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노총의 탄력근로 규탄 집회에 선 박원순의 ‘자기정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17일 한국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설을 했다. 국회 앞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규탄하는 성격의 자리였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핵심 합의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내용을 규탄하는 가두집회에 여권의 서울시장이 참석해 연설까지 한 것이다.

탄력근로의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경기하강, 기업 부담 등을 고려한 최소한의 조치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 무산을 공개 선언했고, 민주노총은 오는 21일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박 시장이 등장하자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노동개악 중단” 및 “투쟁”을 외치던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노동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고 한다. 이에 고무된 듯 박 시장은 스스로를 “노동존중 특별시장”이라 부르며 “노조 활동이 편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 밑에서 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며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박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지만, 그는 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도 연설에선 쏙 빼놓았다. 그냥 집회 참석만으로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만 연출한 것이다. 전형적인 ‘자기정치’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에서조차 “안 그래도 당이 강성 노조 때문에 힘든데 박 시장이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결코 무리는 아니다. 이런 식의 자기정치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