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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없앴더니…1000만명이 26조원 '토스'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진짜 그게 돼?"

2015년 2월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Toss)가 처음 출시됐을 때,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했다.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상대방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계좌 이체(송금)가 된다는 토스의 얘기가 선뜻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공인인증서는 계좌 이체를 포함한 인터넷 뱅킹의 필수 요소로 인식됐다. 이들은 속는 셈 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10원, 100원을 송금했고 제대로 돈이 전달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토스'를 경험한 사람(누적 가입자)이 이달 들어 1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토스를 이용해봤다는 얘기다. 토스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100만 건이고, 토스에 등록된 은행ㆍ증권사 계좌 수를 전부 더하면 1200만개에 이른다.

10원, 100원씩 오가기 시작했던 송금액은 이달까지 누적 26조원을 돌파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금고와 인천시 금고의 자금 규모를 합친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서비스 출시 후 3년 9개월 만에 올린 성과다.

토스의 성장세는 매출로도 확인된다. 서비스 출시 이듬해인 2016년 34억원이던 매출액이 2017년에는 206억원으로 6배나 늘어났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매출액이 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무명의 앱이던 토스를 ‘국민 핀테크’ 도구로 만든 건 혁신과 젊음이다. 금융사들이 공인인증서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 토스는 은행의 자동출금서비스(CMS) 기능을 활용해 공인인증서 없이 30초 만에 송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다른 금융사들이 공인인증서 없는 보안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호소할 때 토스는 본인 인증, 휴대폰 점유 인증, 계좌 점유 인증 등 세 가지 인증만으로도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바꾸자"는 생각이 혁신의 출발이었다.

그 혁신 정신에 20ㆍ30대 젊은 사용자들이 적극 호응했다. 1000만명이 넘는 토스 가입자 중 45%가 20대이고, 30대가 21%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0~30대 젊은 고객군 비중이 높다는 건 이들의 사회적 성장과 함께 토스가 더 크게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도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비바리퍼블리카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세콰이어 차이나로부터 4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3월엔 미국 페이팔 컨소시엄으로부터 55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알토스 벤처스ㆍKTB네트워크 등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투자받은 금액까지 모두 더했을 때 누적 투자액은 13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또 다국적 컨설팅 그룹 KPMG와 핀테크 분야 벤처캐피탈 H2벤처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2018 FINTECH 100 : Leading Global Fintech Innovators)' 조사에서 50대 혁신기업(Top 50 Established Companies) 부문 28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대표 송금앱 ‘토스’를 내놓은 이승건(36)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제공=토스]

국내 대표 송금앱 ‘토스’를 내놓은 이승건(36)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제공=토스]

토스의 향후 목표는 간편 송금을 넘어 다목적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미 카드 및 보험 간편조회ㆍ종합자산관리계좌(CMA)ㆍ부동산 소액투자ㆍ간편환전ㆍ해외주식투자 등 25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은행ㆍ증권ㆍ금융투자ㆍ카드 등 70개 금융사 및 85개 결제 플랫폼 등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토스는 소비자의 금융 생활을 혁신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1000만 가입자 돌파를 계기로 향후 소비자가 토스 앱 하나로 모든 금융 생활을 쉽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발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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