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서로의 ‘전력(前歷)’을 따지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국회를 보이콧했다며 과거 유사 사례를 끌어모아 공세를 폈다. 반면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 제도를 무시한 장관 임명 강행의 횟수를 거론하며 여당을 공격했다.

16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전북 군산 회현초등학교 학생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왼쪽)가 때마침 만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오른쪽),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전북 군산 회현초등학교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모교다. 임현동 기자
‘국회 보이콧 중독’ vs ‘상습 인사 강행’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주당ㆍ서울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전날 보수 야당의 보이콧 때문에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을 문제 삼아 (야당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해 정기 국회가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 헌정 사상 가장 황당한 보이콧”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보수 야당이 ‘습관적 국회 보이콧’을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홍 원내대표는 “보이콧 중독증”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민주당에 따르면 보수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총 14회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10번의 보이콧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바로 다음 달 국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상임위 전체 일정을 보이콧했다. 한국당은 이후에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최저임금 인상, 드루킹 특검 요구 등을 이유로 국회를 보이콧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5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를 무력화하고자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가 있다”라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여·야·정 상설 협의체에서 청와대의 독단적인 인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청와대 태도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도 청와대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두 야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과 문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1/17/374288f0-df0a-4b7b-9fc9-a21291b414b0.jpg)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스1]
야당은 청와대의 ‘습관적 인사 강행’을 꼬집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문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 만에 국회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7번째 장관이 임명됐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 KBS 사장까지 합치면 10명이 임명 강행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경우는 9건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1년 6개월여 만에 이미 박근혜 정부의 기록을 넘어섰다는 게 야당 주장의 핵심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청와대가 국회를 ‘패싱’하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경우는 이명박 정부 땐 17건, 노무현 정부 땐 3건이다.

국회가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처리 시한까지 보름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야 모두 원내 갈등 상황에 상관없이 예산안 심사는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15일부터 가동돼야 할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는 여전히 인원 구성에 대한 합의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