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원회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인 전원책 변호사를 9일 해임했다. 지난달 4일 ‘십고초려’ 끝에 영입한 전 변호사와의 덜커덩거리던 관계를 한 달 만에 끝낸 것이다.
전당대회 시기 이견 끝내 못 좁혀 #영입 한 달 만에 조강특위 위원 해촉 #김병준 “권한 넘는 주장, 수용 못해” #전원책 “나를 하청업체 취급한 것”
김용태 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비대위는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어제 비대위원회 결정사항에 대해 동의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위원직 해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곧장 입장문을 내 “비대위원장인 제 부덕의 소치”라며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는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의) 말씀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의 해임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싼 갈등이 주된 요인이다. 비대위는 예정대로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강조했지만, 전 변호사는 “면모일신 없이 ‘죽어도 2월’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7월 전당대회를 주장해 왔다. 이 같은 갈등이 표출되자 한국당 비대위는 8일 회의 후 “전당대회를 포함한 모든 일정에 변화가 없다는 비대위 결정을 조강특위가 준수해야 한다”며 전 변호사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이후 김 총장이 전 변호사를 만나 전당대회 연기 불가 입장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당 비대위는 당초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조강특위 회의에서 전 변호사의 입장을 확인한 후 해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전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7월 전당대회를 계속 주장하자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해임을 결정했다. 전 변호사에게는 문자로 해임 사실을 통보했다. 당 관계자는 “전 변호사가 전당대회 연기와 비대위 활동 연장을 주장할수록 ‘김병준이 뒤에서 조종한다’는 오해를 사는 게 김 위원장으로서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자신이 모셔온 인사를 스스로 쳐 내면서 당 쇄신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피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면모일신을 거부하는 정당에는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2월 말 전당대회를 하려면 12월 15일까지는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를 마쳐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2월 전당대회를 고집하는 김 비대위원장의 속뜻은 현역 의원들은 인적 쇄신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또 "2월 말 전대를 하라는 건 나를 하청업체 취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비대위는 일단 전 변호사의 후임 인선을 즉각 추진하기로 했다. 전 변호사의 추천으로 들어온 외부위원인 전주혜 변호사, 이진곤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윤리위원장, 강성주 전 포항 MBC 사장 등은 이날 조강특위 회의 후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진곤 위원은 “보수정당을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들어온 만큼 책임을 지고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 변호사 후임 인선에 대해 “당이 조강특위에 일방적으로 (새 인사를) 들이민다면 그분을 모시기 위해 전 변호사를 밀어낸 것밖에 안 된다”고 거리를 뒀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