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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사령관 ‘에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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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수정
김수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수정 논설위원

김수정 논설위원

‘대전차 군단’의 영웅 조지 패튼(1885~1945)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 중 한 말. “내가 육군 내 최고의 전차 지휘관이라고들 하지만 (나를 뛰어넘는) 동료가 있다. 에이브럼스. 그가 세계 챔피언이다.” 3군 총사령관 패튼이 언급한 부하는 미 육군의 전설,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2세(대장·1914~1974)다. 37전차연대 1대대장으로 독일군 기갑여단에 포위된 사단을 구하고 독일군을 섬멸했다. 베트남전·한국전에도 참가했다. 1972년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돼 M60 패튼전차를 대체하는 전차 개발을 제안·지휘하던 중 폐암으로 사망했다. 미 정부가 차세대 전차에 그의 이름을 붙였는데, 바로 현존 최강 M1에이브럼스 전차다.

에이브럼스의 세 아들은 장군이 됐고 세 딸도 육군 장교와 결혼했다. 장남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3세는 육군 준장으로, 둘째 존 넬슨 에이브럼스(지난 8월 작고)는 대장으로 예편했다. 3남 로버트 에이브럼스까지 직계에서 대장이 셋 나왔다. 아버지와 같은 기갑병과 출신에다 외모도 빼닮은, ‘군인 중의 군인(Soldier’s Soldier)’으로 불리는 막내아들이 지난 8일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부임했다. 한미연합사령관·유엔사령관 등 3개의 모자를 함께 쓴 그의 별명은 ‘에이브(Abe)’다. 공식 문서에 General Robert B. ‘Abe’ Abrams라 쓰기도 한다.

‘에이브’는 아버지가 그랬듯 현대 미국의 전쟁터를 누볐다. ‘사막의 방패’ ‘사막의 폭풍’ ‘이라크 자유’ ‘항구적 자유’ 등 작전을 지휘했다. 지난달 16일 노스캐롤라이나 전력사령부(FORSCOM)에서 열린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이임식. 전임자였던 마크 밀리 육군 참모총장은 “강한 추진력으로 미 육군의 대비태세를 이만큼 제고한 사람은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최고 전사(war fighter)를 한반도에 보낸다”고 했다. ‘에이브’의 모토는 ‘오늘 밤에 전쟁이 나더라도 싸워 이긴다(Ready to fight tonight)’는 대비태세다.

지난 8일 취임식에서 ‘한·미 양국 간 신뢰’와 함께 ‘fight tonight’ 정신을 강조한 에이브럼스는 이틀 만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은 26명.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진전’과 ‘군사적 리스크’ 사이 균형이 아슬아슬한 요즘,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을 한반도 안보 현실론으로 철회케 한 존 베시 사령관(76~79년 재직)을 얘기하는 이가 많다. ‘에이브’ 사령관은 한반도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김수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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