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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바이오벤처 모인 홍릉에 로레알·피앤지 지갑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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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홍릉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한 벤처기업 지파워의 연구원들이 피부 장벽 기능 측정을 위한 센서를 개발해 시험 중이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지난해 7월 문을 열고 입주사를 모집했다. [사진 서울시]

서울 홍릉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한 벤처기업 지파워의 연구원들이 피부 장벽 기능 측정을 위한 센서를 개발해 시험 중이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지난해 7월 문을 열고 입주사를 모집했다. [사진 서울시]

피부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회사인 지파워는 올초부터 홍콩·대만·싱가포르의 화장품 매장에 고객용 피부 측정 앱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도 세웠다. 존슨앤드존슨·피앤지(P&G)·로레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지파워의 고객사가 됐다.

1년 만에 본궤도 ‘서울바이오허브’ #서울시가 나서 벤처-투자자 연결 #입주기업들 300억 투자유치 성과 #“바이오·의료 미래 먹거리 키울 것”

지파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낮아 해외 시장은커녕 국내 시장에서도 마케팅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창희 지파워 대표는 “개인적인 인맥을 총동원해 제품을 홍보하는 수준이라 만날 수 있는 고객사가 한정됐고 시간도 오래 걸려 답답함이 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지파워가 지난해 12월 홍릉에 위치한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하면서 한꺼번에 해결됐다. 한 대표는 “이곳은 바이오벤처사의 전진기지 같은 곳”이라면서 “국내외 대기업과 대학·병원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집결돼 있어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서울시가 바이오 분야의 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서울바이오허브를 중심으로 2021년까지 총 사업비 1313억원을 들여 서울 동대문구 홍릉 일대를 ‘동북아 바이오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현재까지 이곳에는 22개의 창업 기업이 입주했다. 지금까지 이들 기업의 투자유치 금액은 300억원에 이른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창업 5년 이하의 초기 기업과 예비 창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바이오 창업은 다른 분야보다 기술력은 물론 초기 자본이 엄청나게 요구된다”면서 “서울바이오허브에서는 창업자와 투자자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체약물복합체(ADC) 개발 회사인 앱티스는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한 뒤 벤처캐피탈 회사 3곳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허욱 앱티스 경영기획실장은 “이곳에 입주하자 투자관계자들이 자주 찾아와 우리 회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며 만남을 요청했다”며 “서울시가 일정한 기준으로 선정해 입주시킨 회사들이어서 투자자들도 좀 더 신뢰하고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기업 22개사를 모집할 당시 124개 기업이 지원해 경쟁률이 5.6대 1이었다. 서울시는 이들 기업들을 기술력·경영능력·사업계획 등 12개 지표로 심사해 입주사를 선정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조성에 힘을 쏟는 건 이 분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라는 분석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이 되면 세계경제가 ‘바이오 경제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오 경제란 생명과학 발전으로 제품·서비스를 향상시켜 인류에 편익을 주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의료 산업에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미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바이오 국가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54개국 중 26위다. 미국이 압도적인 1위고 싱가포르·덴마크·스위스·스웨덴이 뒤를 잇는다. 한국은 2009년 15위를 차지했으나, 바이오 산업에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순위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는 “한국 바이오 분야는 관련 논문 발표가 많고 수준도 높지만 산업과 잘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인동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홍릉의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는 대학·연구소·병원·산업계·투자자가 장벽 없이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융합의 장”이라면서 “이곳에서 학계의 연구결과가 기술과 서비스, 제품 등 결과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주 서울대 임상시험센터장은 “사실 신약 하나가 개발되면 10조원어치 팔려나가는 건 흔한 일”이라며 “바이오·의료 분야 성공의 키는 신약·신기술 개발인데, 여기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대학·벤처·대기업·투자자가 같은 공간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클러스터를 통한 바이오·의료 산업 발전 사례를 공유하고 홍릉클러스터의 글로벌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올해 3년째를 맞아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바이오 스타트업의 중심지, 서울’이라는 주제로 명사 초청 강연과 토론회를 연다. 국내 바이오벤처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설명회도 진행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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