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선을 발표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9일 브리핑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경제부총리·정책실장 발탁 뒷얘기 #“주례보고 때 홍 후보자 추천한 듯” #임종석 실장과는 한양대 동문 #“경제 모르는 정책실장은 곤란” #여권 우려에도 대통령 무한신뢰
“경제부총리가 원톱”이라는 것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김동연·장하성(김&장) 체제의 불화설을 일신하고,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싣는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 이 총리가 깊이 관여했다는 것을 공공연히 내세웠다.
당초 청와대에선 “자존심이 강한 기재부 인사들을 장악할 힘이 있는 인사가 차기 부총리에 임명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 경제 부처를 경험했던 이른바 ‘올드맨’ 그룹이 하마평에 올랐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행시 23회)과 주형환 전 산업통상부 장관(26회) 등을 막판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실제 인사에서는 행시 26회 출신인 김동연 부총리보다 3년 후배인 홍 후보자(29회)가 낙점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 출범 이후 70여 차례 지속한 이 총리의 대통령 주례 보고 과정에서 홍 후보자에 대한 천거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이 총리와 가깝다. 또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한양대 동문이기도 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둘째)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의 인선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11/10/123555ef-ea8e-4385-bc28-dd6f984f8659.jpg)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둘째)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의 인선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총리 등의 추천이 홍 후보자 지명에 작용했다면,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의 임명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됐다는 평가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김수현 사회수석이 일찌감치 거론되자 노무현 정부의 초대 정책실장이었던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경제를 모르는 분은 정책실장을 맡기 곤란하다”며 공개적인 비토를 했다.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며 주류 경제학자이자 ‘노무현 경제교사’로 불렸던 조윤제 주미 대사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결정이 바뀌진 않았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의 거부감에도 김수현 사회수석이 정책실장으로 발탁된 데엔 “소득주도 성장론이 흔들리면 단지 경제 방향이 아닌, 정권 차원의 구심력이 와해할 수 있다”는 청와대 내부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주도권을 쥔 ‘586(50대의 80년대 학번의 60년대생)’과 김 실장의 원만한 관계도 한 요인”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가 이날 못박은 ‘홍남기=원톱’을 두고 청와대의 언급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영찬 수석부터 “홍 부총리가 야전 사령탑으로 경제를 총괄하고, 김 실장은 포용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를 ‘원톱’이라고 칭하긴 했지만 사실상 ‘큰 그림’은 청와대가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청와대와 내각에 홍 후보자보다 ‘행시 선배’들이 적지 않은 것도 관전 포인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25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26회),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27회) 등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아무리 홍 후보자를 경제사령탑이라고 치켜세워도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힘을 실어 준 김수현 정책실장이 오히려 장하성 실장 때보다 더 강하게 ‘그립’을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연 “정계 진출 생각해본 적 없다”=물러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정계 진출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청와대에) 섭섭한 감정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무직 인사는 인사결정권자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며 “후임자의 청문회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예산안·예산 부수 법안 통과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책임져야 한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정계 진출설을 두곤 “러브콜이 온 적도, 전화를 받은 적도 없다”며 “정치를 준비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부인과 함께, 5년 전 백혈병으로 숨진 큰아들의 납골묘를 찾았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오후 6시쯤 업무를 마치고 정책실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이후엔 대통령 관저에서 문 대통령과 ‘고별 만찬’을 했다고 한다.
손해용·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