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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에게 고용세습 따지자 ‘지혜로운 말’ 영혼 없는 답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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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호 08면

박윤배 전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

박윤배 전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

박윤배(사진) 전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는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두 차례 투옥 후 사면 복권됐다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노해 시인과도 인연이 있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 노동 관련 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윤배 전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 #“대응 이래선 안 돼” 수차례 제기 #언론에도 되레 “가짜뉴스”라 해 #박 시장 측 “감사원 감사도 청구”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민노총, 국가와 같이 가기 어려워

그런 그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교통공사, 노조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고용 세습 의혹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렇게 대응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문자를 여러 번 보냈으나 ‘적절한 말입니다’ ‘지혜로운 말입니다’ 같은 영혼 없는 답변만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한 건 어떤 의미였나.
“(공사가 내부 제보 통로인) 사내 게시판을 폐쇄한 후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틀 만에 다시 복원했다. 박 시장의 태도가 이런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 박 시장에게 무척 많은 얘기를 했으나 내막을 다 말할 순 없다. 노조 설립 취지가 노동자 권익 보호다. 채용 비리, 인사 비리는 박 시장과 노조가 앞장서서 척결하자고 나서야 할 사안이다.”

그는 “교통공사 인사처장이 (부인) 명단을 누락하는 등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 (박원순 시장이) 가짜뉴스 만든 사람들의 보고를 듣고는,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에 오히려 가짜뉴스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과 교통공사 노조가 만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노조는 7급보 승진 시험과 18년 이상 된 5급의 승진과 관련해 시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시위했다. 사장 퇴진까지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김태호 사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천막 농성장을 방문한 후 노사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노조도 농성을 끝냈다. 이전의 사례들과 달리, 협상 과정이나 결과가 이사회에 상세히 보고되지 않았다. 김 사장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으나 ‘문제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노조 면담은 당시 집행부가 단식 농성을 하는 현장을 들러본 것일 뿐, 인사 문제는 어디까지나 사측인 공사와 노조의 협상 결과”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박 전 이사에게 보낸 문자에 대해선 “이미 박 시장은 여러 차례 채용 비리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고,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는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만일 시장의 답이 그랬다면 그 연장선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임시 이사회에선 고용세습 의혹 관련 어떤 말들이 오갔나.
“서울시가 이사회 시작도 전에 ‘가짜뉴스’라고 나오는데 산하 기관장이 어떻게 이사회를 이끌어 나가겠느냐. 가족 정규직 전환자 명단을 고친 인사처장, 이를 감시할 감사 부문, 전체를 지휘하는 교통공사 사장 이들이 결과적으로 가짜 뉴스를 생산한 것이다. 서울시에 1차적 지휘 책임이 있고, 김 사장에게는 독립된 공기업의 사장으로서 상급 기관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사장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2차적 책임이 있다.”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나.
“김 사장은 인사처장 부인 명단 누락 등을 지적하면 ‘별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다른 이사가 ‘우리 공사는, 특히 자회사 쪽으로 가면 문제가 많을 수 있다’고 말하자 김 사장은 ‘우리도 그걸 잘 알고 있다, 걱정스럽다, 잘 대처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아니 지금 그게 말이 됩니까. 문제가 있으면 이번 기회에 점검을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공사의 문제를 보고받을 권리가 있는 나조차도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바깥은 더 모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일반의 정서가 공기업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의혹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혁신의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민노총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노총은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국가와 같이 가기 어려운 조직”이라며 “국가에는 민노총뿐 아니라 사용자도, 국민도 있으므로 정책 입안자들은 민노총을 하나의 정책 대상으로 봐야 하는데 정치권이 필요에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함께 노동 운동을 오래 했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계속 민노총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는) 민노총 선배가 아니라, 국가직(정치인)”이라며 “민노총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자신이 민노총의 선배라고 생각하는 사람(정치인)들이 왔다 갔다가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선영·박태희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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