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신고 미사일 기지를 계속 운용 중이라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로 촉발된 ‘삭간몰 파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미사일 기지 논란 직접 진화 나서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트윗 #국무부도 “그간 엄청난 진전” 가세 #워싱턴 조야 일부 회의론은 여전 #폼페이오·김영철 회담 또 연기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장소들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다.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11일 CSIS는 보고서를 내고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중 삭간몰 기지 등 13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근거로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이 대규모 기만술(great deception)을 쓰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는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NYT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 비정상적인 일(out of the normal)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또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비난했다. 또 “상황이 안 좋게 굴러가면 내가 직접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핵 위협은 사라졌다”고 선언했고, 이를 자신의 업적 중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북한 미사일 기지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소방수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3일 CSIS 보고서 관련 질문에 “명백히 우리는 북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매우 잘 인지하고 있다”고 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굳이 강조한 것도 북·미 협상의 동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국무부도 힘을 보탰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지난해 여름 탄도미사일들이 발사되던 때로부터 정말로 먼 길을 걸어 왔다”며 “우리는 그것을 진전으로 보고 있는데 많은 이가 이런 생각에 콧방귀를 뀌려(pooh-pooh)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여러분에게 말하겠다. 이전 미 행정부들이 10년 동안 한 것보다 지난 6~7개월 동안 북한과 더 많이 만나고 협상도 더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미국의 반응은 청와대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13일 “한·미 정보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CSIS 보고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는 북한이 핵 개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런 북한의 핵 활동을 중단시키고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위해 지금 협상 중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미사일 기지 논란은 북한에 대한 워싱턴 조야 일부의 회의론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또 제재부터 풀라는 북한과 비핵화부터 하라는 미국 간 본질적 의견 차이로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사일 기지 논란까지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물론 미국 측 협상 당사자들의 부담을 더 키울 전망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이 다음달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내년 1월 3일 새로운 의회 개원으로 하원에서 민주당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고위급 회담→실무대표 회담(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2차 북·미 정상회담의 수순이 연쇄적으로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싱가포르=위문희 기자 kim.hyun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