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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의 에듀테크 탐사] ①일본 시골 학교에 로봇이 오다

중앙일보

입력

세상은 하루게 다르게 변하는데 왜 학교의 모습은 과거와 똑같을까요? 중앙일보 박해리 기자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만남 '에듀테크(EduTech)'를 통해 변화할 가까운 미래의 교육 현장을 10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PC실에서 학생들이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활용해 프로그래밍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PC실에서 학생들이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활용해 프로그래밍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달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 초등학교. 이 학교 PC실에선  6학년 1반 학생들이 로봇과 함께 프로그래밍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고개 숙인 로봇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로봇이 고개 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1300년 전통의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사가 현의 타케오(武雄)시. 인구 5만 명의 조용한 지방 소도시다. 이곳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애용했다는 온천 외에도 유명한 것이 있다.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다. 타케오시는 7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정보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학생당 1인 1 디바이스 지급을 실현한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PC실에 6학년 1반 학생들이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와 함께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왕준열]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PC실에 6학년 1반 학생들이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와 함께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왕준열]

만지고 말걸고...감정인식 로봇과 함께 수업  

이날 수업에 사용된 로봇은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다. 총 28명의 학생은 4~5명씩 그룹을 지어 앉았다. 학생들은 ‘학교 안 도서관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주제의 퀴즈를 그룹당 1대씩 배정된 페퍼와 함께 프로그래밍으로 풀어나갔다. 학생들은 페퍼와 연동된 태블릿PC도 사용했다. 학생들은 로봇을 만지고, 말을 걸고, 태블릿에 명령어를 입력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PC실에서 학생들이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활용한 프로그래밍을 진행 중이다. [사진 왕준열]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PC실에서 학생들이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활용한 프로그래밍을 진행 중이다. [사진 왕준열]

6학년 카와소에 키라(11) 학생은 “로봇과 함께하면 혼자 할 때보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야마타마키 타케오 시립 초등학교 교감은 “ICT (정보통신기술) 교육을 통해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지매(왕따) 같은 것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페퍼는 세계 최초의 감정인식 로봇이다. 키 120cm, 몸무게 28kg의 페퍼는 가슴에 터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서비스나 비즈니스 중심으로 개발된 로봇이지만 프로그래밍 교육 등 학습용으로도 사용된다. 최근 영국 의회에 출석해 연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프로그래밍 교육 의무화에 맞춰 지난해 17개 지자체 산하 282개 공립 초등ㆍ중학교에 페퍼를 무상으로 대여했다. 약 9만1000명의 공립학교 학생들이 2000대의 페퍼 로봇을 활용해 프로그래밍을 배운다. 타케오 초등학교도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5학년 1반에서 수학 교사가 전자칠판을 사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5학년 1반에서 수학 교사가 전자칠판을 사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연습장 대신 태블릿, 칠판대신 전자칠판으로... 

같은 날 2교시 5학년 1반 교실에는 전자칠판과 태블릿을 활용한 수학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주제는 평행사변형 면적을 다양한 방법으로 구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태블릿PC를 이용해 평행사변형을 자르고, 움직이고, 붙이며 면적을 구해나갔다.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이 전자칠판을 활용하며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이 전자칠판을 활용하며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각자 학습활동 시간이 끝나고 5명 학생이 발표했다. 평행사변형을 반으로 잘라서 삼각형 면적을 구한 뒤 두배 곱하는 방식, 평행사변형을 세 조각으로 나눠 직사각형을 만든 뒤 면적을 구하는 방식 등 발표한 다섯명 학생 모두 각자만의 방식을 설명했다. 시바무라 유키 수학 교사는 “아이들이 ICT를 이용해서 수업하니까 굉장히 흥미를 느끼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통 태블릿을 활용하는 학교와 다르게 이 수업이 특별한 점은 태블릿 이용과 노트필기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책상에는 태블릿·풀·연필·지우개가 있었다. 학생들은 태블릿을 터치하며 그림을 그리다가 다시 연필을 잡고 노트에 필기했다. 수업에 참여한 5학년 1반 학생은 “태블릿을 사용하면서 노트 필기를 같이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이전 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보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이 태블릿PC를 사용하여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지난 16일 일본 사가현 타케오 시립 타케오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이 태블릿PC를 사용하여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왕준열]

야마타마키 교감은 “교과서·,노트만으로 수업할 때는 아이들의 시선이 아래로만 향하고 흥미가 없었는데 전자칠판과 태블릿이 들어오면서 선생님 말씀에 더 귀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후쿠다 타케오시 ICT 교육감은 “ICT를 활용한 수업은 국어·사회·영어 등 다양한 과목의 학습에 도움되고 아이들의 흥미와 동기유발에도 좋아 시 차원에서도 앞으로 더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타케오=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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