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1년 뒤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방전단을 배포하는 범인을 색출해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가면 판매를 중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기춘 전 실장은 2015년 5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풍자하는 사례가 있는데, 민정수석비서관은 관련자를 색출하고 수사해서 반드시 엄단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 우병우씨다.
이에 우 수석은 당시 법무비서관을 통해 임 전 차장에게 “대통령의 얼굴을 형상화한 가면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판매자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부과해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이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은 2015년 6월 “형사 책임을 부과하기는 어려우나 민사 책임과 관련해 ‘초상권과 성명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립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임 전 차장 공소장을 작성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사법부가 잠재적 일방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부 독립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