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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낫다” 던 전원책, 한국당서 밀려났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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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호 07면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원회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인 전원책 변호사를 9일 해임했다. 지난달 4일 ‘십고초려’ 끝에 영입한 전 변호사와의 덜커덩거리던 관계를 한 달 만에 끝낸 것이다.

전당대회 시기 이견 끝내 못 좁혀 #영입 한 달 만에 조강특위 위원 해촉 #김병준 “권한 넘는 주장, 수용 못해” #전원책 “나를 하청업체 취급한 것”

김용태 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비대위는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어제 비대위원회 결정사항에 대해 동의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위원직 해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9일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임된 전원책 변호사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임된 전원책 변호사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곧장 입장문을 내 “비대위원장인 제 부덕의 소치”라며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는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의) 말씀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의 해임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싼 갈등이 주된 요인이다. 비대위는 예정대로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강조했지만, 전 변호사는 “면모일신 없이 ‘죽어도 2월’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7월 전당대회를 주장해 왔다. 이 같은 갈등이 표출되자 한국당 비대위는 8일 회의 후 “전당대회를 포함한 모든 일정에 변화가 없다는 비대위 결정을 조강특위가 준수해야 한다”며 전 변호사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이후 김 총장이 전 변호사를 만나 전당대회 연기 불가 입장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당 비대위는 당초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조강특위 회의에서 전 변호사의 입장을 확인한 후 해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전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7월 전당대회를 계속 주장하자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해임을 결정했다. 전 변호사에게는 문자로 해임 사실을 통보했다. 당 관계자는 “전 변호사가 전당대회 연기와 비대위 활동 연장을 주장할수록 ‘김병준이 뒤에서 조종한다’는 오해를 사는 게 김 위원장으로서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자신이 모셔온 인사를 스스로 쳐 내면서 당 쇄신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피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면모일신을 거부하는 정당에는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2월 말 전당대회를 하려면 12월 15일까지는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를 마쳐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2월 전당대회를 고집하는 김 비대위원장의 속뜻은 현역 의원들은 인적 쇄신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또 "2월 말 전대를 하라는 건 나를 하청업체 취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비대위는 일단 전 변호사의 후임 인선을 즉각 추진하기로 했다. 전 변호사의 추천으로 들어온 외부위원인 전주혜 변호사, 이진곤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윤리위원장, 강성주 전 포항 MBC 사장 등은 이날 조강특위 회의 후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진곤 위원은 “보수정당을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들어온 만큼 책임을 지고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 변호사 후임 인선에 대해 “당이 조강특위에 일방적으로 (새 인사를) 들이민다면 그분을 모시기 위해 전 변호사를 밀어낸 것밖에 안 된다”고 거리를 뒀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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