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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이의 커리어상담소④] 갑자기 접힌 신사업… 어떤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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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TF팀을 맡은 대기업 18년차 이 팀장의 고민은?  

작년에 회사에서 전격 추진하는 신사업팀의 팀장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시작한지 1년 6개월만에 회사 경영진들이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고, 조금만 기다리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지수에요. 어쨌든 저는 전혀 상관없는 팀에, 저보다 나이 어린 팀장이 있는 팀에 팀원으로 강등되어 부서를 옮기게 됐습니다. 제가 뽑은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요. 내가 너무 일만 했나, 사내 정치를 못했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흩어진 팀원들을 보면서 자책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는 있지만, 하루하루 너무 우울합니다. 제가 이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을까요?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기도 한데, 인터뷰에서 이직 사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감정적인 결정이 아닌 것으로 보여질지, 막막합니다.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의 조언은?  

감정이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좌절하게 되는 순간은 회사가 내린 주요 결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죠. 이유도 모른 채 경영진들의 결정을 따라야 할 때 누구나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연말이 다가오며 회사들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시즌이라 그런지, 요즘 유독 이 팀장님과 같은 고민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해외에 국내 서비스를 런칭하는 일을 하는데 회사가 그것을 백지화하면서 구조조정 당한 분도 계시고, 또 다른 분은 믿고 따랐던 회사 상사의 권유에 따라 그 상사와 같은 회사로 이직을 결심하고 퇴사했는데, 이직하려는 회사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분도 계시고요. 이야기 듣다보면 저도 같이 화나는 일이 참 많기도 하고, 회사 일이 내 마음 같이 되기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요.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사진 폴인]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사진 폴인]

물론 회사 입장에서, 시간이 없기도 할 것입니다. A님이 그 회사에 다니셔서 더 잘 아시겠지만, 지금 국내 대기업 상황이 업종을 막론하고 그렇게 좋지 않죠. 기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버틸지를 고민함과 동시에, 앞으로 뭘 해야 버틸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 입니다. 삼성전자가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일반인에게 오픈하고, 현대차가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행보들을 보면,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죠. 더 이상, 예전과 같이 해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도 함께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참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기다릴 여유가 없기도 합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 아니니 비용 통제를 할 수 밖에 없고, 아이러니 하게도 리스크를 감수하기 보다는 투자 대비 수익률을 따질 가능성이 큽니다. 의사 결정도 쌍방향 소통보다는 일방향적으로 내려오거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게 될 것이고요. 회사가 좋지 않은 상황이면 좋아질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데, 막상 실천은 어려우니까요.

A님의 상황이라면, 저는 이직을 권하고 싶어요. 혹자는 “회사는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도 하죠. 하지만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그 회사에 얼마나 열정과 에너지를 쏟으며 다닐 수 있을까요? “적당히 일해야지”라고 영혼 없이 다니기엔, 이 팀장님은 일을 너무 좋아하고 진심으로 일하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꼭 그 회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분인데, 이 팀장님을 더 지원해주고 믿어주는 조직으로 옮긴다면 훨씬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조직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고 해도, 후배들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더욱 더 팀장님을 시험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고, 그만큼 팀장님도 부담을 느끼며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보이려 할 겁니다. 더 복잡하고 험난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팀장님이 TF팀을 이끌었던 경험을 발판으로 이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보았던 가능성과 가치, 성장성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새로운 회사에 어필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본인이 개척해 놓은 네트워크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것이 이직하려는 회사의 이익과 비즈니스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말이죠. 매출과 이익 그리고 예상되는 투자 비용을 시뮬레이션 해보았을 테니, 반드시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말씀하세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감정이 많이 상하셨겠지만, 새로운 회사에 그 감정을 드러내면 안됩니다.

이 팀장님은 시니어급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인건비 부담도 있고, 다른 조직원들한테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클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직할 때, 자신의 성과와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주면서, 팀장님이 합류함으로 인해 그 회사가 향후 창출할 수 있는 이익과 사업의 기회,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 중심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고,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말이죠.

또 다른 방법은, 회사 안의 커리어만 생각해 ‘이직’하시는 것이 아니라, 회사 밖의 커리어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했던 그 신사업 아이템에 확신이 있으시다면, 당장 그만두시기보다 회사에서 퇴근 후 그 사업의 사업성과 성장성을 좀 더 면밀히,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창업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생활연구소’라는 회사 아시나요? 카카오를 다니던 연현주 대표가 창업한 회사인데요, 연 대표는 카카오 재직 당시 청소 O2O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회사 내부 사정으로 당시 진행 중이던 O2O 프로젝트들이 전면 백지화 되었다고 해요. 그대로 회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손을 놔버릴 순 없었던, 무엇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청소 O2O 시장을 그냥 포기할 수 없었다는 연 대표는, 마음이 맞는 직원들과 ‘청소연구소’를 창업했습니다.

저는 대기업을 오래 다니신 분들의 무작정 창업, 특히 자신이 해오던 일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를 창업하는 것은 결사 반대합니다만, 이 팀장님은 생활연구소 연대표의 스토리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그 일을 하실 때 회사원의 관점으로 일을 바라보셨다면, 지금부터는, 이 일을 회사 대표로 자신이 이 아이템으로 창업해 비즈니스를 한다면 무엇을 더 알아봐야 하며 실제 고객은 누가 될 것인가의 관점으로 한번 바라봐 보세요. 열심히 일하며 만들어온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현실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회사의 울타리 안에서 이직을 하는 것과, 창업의 현실은 매우 다르니까요. 이 팀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꼭 그것을 회사 안에서만 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창업이 겁나고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되신다면, 연관되는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먼저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팀장님의 경력과 경험이 좋을 수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점은 주지하시고요, 연봉 등의 조건이 지금 회사와 좀 다르거나 낮아진다 하더라도, 당장 창업해 좌충우돌하는 것 보다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팀장님. 어차피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은 없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스스로의 경쟁력, 실력을 기르는 일 입니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요.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일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잘 해오셨어요,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펼쳐질 이 팀장님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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