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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글중심

피해자 두 번 울리는 ‘2차 가해’의 잔인함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중앙포토]

매일같이 들리는 흉악범죄 소식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온라인 여론이 들썩입니다.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청원, 모금, 공론화 등을 통해 피해자와 연대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편 경계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2차 가해입니다.

2차 가해는 범죄행위로 1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과 관련해 2차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주로 피해자를 비난, 불신함으로써 ‘피해를 입어도 마땅하다’고 단정짓는 행태로 나타납니다. 단적인 예가 무고와 꽃뱀 프레임입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미투 물결에도 피해자들에게는 으레 무고 의심과 꽃뱀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장자연도 살아서 폭로했었다면 꽃뱀 취급 받았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피해자가 범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 역시 2차 가해에 해당합니다.

지난달 발생한 ‘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피의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초기 보도 때문에 범죄의 원인이 혼수 갈등으로 알려졌고, 일부 네티즌들은 “보나마나 여자가 남자 자존심 긁지 않았을까?”, “여자가 욕심 부리다 목숨 잃었네” 등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들은 “상견례 사흘 전이라 혼수 문제는 거론된 적이 없었다”며 ‘예비신부’라는 명칭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유족들은 피해자가 2차 가해로 인해 ‘두 번의 살인행위’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예방하지 못하는 한국의 정책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혹시 2차 가해는 아닌지, 신중히 생각해볼 일입니다. ‘e글중심(衆心)’이 네티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어제의 e글중심 ▷ “메갈은 맞아도 돼”, 이수역 폭행보다 심각한 혐오 발언

* e글중심(衆心)은 '인터넷 대중의 마음을 읽는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 커뮤니티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반말과 비속어가 있더라도 원문에 충실하기 위해 그대로 인용합니다.

#다음

"매번 일어나는 여자들이 남친이나 남편이나 등등한테 살해당한 사건은 맞을 짓 했나 보지 죽을 짓 했나 보지 이런 댓 달고... 남녀문제로 끌고 가지 마라 이래 대면서 여자가 가해자이거나그런 사건은 모든 댓글이 여혐댓글로 도배된다.. 이게 제정신인가 싶다. 남자선생 여제자 사건은 여제자 욕으로 도배되고 묻히는데 한 달도 안돼서 여자선생과 남자제자 사건이 터지면 이사건이 성별 바껴서 일어났음 난리났을 거라느니 등등. 여혐 댓글로 또 도배된다. 정말 문제 있는 사회 같음"

ID’챌‘

#네이버

"꽃뱀이나 무고충이 되는 우리나라... 장자연도 살아서 폭로했었다면 권력에 기대서 스폰이나 받아보려는 꽃뱀 취급 받았겠지... 괴로우면 안 가면 되고 소속사를 고소하든가 도망가지 왜 안그랬냐... 니가 지 발로 간 거 아니냐.. 니가 떠볼라고 좋아서 간 거 아니냐며 뻔하디 뻔한 2차 가해 살발하게 당했겠지..”

ID 'beau****’

#네이버

"피해자들은 억울하게 당해도 두 번 죽여대고, 범죄자들만 인권 챙겨 날뛰게 만들고 있고, 솜방망이 처벌과 징계에, 술 쳐먹으면 주취감경 해주는 것도 다반사니 범죄 근절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저러는 거냐 뭐냐? 국민들이 바보인 줄 아나? 저러니까 나라가 발전이 안 되고 질서도 안 잡히고 범죄사건 터져도 분위기 파악도 안 되는 거다."

ID'kill****'

#클리앙

“양비론은 양측을 동일선 상으로 끌어내리는거죠. 명백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양비론을 펼치는 건 단순히 쿨병이 아니라 가해자 옹호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꼴입니다.”

ID '일탈매니아'

#다음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사건 기사가 나는 세상인데, 범인에게 공감하며 죽은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이 이렇게 많은걸 보면 혹시? 하며 두려워하는게 당연한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평범해 보이는 많은 인파 속, 누가 그런 댓글을 썼는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ID 'tlsdmltodrkr'

#네이버

"서지현 검사나 조읍읍 등 사건에서도 그랬냐 ㅋㅋ 문제는 미투운동이 진짜 피해자건, 꽃뱀이건 안 가리고 여자가 일단 성범죄 당했다고 하면 무한쉴드 쳐주니 그러지. 김흥국, 남궁연 등 무혐의 받고 끝났는데 거기에 대한 성찰은 하나도 없잖아. 양예원 사건에서도 충분히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데 무조건 감싸주고 의문 제기하면 2차 가해라 몰아가는 게 현실 ㅋㅋ"

ID ’xkdh****’

#뽐뿌

"어떤 사건이든 보통은 입장이 A와 B 둘로 나뉜다고 치면 A가 먼저 인터넷에 글을 씁니다. 근데 본인의 글 또한 사실임이 확인 가능한 부분이 사실상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해 토를 달거나 반하는 의견이 떠돌아 다니기 시작하면 그것을 2차 가해라고 콕 찝어서 무슨 법적인 퍼포먼스를 하는 게 정형화된 의식처럼 된거같네요. 이 마법의 2차 가해라는 게 선빵필승의 공식인 양 만들어진 거 같아서 참 이해가 안 가네요."

ID '살아있어요'


김혜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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