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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밸리의 복지 전쟁 … 초특급 어린이집 지어 인재 모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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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호 02면

[SPECIAL REPORT] IT기업 인재 유치전

13일 카카오가 운영하는 판교 늘예솔 어린이집 내 실내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 어린이집 시설에만 50억원을 투자했다. 우수한 시설과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덕에 늘예솔 어린이집 입소 경쟁도 치열하다. [김경빈 기자]

13일 카카오가 운영하는 판교 늘예솔 어린이집 내 실내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 어린이집 시설에만 50억원을 투자했다. 우수한 시설과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덕에 늘예솔 어린이집 입소 경쟁도 치열하다. [김경빈 기자]

13일 오후 4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H스퀘어에 위치한 늘예솔 카카오 판교 어린이집(이하 늘예솔 어린이집). 어린이집이 있는 4층에 들어서자 보안요원이 철통같이 경계를 서고 있다. 신분을 확인한 다음에야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다. 어린이집 현관에선 손 세정제로 손을 소독하고 일일이 체온을 쟀다. 혹시 모를 외부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다. 체온을 잰 뒤 들어선 어린이집 내부는 흡사 운동장을 연상시켰다. 100m에 이르는 너른 복도를 따라 보육실과 각종 교육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18개의 보육실은 모두 남향. 다른 어린이집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시설도 인상적이었다. 우선 430㎡(약 130평)에 이르는 실내 운동장에선 아이들이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트랙이 그려져 있다. 자연주의를 모티브로 한 오솔길과 조약돌 시냇가, 파랑새 둥지까지 있다. ‘어린이집이 아니라 테마파크에 있는 대규모 실내 놀이방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늘예솔 어린이집의 운영을 총괄하는 카카오 배은재 미래지원 파트장은 “아이를 둔 임직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며 “대한민국에서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이 가장 우수한 어린이집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늘예솔 카카오 판교 어린이집 #카카오는 한 곳에만 50억원 투자 #2~3명에 교사 한 명, 원어민 강사도 #아이 당 월 130만원 보육비 내줘 #1000권 독서, 영어·중국어 교육 등 #넥슨·엔씨소프트도 특급 시설 운영

850평 시설에 트랙, 유리온실 텃밭 등 즐비

‘대한민국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에서 어린이집 경쟁이 한창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은 젊은 개발자들을 영입하고 이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게 하는 게 경쟁력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선 급여 등 정량적인 조건 못지않게 어린이집 같은 가족 관련 복지제도가 강력한 유인이 된다는 판단에서 IT기업들이 어린이집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배은재 파트장은 “1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 본사와 자회사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33.5세로 육아 관련 고민이 가장 많은 연령대”라며 “생산성이 가장 뛰어난 30대 초·중반 수퍼 개발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회사가 배려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늘예솔 어린이집의 총 면적은 2800㎡(약 850평). 카카오는 이 어린이집 시설 등에만 50억원을 투입했다. 카카오는 현재 판교(수용인원 300명)와 제주도 본사(180명)에 두 곳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내년 3월엔 성남시 분당에 새 어린이집(272명)을 개원한다.

늘예솔 어린이집 내부에는 아이들이 직접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유리온실 형태의 실내 텃밭이 있다. 모래 대신 편백나무 조각을 활용한 편백나무 놀이방을 꾸며 놓았다. 실내 운동장에 더해 아이들이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198㎡(약 60평 규모)의 실내 놀이터도 있다. 여기에 아이의 생일잔치 등을 할 수 있는 파티 공간인 ‘땡스룸(thanks room)’까지 있다.

자랑거리는 또 있다. 늘예솔 어린이집은 우수한 시설 못잖게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보육교사 한 사람이 담당하는 어린이는 2~3명(영아는 1대2)에 그친다. 또 모든 보육교사는 대학 및 대학원에서 아동학이나 유아교육학 등 보육 관련 학과를 졸업한 학사 이상의 전문가릍 투입했다. 이곳의 보육교사들은 일과 중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정규교육과정 외에 매일 4시간씩 영어 원어민 강사를 배치해 자연스레 영어에 노출시킨 것도 특징. 다양한 미술 활동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카카오 in Ar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먹거리 안전에도 꼼꼼히 신경을 쓴다. 한 예로 이곳의 식재료는 모두 유기농 제품을 기본으로 한다. 유전자변형생물(GMO) 관련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에게는 대체식을 제공한다.

보통 어린이집에서 볼 수 없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아이를 맡긴 부모는 월 10만원 선의 법정 보육료만 낼 뿐 사실상 카카오가 관련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카카오가 어린이 한 사람당 부담하는 금액은 월 130만원가량. 덕분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나이별로 대기자가 50~60명에 달한다. 워낙 중간에 어린이집을 나가는 아이가 적은 탓이다. 다른 곳과 달리 아이가 5세가 돼도 어린이집을 나와 다른 유치원에 보내는 이도 드물다.

추첨 통한 입소, CEO·임원 청탁도 안 통해

늘예솔 어린이집에 여섯 살과 세 살의 두 아이를 맡긴 이미혜(37)씨는 “분당이나 판교 일대가 사교육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데도 대부분 초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그대로 다니는 게 일반적”이라며 “교육 환경은 물론 프로그램이 워낙 좋아 별도로 유치원을 보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입소는 철저히 추첨을 통해 진행된다. 다른 기업과 달리 장기 근속자라고 우대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CEO나 임원의 청탁도 통하지 않는다. 아이의 부모 중 한 사람만 카카오나 그 자회사 직원이면 된다. 네 살 딸아이를 이 어린이집에 맡긴 이윤근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이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린이집에 당첨됐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당첨자 명단을 열 번 넘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린이집에 공을 들이는 건 카카오만이 아니다. 넥슨도 판교 사옥 인근에 위치한 사내 어린이집인 ‘도토리 소풍 본원’을 비롯해 판교사옥 내와 제주도 노형동 등 총 세 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사내엔 어린이집 전담 부서인 도토리 소풍팀이 있다. 도토리 소풍 역시 뛰어난 교육 환경을 자랑한다. 도토리 소풍 제주원은 아동 중심의 자연친화적 어린이집으로 인정받아 근로복지공단의 직장보육지원센터 우수보육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공간환경디자인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도토리 소풍은 ‘독서이력 인증제’를 운영 중이다. 아이들의 독서 취향을 감안해 자연스레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특징. 덕분에 6년간의 재원 기간 중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엔씨소프트의 어린이집 ‘웃는 땅콩’은 판교 사옥 내 1층과 2층, 외부 놀이터 등을 포함해 약 1650㎡(약 500평) 규모를 자랑한다. 웃는 땅콩은 아이들에게 다국어 교육을 한다. 이를 위해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도록 자체 커리큘럼을 직접 개발해 운영 중이다.

성남=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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