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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판부·판문점선언 … 핫이슈 빠진 합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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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소하 정의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한병도 정무수석,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소하 정의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한병도 정무수석,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들이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 뒤 발표한 12개 합의문에는 민생·경제·안보 등의 현안이 망라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지난주 내내 만나 여·야·정 협의체 의제를 사전 조율한 결과다. 특히 청와대와 여야는 최근 경제침체 상황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민생경제 분야에선 여러가지 합의사항을 내놨다. 합의문 1항에 “소상공인과 자영업,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법안처리 및 예산반영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고 적시했다. 또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에서 4차 산업 혁명 관련법 등 각종 규제개혁 입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8월 회동 때 규제개혁 입법에 힘을 내기로 한 뒤 한 달 뒤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은행특례법을 처리한 사례가 있다.

야권, 탈원전·고용 양보 얻었지만 #고용세습 국정조사 접점 못 찾아 #여야 충돌 불씨는 계속 남아 #문 대통령, 김정은 환영 결의문 요청 #“판문점선언 비준은 안 서두를 것”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입장에선 탄력근로제 관련 합의를 얻어낸 것은 정치적 소득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야당에서는 주52시간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해 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후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는 데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수용해 줬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의 속도조절과 관련된 내용을 합의문에 담은 것도 성과로 내세웠다. 다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 재고’라는 표현을 원했지만, 문 대통령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지방분권 관련 법안을 신속히 논의하기로 한 것은 문 대통령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확대를 위해 중앙 사무를 지방에 일괄 이양하고 지자체의 실질적 자치권과 주민자치를 확대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을 통해 여야 협치의 틀을 세웠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실질적인 협치 틀로서 작용을 해야만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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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합의문에 담은 게 주된 성과다. 이들 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협치의 첫 삽은 떴지만 주요 쟁점 사안에선 별다른 합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특별재판부 설치는 합의문에서 아예 빠졌다. 공기업 고용세습 의혹은 합의문에는 포함됐지만, 쟁점인 국정조사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국회가 환영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 채택을 바란다고 했지만, 한국당이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은 국립 현충원 헌화와 천안함 유족들에게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에 대해서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덮는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청와대와 여야가 협치의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해 민감한 현안은 합의문에서 모두 빼버린 셈이다. 또 합의문도 원론적 표현이 많아 이날 회동에도 불구하고 여야 충돌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여·아·정 협의체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가까이 더 진행됐다. 오찬 메뉴로는 탕평채가 상에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조 때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의 음식상에서 처음 나와 조화와 화합을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성·성지원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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