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인 전원책 변호사에게 “비대위 결정을 따르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한 뒤 이를 거부하면 전 변호사를 해촉(解囑·위촉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함)하기로 했다. 전 변호사는 최근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두고 비대위와 갈등을 빚어왔다.
전원책 전대 연기 주장으로 갈등 #비대위 “조강특위 활동 1월 끝내야” #전원책 “다른 위원들과 거취 상의” #불안한 동거 40일 만에 결별 위기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김용태 사무총장은 “전당대회를 포함한 모든 일정에 어떤 변화도 없다는 비대위 결정을 조강특위가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또 “조강특위의 활동기한은 1월 중순 전에 종료돼야 한다. 조강특위가 가진 당협 재선임·교체·공모 역할을 벗어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에게 보내는 일종의 최후통첩이었다.
김병준 위원장도 “오늘 아침 비대위원장의 조강특위 임면권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 ‘면’(免)에 대해서는 비대위원장이 독단으로 결정하거나 비대위 협의를 거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비대위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 변호사가 권고를 거부하면) 해촉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데에 (비대위가) 의견을 모았다”며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대위의 최후통첩에 대해 전 변호사는 이날 오후 통화에서 “비대위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내 거취에 대해 다른 조강특위 위원과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김병준-전원책의 불안한 동거가 40여일 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김병준 비대위는 지난 9월 말 당의 인적 쇄신 작업을 하는 조강특위 위원으로 정치평론가인 전 변호사를 영입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삼고초려, 오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까지 했다”고 했다. 전 변호사도 “칼자루를 쥐었으니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비대위는 전 변호사에게 외부위원 영입권을 주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전 변호사가 잇따라 돌출발언을 하면서 둘은 균열을 빚기 시작했다. 전 변호사는 각종 인터뷰에서 “홍준표와 김무성이 (전당대회 출마를) 고집하면 무덤을 파는 일” “태극기 부대는 극우가 아니다” “박근혜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전 변호사가 거침없이 소신을 피력하자 김 위원장은 “학자로서의 의견과 조강특위 위원으로서의 의견이 구분이 잘 안 돼 혼란이 많은 것 같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후에도 둘은 지도체제, 컷오프 비율 등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갈등이 깊어졌다. 비대위는 예정대로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강조했지만, 전 변호사는 7월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면모일신 없이 ‘죽어도 2월’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맞섰다.
이처럼 두 사람이 충돌한 저변엔 ‘전권’(全權)에 대한 해석 차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를 선임하며 ‘전권을 주었다’고 했는데, 김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교체 등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권한으로 한정했다면 전 변호사는 한국당은 물론 보수진영의 전반적인 물갈이까지 자신의 몫으로 생각한 듯싶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가 해촉되면 한국당 조강특위도 위기를 맞게 된다. 외부위원인 전주혜 변호사, 이진곤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윤리위원장, 강성주 전 포항 MBC 사장 등은 전 변호사의 추천에 따라 들어왔다. 자칫 동반 사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비대위 관계자는 “다른 외부위원들도 전 변호사 행동에 반감이 있었기에 추가 이탈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 변호사의 중도 퇴출은 ‘김병준호’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 변호사가 한국당 인적 쇄신의 상징처럼 부각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자신의 영입 인사까지 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른 당내 인사 교체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란 분석도 나온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