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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잃어버린 보수층 '박정희 마케팅'을 띄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73년 제2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손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답례하는 박정희 대통령 내외와 함께 있는 김종필 전 총리. [연합뉴스]

1973년 제2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손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답례하는 박정희 대통령 내외와 함께 있는 김종필 전 총리. [연합뉴스]

 “산 문재인이 죽은 박정희를 이길 수 없다.”

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101회 숭모제에 다녀온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숭모제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를 올렸다. 김 의원은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14일 경북 구미시 故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1돌 숭모제'에서 백승주 한국당 의원이 초헌관으로 제례를 올리고 있다. [뉴스1]

14일 경북 구미시 故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1돌 숭모제'에서 백승주 한국당 의원이 초헌관으로 제례를 올리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조차 금기시하던 '박정희 추모' 분위기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14일 박정희 숭모제가 대표적이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 주최로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엔 그동안 구미 지역구 의원(2명) 정도만 참석했다. 2010년 이래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이 참석한 때는 2012년이었다. 당시 심학봉ㆍ김태환(구미갑ㆍ을)ㆍ서상기(대구 북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18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101회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제를 다녀온 뒤 올린 게시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101회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제를 다녀온 뒤 올린 게시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하지만 올해엔 김진태 의원 외에도 강석호ㆍ윤상현ㆍ강효상ㆍ김석기ㆍ백승주ㆍ장석춘ㆍ최교일 등 한국당 소속 현역 8명이 참석했다. 지난해에도 현역은 3명(이철우ㆍ백승주ㆍ장석춘)뿐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 횟수와 수위도 변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13일 정부가 북한에 제주산 귤 200t을 보낸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 "제주도 감귤을 누가 심었는지 아는가. 1962년 박정희 최고회의장이 제주를 방문하면서 감귤 농사를 제안해 처음 도입됐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56년 전에 벌써 먹고 살길을 찾은 분과 그걸 3대 세습 독재자에게 갖다 바치는 분, 비교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달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제는 현대판 황제인데, 황제가 되려면 외교·국방·경제까지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며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지만, 박정희 같은 분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꿰뚫어 보았다는 측면에서는 천재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 나타났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는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사진 한국대학생포럼]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사진 한국대학생포럼]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 보수층에겐 '경제발전-반공'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박정희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악화-대북 유화정책' 이미지와 대비되는 캐릭터”라며 “결집할 수 있는 현실의 보수 아이콘이 없다 보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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