린 전북오픈 3라운드에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뉴스1]

지난 7월 7일 전북 군산시 군산CC에서 열린 전북오픈 3라운드에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뉴스1]

군산 CC는 2005년 27홀을 퍼블릭 골프장으로 개장할 때부터 저렴한 골프비용을 앞세워 수많은 골퍼의 환호를 받았고 고가 정책을 당연시하던 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이 당시만 해도 회원제나 퍼블릭 등 모든 골프장이 앉은뱅이 장사를 하면서 그린피를 비싸게 받았다.

골프를 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골프장 수가 적다 보니 항상 수요가 넘쳐났다. 그러다 보니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는 골프장 오너나 경영자 모두 명품골프장으로 운영하는데 관심이 많았고 퍼블릭 골프장은 돈을 버는 데 급급했다.

당시 대부분 골프장에서 그린피를 20만원 안팎일 때 켄터키 블루 품종의 양잔디를 심은 신생 골프장에서 그 반값을 받았으니 시장에 던진 의미는 심각했다. 현재도 군산 CC의 골프비용은 주중 8만 2천원, 주말 13만 2천원이다. 여기에는 카트 사용료도 포함되어 있다. 수도권의 60% 정도 안팎인 것 같다.

2005년 당시 KLPGA(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 시절부터 군산 CC의 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골프장업계에서도 저가항공사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도 54홀의 무안 골프장이 비교적 싼 그린피와 1박 2일의 패키지 등으로 저가정책을 썼고 일부 수도권 골퍼들의 골프 수요를 충족시켜왔지만 본격적인 공격경영을 하지는 않았다.

81홀의 군산CC의 클럽하우스. [사진 민국홍]

81홀의 군산CC의 클럽하우스. [사진 민국홍]

수도권에서 가기에는 시간이 꽤 걸리는 무안 CC에 비해 서울에서 3시간 거리인 군산CC는 달랐다. 27홀을 개장한 지 3년도 안 된 2007년 5월 128만평의 폐염전 부지에다 총 81홀을 완성하고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내세워 수도권 골퍼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푸른 양 잔디 골프장이라는 사실과 그린피가 싸다는 점은 금방 많은 골퍼의 사랑을 받았다.

단적으로 그늘 집에서 삶은 달걀 1개에 2천 원 하던 때 5백 원에 팔았고 이런 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군산CC의 저가 정책은 골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4년 전 한해 내장객만 39만 명에 달했을 정도다. 항상 골프장에 가면 시장 분위기다. 주차장에는 단체 손님을 태운 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클럽하우스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한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골프비용을 확 낮춰 골프의 대중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군산 CC에서 어떻게 이런 저가정책이 가능했는지 관심을 가지던 중 최근 KPGA(남자프로골프 협회)의 코리안투어 퀄러파잉 토너먼트 예선전 경기위원으로 출장을 갔다가 서종현 군산CC 전무를 만나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군산CC는 호수가 모든 홀을 감싸고 있다. [사진 민국홍]

군산CC는 호수가 모든 홀을 감싸고 있다. [사진 민국홍]

그는 “박현규, 김춘동 등 2명의 오너 회장이 골프장 설립 때부터 골프의 대중화를 경영방침으로 삼았다”면서 “골프장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건설했고 그런 철학 아래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에 저가 정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81홀은 짓는데 총 사업비가 1069억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보통 수도권의 회원제가 골프장 18홀을 짓는데 홀당 1백억 원으로 1800억 원이 들어가는 데 비해 엄청나게 돈을 들이지 않고 진 것이다. 건설업을 했던 오너들이 평평한 폐염전 128평 중 48만평의 땅을 파 호수를 만들었고 이 흙으로 골프장 성토작업에 사용했다.

마치 고 정주영 회장이 폐선박으로 바닷물을 막아 아산만 간척사업을 벌인 것처럼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어 공사비용을 매우 절약한 것이다. 또 처음부터 1박 2일의 단체 손님을 겨냥한 패키지 상품을 염두에 두고 하루 최대 5백명의 수용이 가능한 1백실 규모의 골프텔도 동시에 건설했다. 골프장 건설비가 싸다고 해서 허름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한때 회원제로 건설했던 리드레이크코스는 미국의 골프장 설계가 닐슨 하워드가 디자인했다.

군산 CC는 골프의 대중화를 앞세운 박리다매 정책은 대성공했고 한국의 골프장 경영에 나름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군산 CC의 저가정책이 골프 대중화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인지 모른다.

이준석이 지난 7월 8일 전북 군산CC에서 열린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마지막 라운드 1번 홀에서 세컨 아이언샷을 날리고 있다. [뉴스1]

이준석이 지난 7월 8일 전북 군산CC에서 열린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마지막 라운드 1번 홀에서 세컨 아이언샷을 날리고 있다. [뉴스1]

수도권 밖의 많은 퍼블릭 골프장들이 군산 CC를 따라 골프텔을 짓고 1박 2일 패키지 형태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가격대도 군산 CC나 거의 비슷하다. 2번 라운드에 숙박과 조식 제공에 19만 원대이다. 그만큼 군산 CC가 골프 대중화를 선도한 것이다. 또 오너들도 돈을 많이 번 것 같다. 공사를 하는데 일으킨 금융비용을 거의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군산 CC는 곤경에 처해있다. 페어웨이 잔디와 퍼팅그린이 죽어 나가면서 골퍼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내장객 수가 전성기의 반으로 줄었다. 서 전무는 “한국에 지난 몇 년간 기후가 아열대화하면서 추운 데서 잘 자라나는 양 잔디가 죽어 나갔다”면서 “페어웨이도 한국 잔디로 바꿔 면모를 일신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골프장 측에서 아직 코스관리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상당수가 있다. 군산 CC는 자신의 경영철학대로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골프비용의 저가 정책에 최소한 골퍼들이 만족할만한 코스 상태를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고 설립 초창기 정신으로 돌아가 다른 골프장과 차별되는 가격정책을 비롯해 할인이벤트 등의 마케팅을 선보여 골프 대중화의 선도자로 다시 오뚝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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