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붙어" "쳐봐 쳐봐"…예산 심사 첫날, 낯뜨거운 막말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되자마자 여야가 막말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첫날인 5일 오후 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적하는 야당과 이를 반박하는 여당이 설전을 벌였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정식 민주당 간사 [중앙포토]

이 와중에 일부 여야 의원 사이에선 “한주먹도 안 되는 게”, “나가서 붙어” 등 험한 말이 오갔다. 언쟁은 최근 경제 지표 하락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를 지적하는 야당과 정부측 입장에 선 여당 사이에서 벌어졌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비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날을 세운 게 발단이 됐다. 직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때와 주요 경제지표(민간소비, 수출 등)를 비교하며 지금의 경제위기론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본격적인 충돌은 이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불거졌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전례를 들어보이며 야당에게 판문점 선언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장 의원은 “우리 당 송언석 의원은 기재부 차관 출신이고 경제전문가"라며 "'야당이 경제위기를 조장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여당)이 오히려 독해능력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박영선 의원이 그래프로 헛된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면 괜찮은 얘기냐”, “예산심사 첫날부터 야당의원에 명예훼손성 발언을 삼갔으면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여당 의원석에서 고성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박영선 의원의 질의는 야당의 공세에 위축되지 말고 객관적 팩트로 대응하라는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 의원이 “말을 참 교묘하고 야비하게 한다”고 맞받으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진 제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후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으로 발언 순서가 넘어 갔지만 여야간 언쟁은 계속됐다.
막말과 고성이 뒤섞이면서 “한 주먹도 안 되는 게” “나와서 붙어”라는 발언이 나왔고, 실제로 여야 의원은 예산결산 심사위원장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도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나가자”며 얼굴을 붉혔고, 장제원 의원도 “쳐봐, 쳐봐”라고 맞받았다. 장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의원이 밖으로 나오라고 해서 따라 나갔을 뿐”이라며 “상대쪽에서 험하게 대해 ‘쳐보라’는 정도로 대응하면서 언쟁을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