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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젠 청산 선언한 도시바…한전, 영국 원전 수출 차질

중앙일보

입력

도시바가 뉴젠의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뉴젠은 한국전력이 추진하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사업권자다. 당초 한전은 도시바가 보유한 뉴젠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법인 청산 결정에 따라 영국에 원전을 수출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영국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짓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조감도.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한국의 두 번째 원전 수출이다. [사진 뉴젠]

영국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짓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조감도.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한국의 두 번째 원전 수출이다. [사진 뉴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도시바는 8일 “여러 업체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2018년 회계연도(2019년 3월 말) 내에 뉴젠 매각을 완료하기 어렵다”며 “뉴젠을 계속 운영하는 데 필요한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청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하고 청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당초 도시바와 한전은 올 6월 15일까지 협상을 마치기로 했지만 한 차례 기간 연장(1개월)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7월31일 한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고 통보한 도시바는 이후 캐나다·중국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마땅한 사업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매각 지연에 따른 비용이 청산 비용보다 클 것으로 판단하고 사업을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전이 추진해 온 영국 원전 수출 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뉴젠의 청산 결정에도 영국은 약 150억 파운드(약 22조원)를 투입해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짓는다는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무어사이드 사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의 원전 건설 의지가 강해 어떤 형태로든 사업 추진은 재개될 것"이라며 “뉴젠이 보유한 사업권이 영국 정부에 반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 정부와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도시바-한전 삼자 구도에서 영국 정부-한전 양자 구도로 바뀌는 셈이다.

협상이 잘 진행되면 한전이 대지를 매입해 원전 건설과 운영에 관여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리란 관측이다. 이미 영국 정부는 무어사이드 원전에 ‘RAB(규제자산기반)’라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영국 정부는 발전차액정산제도(CfD)를 적용하려 했다. CfD는 사업자가 건설을 책임지고, 30~40년간 발전요금을 받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RAB는 정부가 건설비를 지원하고 이후 운영에도 어느 정도 관여한다. CfD에 비해 수익성은 낮을 수 있지만, 영국 정부의 보증이 있어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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