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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명중 4명은 위암 원인 ‘헬리코박터’ 감염...18년 만에 23%p 감소

중앙일보

입력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한국인 10명중 4명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18년 전과 비교하면 2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ㆍ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선희 교수팀은 국내 다기관 연구를 통해 지난 18년간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사는 세균이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과 위염, 위암과 같은 위장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핵가족화, 청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전국 10개 대학병원 및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6세 이상 2만3770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화기질환이나 증상 및 제균 치료 경험이 없는 1만6885명 중 43.9%(7416명)에서 헬리코박터균 항체 양성 소견, 즉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1998년의 항체 양성률(감염률)인 66.9% 보다 23%포인트 감소했다. 2005년 59.6%, 2011년 54.4%와 비교해도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지역별로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항체 양성률이 50% 이하였다. 이 세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항체 양성률의 감소 추세가 확인됐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60% 이상으로 조사됐던 1998년도의 결과와 비교해도 감소세가 뚜렷했다.

국내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국ㆍ찌개ㆍ반찬 등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는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감염률(약30%)과 비교하면 높지만 과거에 비하면 감소폭이 컸다.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발생률 1위 암이다. 헬리코박터 감염률 감소와 위 내시경 등 조기 진단ㆍ조기 치료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도 줄고 있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1년~2015년 위암 발생률은 남자 6.2%, 여자 5.1% 감소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제균 치료율을 조사한 결과 23.5%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13.9%에서 약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남성, 연령이 높을수록, 소화기 증상이 있을수록, 가계 수입이 높을수록, 그리고 흡연자들에서 제균 치료 시행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10월호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미국, 북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감염률이 30% 이하로 보고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국내 감염률은 43.9%로 선진국 보다는 다소 높지만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환자 교육과 매스컴을 통한 인식의 향상으로 제균 인구가 늘고 있어 국내 감염률은 앞으로도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선희 교수는 “2018년 1월부터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대상 및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돼 제균 치료율의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무증상 또는 만성 위염 정도의 증상만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굳이 제균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염자의 10% 정도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이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제균 치료를 받는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때 음식을 개인 접시에 덜어서 먹고, 요리할 때 간 본 숟가락을 다시 넣는 등 균을 옮길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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