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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할리우드 뺨치다, 그녀들 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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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혜리(거울에 비친 사람)씨가 신세계 여성복 편집매장에서 할리우드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어보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영어강사 조미선(27.여)씨는 지난 주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겼다. 브런치란 'Breakfast(아침식사)'와 'Lunch(점심식사)'의 합성어로 오전 11시쯤 아침과 점심을 동시에 해결하는 식사를 말한다. 한끼 식사치곤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조씨의 제안에 친구 두 명이 흔쾌히 따라 나섰다. 모두 "미국 드라마에서 본 브런치를 꼭 한번 즐기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이날 나온 현혜리(28.여.대학원생)씨는 얼마 전 미장원에서 할리우드 스타인 사라 제시카 파커 스타일로 머리를 단장했다. 친구인 서현수(28.여.카피라이터)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산 제시카 알바 스타일의 블라우스를 입고 나왔다. 현씨는 "요즘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주제가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스타일' 로 흘러간다"며 "패션.뷰티에 있어선 할리우드 스타들의 영향력이 세다"고 말했다.

요즘 '할리우드 라이프 스타일'을 흉내 내는 20, 30대 직장여성들이 꽤 있다. 케이블TV를 통해 웬만한 미국 드라마를 다 볼 수 있는 데다 각종 잡지를 통해 생생한 할리우드 스타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간 유행의 시차(時差)는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브런치로 시작한 조씨 등의 '할리우드 스타일 따라잡기'에 동행했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여유있는 '브런치'=요즘 호텔뿐 아니라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브런치 메뉴를 마련한 곳이 부쩍 늘었다. 주5일제 근무의 정착, 맞벌이 부부 증가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업계에선 드라마의 영향도 컸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섹스&시티'에선 여자 주인공 4명이 주말마다 브런치를 즐긴다. 보통 오전 10시부터가 브런치 시간이다. 토스트.계란요리.베이컨 등 일반적인 아침 메뉴를 준비한 곳부터 주방장 특제 스테이크에 샴페인을 내놓는 곳까지 다양하다. 아침식사인 만큼 너무 배부르지 않은 양의 건강식이 많다.

호텔 레스토랑의 브런치는 메뉴에 따라 3만~6만원대다. 샴페인 등을 추가하면 8만~9만원 한다.서울 청담동.이태원 일대의 일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브런치는 1만1000원에서 2만원 사이다. 뷔페 형식으로 계절 과일을 내놓거나 주방장이 매번 다른 요리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브런치를 맛볼수 있는 웨스틴조선호텔의 나인스게이트, 케이트 모스 스타일의 ME글래디에이터 샌들, 니콜 리치 스타일의 KW오버사이즈 선글라스, ‘비욘세 목걸이’로 알려진 프래그먼츠 목걸이, 피지 생수(왼쪽부터).


◆인터넷으로 실시간 패션 따라잡기='프렌즈'나 '섹스&시티'등 유명 드라마에서 "누가 입은 옷이 예쁘더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날 즉시 인터넷 쇼핑몰엔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수십만, 수백만원짜리 진품 의류를 파는 곳부터 똑같은 스타일을 흉내낸 제품을 파는 곳까지 생겼다.

국내에 없는 브랜드 제품을 대신 사다주는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로 위즈위드(www.wizwid.com)와 엔조이뉴욕(www.njoyny)이 있다. 현재 위즈위드에선 할리우드 패션을 주제로 한 '스타일리쉬 스타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엔조이뉴욕은 사이트를 통해 스타가 입었던 옷.소품의 브랜드를 알려주고 해당 제품이나 다른 브랜드의 유사 제품을 판매한다.

G마켓(www.gmarket.co.kr)은 '스타패션 파파라치 샵'을 차려 사라 제시카 파커의 튜브탑 원피스, 시에나 밀러의 스키니진 등 할리우드 스타일의 제품을 팔고 있다. 위즈위드는 최근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쫙 달라붙는 스키니진▶린제이 로한이 즐겨 신는 굽이 없고 뭉뚝한 플랫슈즈▶얼굴을 다 가릴 듯한 복고풍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등을 추천했다.

◆백화점도 할리우드 스타 마케팅=백화점 역시 할리우드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에 열심이다. 신세계는 올해 초부터 본점과 강남점에서 '피지(FIJI) 생수'를 팔고 있다. 남태평양 피지산이다. 캐머런 디아즈 등 스타들이 파파라치(유명인에게 몰래 접근해 사진을 찍는 사람) 카메라에 찍힐 때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값은 국내산에 비해 3배(500㎖ 1800원)에 달하지만 잘 팔린다고 한다.

백화점 내 청바지 편집매장은 제품을 입은 스타의 사진을 동원, 판매에 활용한다. 현대백화점이 올 2월에 오픈한 청바지편집매장 '데님바'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청바지 브랜드 40여 개를 팔고 있다. 30만~70만원까지 하는 고가제품이지만 반응이 좋다. 신세계는 프리미엄진 편집매장 '블루핏''루키블루'를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의 편집매장 '스티븐알란'은 케이티 홈즈가 톰 크루즈와의 약혼발표 때 입고 나온 '헤비추얼' 청바지를 판다.

롯데 애비뉴엘에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베라왕'과 구두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 역시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다. 베라왕은 최근 여배우 심은하씨가 결혼식에서 이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입어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케이블 TV가 유행 산파역= 케이블TV는 할리우드 스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정보의 보고'다. 패션.스타일 채널에선 이들의 옷 입는 방식부터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준다. 미국 인기 드라마 역시 유행 따라잡기의 중계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채널로는 온스타일과 동아TV가 있다. 온스타일은 매회 한 명의 스타를 선정, 그의 패션.뷰티스타일 등 모든 것을 파헤치는 '스타 스타일 시즌5'를 방송하고 있다. 스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로부터 비법 등을 들어본다. 이번 시즌에선 제시카 알바, 린제이 로한, 힐러리 더프 등이 나온다. '101 셀러브리티 핫바디'에선 앤절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비욘세 등 '몸짱'스타 101명의 몸매 관리 비결 등을 소개한다.

동아TV의 인기프로로는 '트렌드 인 시네마'가 있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최신 할리우드 영화를 소개하면서 출연하는 스타들과 스타일리스트의 패션 코드를 분석한다.

글=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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