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티체인저] "집에 몸을 맞춰넣던 시대는 끝... 건축을 주문제작하는 시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폴인인사이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밀레니얼에게 오늘의 도시는 너무 팍팍합니다. 그렇습니다. 1980~2000년에 태어나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비 집단인 밀레니얼 말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 건물주가 상권을 쥐고 흔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골목 문화가 자본에 쫓겨나는 현상)은 밀레니얼이 도시에서 자리 잡을 틈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기능과 효율을 앞세워 성장한 도시는 새로운 일과 삶을 추구하는 밀레니얼과 계속 부딪힙니다.  

이런 도시를 밀레니얼이 꿈꾸는 도시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유하지 않아도 풍요로운,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일이 탄생하는 도시를 만들려는 시티체인저(City Changer)들입니다.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이 11월, 도시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한ㆍ일 시티체인저들을 만나보는 <시티체인저(City Changer) 2018: 밀레니얼의 도시> 컨퍼런스, 세 번째 이야기를 폴인 인사이트에서 소개합니다.  

③공간을 주문 제작하는 시대가 온다

우리는 어쩌면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해 제대로 상상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특히 태어나서 쭉 비슷비슷한 구조의 아파트에만 살아온 대다수의 밀레니얼 세대는 더욱 그렇다. 공간이 주는 가치를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공간을 3차원으로 확인하고 가상으로 체험할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있다. 공간 정보를 VR(가상현실ㆍVirtual Reality)과 AR(증강현실ㆍAugmented Reality) 기술을 통해 시뮬레이션해주는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다.

어반베이스의 핵심 기술은 3차원(3D) 공간 재현이다. 설계 도면을 스캔해 올리면 1, 2초 안에 3차원 건물이 웹에서 재현된다. 전문적인 건축 설계 도면이 아니어도 된다. 일반인이 연필로 종이 위에 쓱쓱 그린 도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올라온 정보를 학습해 공간의 쓰임새를 추측하는 알고리즘이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 실제 판매되고 있는 가구나 가전을 배치해보거나, VR 기기를 연결해 마치 공간을 걷듯이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어반베이스 서비스를 통해 실제 가구와 가전을 배치해 집을 꾸며본 모습. [사진 어반베이스]

어반베이스 서비스를 통해 실제 가구와 가전을 배치해 집을 꾸며본 모습. [사진 어반베이스]

이런 기술이 확산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추구하게 될 거란 게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의 설명이다. 이른바 공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ㆍ주문제작)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우리가 쓰는 소비재 중 가장 비싼 것이 집인데, 그동안은 집에 몸을 끼워 맞추며 살아왔다”며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집을 설계하고 인테리어해 보는 경험을 해 본 소비자들은 훨씬 더 개인화된 공간 상품을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간정보 플랫폼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게임의 춘추전국시대를 모두 겪으며 자란 세대다. 종종 가상 도시가 아닌 진짜 도시에서 게임을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러다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하며 3D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게 됐고, ‘여기에 자동차 하나만 집어넣으면 바로 게임이 될텐데’라고 생각하다 공간 정보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 나는 아파트를 주로 설계했는데, 건축가는 도면을 납품하는 것으로 사실상 역할이 끝난다. 더 이상 도면 정보는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내가 설계한 아파트에는 아직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이 내가 제작한 3D 도면을 사용한다면 모바일에서 자신의 공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에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34;소비자가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하면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될 것&#34;이라고 말한다. [사진 어반베이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34;소비자가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하면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될 것&#34;이라고 말한다. [사진 어반베이스]

공간 정보를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상상할수록 쓸 데가 많다. 예를 들면 공간 정보는 시민의 안전과도 연결된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사고 때 깨달았다. 당시 잠수부들이 배의 평면도만 보고 잠수한다는 뉴스를 보고 안타까웠다. 3D 도면을 보고 잠수한다면 학생들이 어디에 많이 있을지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설계도 3차원화 기술을 개발하던 때였다. 인터넷을 뒤져 세월호의 설계도를 찾았고, 네 시간만에 선체를 3D 도면으로 만들어 구조본부에 전달했다. 그 뒤로 잠수부들이 아침마다 3D 도면을 이용해 구조작업을 시뮬레이션했다고 전해들었다. 결과적으로 (구조가 이뤄지지 못해) 큰 도움은 못 됐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그때 느낀 건 공간정보가 시민의 안전을 챙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간 정보가 쌓이면, 앞으로 주거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  
소비자가 현명해진다. 집을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2D 도면만 봐서는 전혀 공간을 상상할 수 없다. 건축가가 ‘이곳에 드라마틱한 공간이 펼쳐진다’라고 설명해도 도면만으로는 이 공간이 어떤지 느낄 수 없다. 그 대안이 모형이다. 그래서 전 세계 건축학도들은 모형을 만드는 데 시간을 많이 쏟는다. 주니어 건축가들은 인턴을 활용해 한 달씩 걸려 모형을 만든다. 큰 건축사무소에서는 모형 만드는 대행 업체를 따로 쓰기도 한다. 그렇게 만든 도형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면 그제서야 피드백을 받는다. 안방이 더 크면 좋겠고, 화장실이 너무 좁고…. 그럼 모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웃음). 이런 비효율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 이렇게 자신이 살 집을 상상하기가 어려우니 소비자들은 업자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잘 모르니 건축업자, 인테리어 업자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거다. 하지만 공간정보가 있으면 집을 짓거나 고치기 전에 경험할 수 있다. 피드백도 정확하고 빨라질 것이다. 내가 가진 가구가 집에 어울리는지 아닌지, 세탁기가 베란다에 들어가는지 아닌지, 벽지와 가구 색깔이 어울리는지 미리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불만과 반품도 줄 거고, 소비자는 물론 업자들에게도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건축이 대중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다. 기술이 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보나.
그동안 소비자들이 공간의 가치에 눈을 뜨지 못했다. 예를 들어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10평짜리 방을 고르면서도 ‘발코니가 있어야 한다’‘발코니에는 화단을 걸어야 한다’‘커피 마시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같은 자신만의 공간 가치를 주장한다. 우리는 학군은 어떤지, 전철이 가까운지만 따지고 집을 산다. 경험이 부족해 공간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치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이 공간에 섰을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하는 걸 도면이 아니라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가상 현실로 보여주는 거다. 이렇게 된다면 삶의 질, 즉 집에서 생활하며 느낄 수 있는 공간의 가치, 심미적 가치를 가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개화’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감각을 꽃피워주는 거다.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  
광어회가 1980~1990년까지는 최고급 회였다고 한다. 양식 기술이 없어서다. 그러다 2000년대에 양식기술이 성공하며 광어회가 싸졌다. 소수계층만 누리던 문화가 점차 대중으로 전이될 거라고 본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 즉 주문 제작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건축이 대표적인 분야가 될 거다. 지금까지 일반인이 살 수 있는 집은 대부분 아파트였다. 아파트는 다 만들어져 나온다. 하지만 미래엔 달라질 거다. 우리 같은 플랫폼이 성장할 수록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된 건축물이 더 많이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26일 서울 을지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에서 열리는 폴인(fol:in)의 컨퍼런스 <시티체인저 2018: 밀레니얼의 도시>에서 밀레니얼의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공간과 운영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펼쳐놓을 계획이다.

<시티체인저 2018: 밀레니얼의 도시>에는 홍익대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를 시작으로 포틀랜드 전문가로 불리는 일본 매거진 ‘MEZZANINE’ 스이타 료헤이 편집장, 사무실과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실험을 벌이는 ‘로컬스티치’의 김수민 대표, 주민 스스로 바꾸고 운영하는 도시 DIY의 표본을 만들어가는 ‘한국 리노베링’의 이승민 대표, ‘무지호텔’ 베이징점과 긴자점을 기획한 일본 UDS 나카가와 케이분 사장, 소셜 아파트먼트 t'able의 브랜딩을 맡은 최소현 퍼셉션 대표가 참여한다. 티켓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