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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유리천장 일로 뚫어… “30년 경험 후배들과 나눌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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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34)

'사람이 오래면 지혜요 물건이 오래면 귀신'이라는 옛말이 있다. 사람은 오래 살수록 경험이 쌓여 지혜로워지고 물건은 오래될수록 낡아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금융계에서 30년 넘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취준생과 직장인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강명주(58) WAA(Wisdom Ability Activation) 인재개발원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위의 옛말이 생각났다. 경험을 통해 쌓은 지혜가 가지는 힘을 다시 한번 느낄 기회였다.

30년 넘는 금융권 근무의 지혜를 강연을 통해 나누고 있는 강명주 원장. [사진 이상원]

30년 넘는 금융권 근무의 지혜를 강연을 통해 나누고 있는 강명주 원장. [사진 이상원]

강 원장은 80년대 중반 기업금융에서 소비자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씨티은행에 합류하면서 경력을 쌓아갔다. 에이스아메리카(ACE)손해보험에서 한국 부지사장 시절 홈쇼핑에서 최초로 손해보험상품 판매를 시작했고, 보험료 매출을 10억 원대에서 1000억 원대로 100배 이상 끌어올렸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총괄 최고관리책임자(CAO)로 승진하게 된 이유도 업계 최초로 설계사가 노트북을 사용해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게 한 점을 인정받아서였다. 이후 SC제일은행으로 스카우트돼 마케팅최고관리자(CMO)·최고운영책임자(COO)· PB(Private Banking) 등을 담당했고, 동북아시아 지역 및 글로벌 총괄을 거쳐 SC 저축은행장까지 역임했다.

첫 직장으로 은행 그것도 외국계 은행을 선택했는데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는지.
그런 건 아니었어요. 남동생 셋을 둔 맏딸로 집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라 직장생활을 시작한 거예요. 운이 좋게도 여자가 근무하기에 조금 더 조건이 좋은 외국계 은행에 입행하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은행권에선 여자가 근무하다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퇴사해야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지금도 남녀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요. 특별한 꿈을 꿨다기보다는 그냥 주어진 일, 현실에 감사하며 충실했어요. 입사 전이나 후나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으니 감사하며 미친 듯이 일했지요.

ACE 보험회사 재직 시절 해외 컨퍼런스에 참여한 강명주 원장(둘째 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사진 이상원]

ACE 보험회사 재직 시절 해외 컨퍼런스에 참여한 강명주 원장(둘째 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사진 이상원]

경력을 보니 참으로 이채롭고 화려합니다. 여성으로서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로컬, 글로벌 가리지 않고 일찌감치 경영자급으로 크게 활약한 경우가 많은가요?
요즘은 비교적 많아졌지요. 하지만 제가 일할 때는 거의 없었어요.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운이 많이 따랐어요. 제가 정말 가진 것,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어찌 보면 참 무식해요. 30여 년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했다고 하면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았냐, 외국학교 나왔냐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냥 중학교 때 선생님이 ‘영어는 외우는 거’라고 해 우직하게 그냥 외웠고요, 일본으로 이직 인터뷰하러 가야 하는데 비자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공항에 갔다가 인터뷰를 못 하게 되었어요.

이에 굴하지 않고 잘하는 영어는 아니지만 다이렉트 마케팅(텔레마케팅 포함) 담당 임원을 뽑는 자리니 대면 인터뷰보다 오히려 전화 인터뷰가 낫지 않냐고 제안했어요. 흔쾌히 전화 인터뷰 기회를 줬으니 참 감사하죠.

은행에서 보험회사로, 보험회사에서 다시 은행으로 이직했습니다. 특이한 경우라 할 만한데. 
그렇지요. SC제일은행에서 자산관리 부문을 맡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제가 은행, 보험 다 해 봤고 로컬과 글로벌 업무도 다뤄 시장·법규·사람 등을 잘 아니까 적임자라는 생각을 했나 봐요.

SC 제일은행은 그 전 직장이었던 ACE에서 추천해 줬으니 그것도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지요. 메트라이프를 거쳐 SC제일은행에서 저축은행도 인수해 은행장까지 맡아 감사해 하며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어요. 그 덕분에 직원들과 힘을 합쳐 300억원 적자였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으니까 CEO로서 기대에 부응은 한 것이죠.

SC 스탠다드 저축은행 대표이사 시절 올해의 CEO 대상을 수상했을 때 강명주 원장(앞줄 맨 오른쪽). [사진 이상원]

SC 스탠다드 저축은행 대표이사 시절 올해의 CEO 대상을 수상했을 때 강명주 원장(앞줄 맨 오른쪽). [사진 이상원]

열심히 달리다가 다소 갑작스럽게 인재개발원을 설립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2016년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병간호를 하면서 살아온 세월을 돌아봤지요. 30년 넘는 짧지 않은 시간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더군요. 후회, 허무 이런 것까지는 아닌데 마음 한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운전도 못 하고요, 골프도 못 쳐요. 승진이 빨라 젊은 시절부터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탔고, 일밖에 모르고 일에 빠져 골프는 물론 다른 취미생활 할 시간도 없었어요.

한창 일할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즐겁게 일한 것은 감사한 일이긴 하나 고군분투하며 헤쳐 나가느라 행복을 느끼며 직장생활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지혜롭게 일하면 직장생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면서 할 수 있거든요. 나는 그렇게 못했지만 후배들은 행복한 직장생활 할 수 있게 노하우와 경험을 나눠 주자고 결심한 거죠.

WAA 인재개발원의 특장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저를 포함해 직장 경험 30년이 넘는 경영, 마케팅, 인재개발 전문가 다섯 명이 뜻을 모았어요. 취준생부터 직장인까지 모두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취업역량·경력개발·인재개발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은행 취업 비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은행고시가 부활했잖아요. 자기소개서, 국가직무표준, 직무적성검사 후에 면접까지 통과해야 하거든요. 이에 필요한 노하우와 지혜를 개인코칭 시스템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30년이 넘는 경험을 전초전이라 표현하며 이제 본 게임을 시작하고 있다는 강명주 원장의 열띤 강의 모습. [사진 이상원]

30년이 넘는 경험을 전초전이라 표현하며 이제 본 게임을 시작하고 있다는 강명주 원장의 열띤 강의 모습. [사진 이상원]

마지막으로 인생환승 후에 새로 꾸고 있는 꿈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30년 동안 전초전을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본 게임, 메인이벤트가 시작되는 느낌이 듭니다. 취업·직장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지인에게 “WAA 해 봤어”라고 물을 수 있게 경험과 지혜를 열심히 나누겠습니다.”

김형석 교수는 “30세에서 60세까지 30년을 제1의 인생, 이후 60세에서 90세까지 30년을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60세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고 결심하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지만, 그때 늙었다고 체념하면 한 번의 인생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강 원장과 김 교수 같은 사람은 제1의 인생에서 쌓은 지혜를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고 있다. 학교 교직원, 은행장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성적· 취업 비리를 저지르는 데 사용한다. 강 원장의 한 마디가 유독 뇌리에 남는다.

“최고의 지혜는 경험에서 얻는 것이고요, 최고의 경험은 그 지혜를 나누는 것이죠.”

강명주 원장이 제안하는 취업의 WAA, 면접의 ABC

W(Will) : 의지
A(Ability) : 역량
A(Attitude) : 태도

A(Attention) : 관심을 끌어라.
B(Body) : 내용을 논리적으로 얘기해라.
C(Closing) : 인상적으로 마무리 하라.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 저자 jycy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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