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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로드]김치는 '식탁 위의 백신', 장 튼튼, 아토피도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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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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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김장철이다. 전통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는 세태 속에 ‘김포(김장포기)족’이 늘고 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김장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가정뿐 아니다. 최근 들어 지자체와 기업 등 곳곳에서 단체로 김장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서울시ㆍ메르세데스-벤츠 공동 김장 담그기 행사는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총 3452명이 참석해 김치 90t을 담가‘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김장 담그기(최다 인원 동시 김장)’부문 세계기록을 세웠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5회 서울김장문화제'에 참가자들이 '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김장담그기' 부문의 월드기네스 기록 도전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전의 월드기네스 최고 기록은 2013년의 2635명이다. [뉴스1]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5회 서울김장문화제'에 참가자들이 '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김장담그기' 부문의 월드기네스 기록 도전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전의 월드기네스 최고 기록은 2013년의 2635명이다. [뉴스1]

김치는 ‘식탁 위의 백신’이라 불릴 정도로 건강 발효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치가‘익는다’는 말은‘발효되고 있다’는 의미다. 김치가 익어가면서 맛이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발효를 일으키는 유산균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김치에는 약 40여 종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이 유산균 중 ‘류코노스톡’은 김치의 발효 초기에 자라면서 시원한 맛을 만들고, ‘와이셀라’는 발효 중기에 생육해 면역개선과 비만예방 등의 역할을 한다. 발효 후기에는 ‘락토바실러스’가 주종을 이루면서 신맛을 만들어 내고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김치유산균 락토바실러스 사케아이

김치유산균 와이셀라 시바리아
김치유산균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드

이런 김치 속 유산균들은 현대인의 난치병으로 불리는 아토피 피부염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기능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8월 세계김치연구소 미생물기능성연구단은 아토피 피부염의 예방과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김치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사케아이WiKim30’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생쥐에 김치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사케아이 WiKim30을 45일간 먹였다. 이 결과 생쥐의 아토피 증상이 약 35% 완화됐고, 아토피 유발의 지표 물질인 혈중 IgE의 생성도 약 45% 줄었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 김치 유산균 WiKim30 섭취 시 장내 유익균인 루미노코커스는 늘고, 유해균인 아르스로미투스와 랄스토니아 균은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김치 속 유산균도 생물인 만큼 사람 몸 속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 사람의 위 속에는 pH2에 달하는 강산(强酸)의 위액이 있고, 온도도 높다. 유산균은 섭씨 75도에 달하면 15초 만에 죽어버린다.

김치찌개 [중앙 포토]

김치찌개 [중앙 포토]

더구나 김치를 날 것으로 먹지 않고 김치찌개를 해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찌개가 섭씨 100도까지 끓게 되면, 유산균이 다 죽어버리는데…. 답을 먼저 말하자면‘그래도 김치 유산균은 몸에 유익하다’이다.

높은 온도나 산(酸)에서는 유산균이 죽는다. 이를 ‘사균(死菌)’이라 표현한다. 김치연구소 실험에 따르면 생쥐 실험 결과 사균 상태에서도 유산균은 아토피 증상 개선 효과가 생균의 60~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학종 세계김치연구소 연구개발본부장은“유산균이 고온 때문에 죽더라도 세포벽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죽은 유산균이라도 장에 도달하면 면역세포들이 이를 탐지해 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아토피 증상 개선 외에도 정장 작용 등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알아둬야 할 생활정보. 유산균도 생물인 만큼 수명이 있다. 김치 유산균은 숙성될수록 많아지지만, 4주쯤(섭씨 4도의 냉장고 안 기준)에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다시 줄어든다. 묵은지에는 그만큼 유산균이 적다는 얘기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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