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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거래정지 최장1년 간다 … 20조 묶인 개인·기관 대혼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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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거래 정지] 시장 반응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결론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결론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3시30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주가는 하루 전보다 6.7% 오른 33만4500원으로 마감했다. 이 숫자는 앞으로 한동안 멈춰 있게 된다.

증선위 발표 뒤 시간외거래 출렁 #상장폐지 여부 결정에 시간 걸려 #제약·바이오주 주가에 큰 영향 #“상장 폐지는 안 돼” 게시판도 혼란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4시39분을 기해 삼성바이오 주식 매매 거래 정지를 결정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가 회계 원칙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발표한 바로 직후다. 이날 오후 3시30분 주식시장이 마감하긴 했지만 시간외거래부터 거래 정지가 적용됐다. 삼성바이오 주식을 시장에서 사고파는 일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거래 정지가 언제 풀릴지도 예단하기 어렵지만 삼성바이오 투자자가 걱정해야 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상장 폐지 여부다. 증선위 발표와 한국거래소의 거래 정지 공시로 삼성바이오 관련 주식 인터넷 게시판은 벌집이 됐다. “상장 폐지는 안 된다”는 염원성 글부터 “상장 폐지될 일은 죽어도 없다”는 희망 섞인 글, “국내 증시 사상 최악의 바이오 폭락이 닥칠 것”을 예상하는 글까지. 혼돈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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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감 후 10분 단위로 거래되는 시간외거래 시장 역시 이날 롤러코스터를 탔다. 증선위 발표 직전인 이날 오후 4시30분 24초 삼성바이오 주식은 이날 종가 대비 0.3% 오른 33만5500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하지만 증선위 발표 직후, 그리고 한국거래소의 거래 정지 조치가 있기 바로 직전인 오후 4시38분 59초엔 종가 대비 9.87% 급락한 30만1500원에 예상 체결 가격이 나왔다. 거래소가 4시39분을 기점으로 매매를 정지시킨 탓에 이는 호가에 그쳤고 실제 거래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패닉’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삼성바이오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22조1321억원이다. 코스피 기준 6위의 초대형 상장사다. 비슷한 절차를 거쳤던 대우조선해양도 삼성바이오의 규모에 견주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바이오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9.09%로 코스피 시장 전체 평균(22.5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90% 이상이 국내 개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 소유란 얘기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

다만 22조원어치 주식이 상장 폐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현실화 여부는 예단하기 이르다. 아직 절차가 많이 남은 데다 법리 공방도 예정돼 있다. 한국거래소는 증선위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적격성 심사에선 상장 폐지 여부가 아닌 상장 폐지 대상으로 심사할지 아닌지를 먼저 가린다.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어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 폐지해야 할지, 아닐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영업일 기준 35일 이내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심사위가 재무구조 개선 등 요청을 할 경우 거래 정지 기간이 최대 1년까지 길어질 수 있고, 1년이 지난 이후에도 다시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물론 상장 폐지가 결정되면 회사는 이의 제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런 이유로 거래 정지 기간이 1년3개월에 달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단 “상장 폐지와 정리매매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고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가에선 상장 폐지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한국항공우주·동아쏘시오홀딩스 등 이전 사례를 보면 대부분 재무적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재무 안전성에 심대한 문제가 없다면 상장 폐지 결정까지 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루한 공방이 예상되지만 당장 바이오 종목을 중심으로 한 공포 장세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바이오 주식은 거래 정지가 되지만 다른 제약·바이오주에 미칠 영향까지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바이오 종목 투자자는 물론 한국 증시 전체가 15일의 ‘두려운 아침’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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