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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퍼플타임·돌봄 휴직제로 가족까지 챙기는 IT기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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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호 03면

[SPECIAL REPORT] IT기업 인재 유치전

판교 밸리 기업들은 사원 복지를 통해 직원 가족까지 보듬고 있다. 사진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위 패밀리’ 행사에서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사진 각 사]

판교 밸리 기업들은 사원 복지를 통해 직원 가족까지 보듬고 있다. 사진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위 패밀리’ 행사에서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사진 각 사]

“함께 저녁식사 하고, 무료 건강검진 받게 해드리니 부모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좋은 데 다닌다고.”

패밀리 복지 힘 쏟는 판교 밸리 #NHN엔터, 5년째 가족 초청 행사 #2명까지 100만원 건강검진 제공 #넥슨은 가족돌봄휴직 땐 450만원 #엔씨소프트, 주택자금 이자 지원 #“업무 성과 높이는 윈윈 투자”

온라인 모바일 게임업체인 NHN엔터테인먼트 디자인팀에 근무하는 최윤아(29) 전임(대리)은 지난 7월부터 자신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이 회사가 시행한 ‘뉴퍼플타임제’ 덕분이다. 이 제도는 하루 8시간 근무를 4~10시간으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초에 일이 몰리면 그때 일을 더 하고, 월말엔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대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코어타임(core-time)’으로 정해 최대한 근무에 집중한다.

최씨는 “일주일에 두 번은 퇴근시간을 앞당겨 요가학원에 간다”며 “스스로 짠 근무시간표에 맞춰 출퇴근하려고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근무제도에 대한 직원 만족도는 89%에 이른다고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전했다. 최씨 부모님은 직원 본인과 가족 2명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10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받았다. 미처 건강검진 받을 기회가 없었던 부모님은 회사의 복지 시스템 덕분에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처럼 판교에 자리 잡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사원 개개인을 넘어 그들 가족의 복지에도 신경을 쓴다.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창의력·사기를 높여 주던 사원 복지가 직원 가족까지 보듬어 주는 형태로 확대되는 추세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IT업체가 사원 복지를 확대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높은 개발자들의 근무환경을 안정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며 “근무 시스템을 가볍고 유연하게 만들어 대기업과의 인력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IT기업 역시 이런 사원 복지가 기업 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로 여긴다.

NHN엔터테인먼트의 김경연(44) 보안정책팀장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위 패밀리’ 단골 참석자다. 직원·가족 초청 행사인 위 패밀리는 게임·퀴즈·마술쇼 등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 위주로 꾸려진다. 김 팀장은 아내와 처제, 여섯 살짜리 딸과 함께 이 행사를 즐긴다. 이렇게 모인 가족은 매년 4000여 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10년, 20년, 30년 장기 근속자에게 최대 1000만원 상당의 페이코((NHN의 결제·송금 애플리케이션) 포인트를 지급하며 특별휴가를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직원 자녀에게 입학 선물을 준다. 자녀의 중·고등학교 교복비, 대학 첫 학기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 준다.

넥슨의 ‘패밀리 데이’ 행사 중 놀이에 빠진 직원과 가족들. [사진 각 사]

넥슨의 ‘패밀리 데이’ 행사 중 놀이에 빠진 직원과 가족들. [사진 각 사]

넥슨은 직원이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직을 하면 생활안정자금 450만원을 지원한다. ‘가족돌봄휴직’ 시스템이다. 휴직이 어려우면 최저 주 20시간 근무를 조건으로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넥슨은 3년차, 6년차, 9년차 직원에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로 최대 20일의 휴가와 함께 최대 5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한다. 또 가정의 달인 5월에 ‘패밀리 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 아이들에게는 정글 탐험을 할 수 있도록 사옥 일부를 놀이시설로 만든다. 올해 직원과 가족 1000여 명이 참석해 놀이마당을 한껏 즐겼다.

엔씨소프트의 사내 병원 모습. 엔씨는 어린이집에 온 직원 자녀들을 위해 소아과 진료도 한다. [사진 각 사]

엔씨소프트의 사내 병원 모습. 엔씨는 어린이집에 온 직원 자녀들을 위해 소아과 진료도 한다. [사진 각 사]

엔씨소프트의 김은미(34) 과장은 올해 초 신혼집을 마련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1억원을 받았다. 김씨는 은행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이자를 낸다. 직원과 그 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는 사내 제도 덕분이다. 주택 대출 5000만원까지는 전체 이자율의 2.2%포인트, 5000만~1억원 구간은 이자율의 1.5%포인트를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예를 들어 1억원 대출에 대한 이자율이 연 3.2%라면 5000만원까지는 이자율 1%, 5000만~1억원 구간은 이자율 1.7%를 적용한 금액만 직원이 부담하면 된다.

김씨는 “7년간 내야 할 이자 중 1300만원을 회사가 내주는 셈”이라며 “결혼을 앞둔 사내 2030들에게 이 복지 시스템이 가장 인기”라고 귀띔했다. 엔씨소프트는 직원들의 결혼·장례비용도 낮은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사내 병원도 운영한다. 회사 소속의 전문의들이 빠듯한 근무로 인해 병원에 갈 수 없는 직원들에게 내과·피부과 진료와 물리치료를 해준다. 사내 어린이집에 온 직원 자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소아과 진료도 한다. 의료비 지원은 직원과 가족의 보장 범위를 최대한 동등하게 만들었다. 입원치료비뿐 아니라 치과보철·임플란트까지 지원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직원과 그 가족이 건강해야 회사도 건강해진다”며 “의료비 지원은 동종 업계 최고”라고 말했다.

가족의 감성을 자극하는 IT업체도 있다.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8월 ‘스마일통(通)’이라는 사보를 창간했다. 이 사보는 우편으로 직원의 가정에 배달된다. 스마일게이트에서 근무하는 부모·자녀 혹은 배우자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회사에 다니는지 등을 가족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게임업체가 우편이라는 오프라인·아날로그 수단으로 직원 가족과도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패밀리’를 겨냥한 사원 복지 확대가 결국 기업의 활력과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분석한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IT업체들은 전형적 굴뚝기업과는 차별화된 복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는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전대성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도 “IT업체들이 사원 복지에 비용을 더 들인다 하더라도 쓰는 돈보다 얻는 게 더 많다”며 “직원과 가족은 사내 복지를 누리고 기업은 장기적으로 이익 증대와 이미지 제고를 꾀할 수 있는 윈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하선영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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