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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 늘어선 해안도로 달리다 캥거루와 “헬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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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호 20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입니다. 호주인도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죠.”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 여행 #243㎞ 길이 그레이트 오션 로드 #아찔한 절벽, 12사도 바위 이어져 #산책하기 좋은 멜버른의 골목들 #걷다 지치면 트램 타고 한 바퀴

가이드의 너스레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이름 그대로 엄청난 풍광을 자랑하는 해안도로였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파도가 조각한 기암괴석을 감상하고, 벼랑을 따라 걷다가 캥거루를 마주치기도 했다. 고혹적인 도시 멜버른과 함께여서 그 풍광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 해안선 앞에 늘어선 바위가 12사도 바위인데 지금은 8개만 남았다. 오종택 기자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 해안선 앞에 늘어선 바위가 12사도 바위인데 지금은 8개만 남았다. 오종택 기자

1차 대전 참전 군인이 만든 길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호주 빅토리아주 바다 마을 ‘토키’에서 ‘와남불’까지 243㎞ 이어지는 길을 일컫는다. 백사장 눈부신 골드코스트의 말랑말랑한 해변과 달리 아찔한 절벽과 조각 같은 기암괴석을 마주친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고용 창출 목적으로 1919년부터 13년에 걸쳐 만들었단다.

해질녘 붉은빛을 띤 해안 절벽과 12사도 바위. 오종택 기자

해질녘 붉은빛을 띤 해안 절벽과 12사도 바위. 오종택 기자

수많은 바위 중 12사도 상이 가장 유명하다. 예수 제자 12명처럼 바위 12개가 줄지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원주민은 ‘돼지바위’라고 불렀는데, 기독교식 이름을 얻으면서 더 큰 명성을 얻게 됐다. 2억 년 전 형성된 석회암 바윗덩이가 남극해의 거친 파도와 바람에 의해 계속 깎였는데 지금은 8개만 남았다.

전망다에서 내려다본 해변으로 내려가 직접 걸어볼 수도 있다. 오종택 기자

전망다에서 내려다본 해변으로 내려가 직접 걸어볼 수도 있다. 오종택 기자

‘로크아드 고지’에는 애절한 사연이 전해진다. 1878년 54명을 태운 이민선 로크아드호가 폭풍에 난파돼 2명만 살아남았다. 선원 수습생이었던 톰은 천신만고 끝에 에바를 구했다. 그러나 귀족 출신인 에바와 평민 톰은 신분 차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에바가 영국으로 돌아간 뒤 톰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관광의 백미는 헬기 투어다. 헬기는 해안선을 따라 비행하다가 시계 반대방향으로 선회한다. 대부분 15분짜리 투어를 하는데 워낙 강렬한 절경이 펼쳐져 눈 깜짝할 사이에 착륙한다.

헬기에서 내려다본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12사도 바위. 오종택 기자

헬기에서 내려다본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12사도 바위. 오종택 기자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는 수시로 야생동물을 만난다. 케네트강과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에서는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 코알라와 형형색색의 앵무새를 볼 수 있다. 12사도 상 근처 언덕에서는 캥거루 무리도 만났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는 야생동물을 마주치기도 한다. 캥거루 무리가 여행객을 경계하며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는 야생동물을 마주치기도 한다. 캥거루 무리가 여행객을 경계하며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레이트 오션 로드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 같은 주택이 줄지어 있다. 근사한 저택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서핑을 좋아한다면 벨스비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호주에서도 ‘서핑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매년 부활절 서핑 클래식 대회도 여기서 열린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하루 만에 둘러보는 건 무리다. 조용한 포구마을 포트캠벨이나 휴양지 론에서 하룻밤 이상 머물며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길 권한다.

헬기에서 '인생 샷' 건지는 꿀팁

15분짜리 헬기 투어는 눈 깜짝할 사이 결정적 순간이 지나간다. 머릿속에 미리 그림을 그려두고 카메라 세팅을 잘 해야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다. 카메라를 셔터 우선(캐논 TV, 니콘 S)나 매뉴얼(M) 모드로 해두고, 셔터속도를 1/1000초 이상으로 잡자. P모드나 오토 모드로 했다간 모두 흔들린 사진을 보곤 눈물 흘릴 수 있다. 이륙 직후 헬기 오른편 창 너머로 보이는 12사도 바위와 마지막 착륙을 위해 선회할 때 왼쪽 창 너머 보이는 해안선 모습이 하이라이트다. 이때 집중적으로 촬영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자.

도보 여행자의 천국 멜버른 

남반구의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다. 빅토리아주 주도 멜버른은 봄꽃 만발하는 이제부터 여행하기에 좋다. 다운타운이 넓지 않아 도보여행에 제격이다. 걷다가 지치면 트램을 타면 된다. 시내 중심구역은 트램 탑승이 무료란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35번 순환선은 꼭 타보자. 1800년대 트램부터 2‧3세대 최신형 트램이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도시 곳곳을 운행한다.

세인트 폴 성당 앞으로 오래된 35번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세인트 폴 성당 앞으로 오래된 35번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멜버른 시내 관광의 기점은 플린더스 역이다. 1854년 호주 최초로 기차 운행을 시작한 명소다. 빅토리아주 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된 이 역의 플랫폼 길이는 약 708m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길다. 역 건너편에 문화‧예술의 중심지 페더레이션 광장이 있다. 수많은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는 지역으로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광장 인근에는 한국인 사이에서 ‘미사 거리’로 통하는 골목 ‘호시어 레인’이 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온 골목인데 서울 북촌처럼 온종일 북새통이다. 운이 좋으면 그라피티 예술가가 그림 그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일명 '미사 거리'로 통하는 호시어 레인. 운이 좋으면 예술가의 그파피티 작업을 볼 수 있다. 오종택 기자

일명 '미사 거리'로 통하는 호시어 레인. 운이 좋으면 예술가의 그파피티 작업을 볼 수 있다. 오종택 기자

멜버른은 세계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도시이자 호주를 대표하는 미식 도시다. 미사 거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호주 사람도 긴 줄을 서는 카페 브루네티(Brunetti)가 있다. 커피도 유명하지만, 치즈케이크 맛이 일품이다. 푸드트럭 ‘아메리칸 도넛 키친’에서 달곰한 도넛을 맛보거나 트램을 타고 퀸 빅토리아 시장을 찾아가 신선하고 값싼 음식을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퀸 빅토리아 시장. 저렴하고 신선한 음식을 맛보고 아기자기한 수공예, 생활용품을 사기 좋다. 오종택 기자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퀸 빅토리아 시장. 저렴하고 신선한 음식을 맛보고 아기자기한 수공예, 생활용품을 사기 좋다. 오종택 기자

멜버른에서는 야경도 놓칠 수 없다. 멜버른 최고층 빌딩 유레카 타워를 올라가야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반드시 해 지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88층 전망대에 오르면 낮에 거닐었던 도시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먼바다 ‘포트 필립 베이’까지 내다보인다. 12달러를 더 내면 ‘디 엣지’라는 시설을 체험할 수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이 건물 밖으로 슥 하고 나가는데 갑자기 바닥이 투명해진다. 가슴이 철렁, 사람들은 예외 없이 비명을 내지른다.

유레카 타워 빌딩. 88층 전망대에 설치된 '디 엣지'는 바닥이 갑자기 투명한 유리로 변해 관광객의 담력을 시험한다. 오종택 기자

유레카 타워 빌딩. 88층 전망대에 설치된 '디 엣지'는 바닥이 갑자기 투명한 유리로 변해 관광객의 담력을 시험한다. 오종택 기자

여행정보

한국에서 호주 멜버른으로 가는 직항은 없다.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면 최저 40만원 정도로 멜버른으로 갈 수 있다(쿠알라룸푸르 경유). 에어아시아가 12월 4일부터 멜버른 서쪽에 있는 아발론 공항으로 취항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가는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다. 헬기 투어는 15분 145호주달러(약 11만원), 1시간 570호주달러다. 멜버른은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멜버른 11월 최고 기온은 22도, 최저 기온은 12도다. 한국의 5월 같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멜버른(호주)=오종택 기자 oh.jongta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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