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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A랜드 1년 더? FA로 다른 팀? 고민 빠진 류현진

중앙일보

입력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인다면 1년 더 다저스에서 뛰게 된다. [AP=연합뉴스]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인다면 1년 더 다저스에서 뛰게 된다. [AP=연합뉴스]

다저스에서 1년 더 뛸까, FA 장기 계약을 노릴까. 류현진(31)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1년 재계약 제시를 의미하는 퀄리파잉 오퍼(QO)를 했다. 퀄리파잉 오퍼는 원소속팀과 FA(자유계약) 선수의 1년 짜리 재계약이다. 연봉은 메이저리그 상위 연봉 125명의 평균액이다. 내년엔 1790만 달러(약 200억원)다. 2013년 6년 36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다저스에 입단한 올해 류현진의 연봉은 783만 달러(87억원)다.

QO는 단년 계약이지만 꽤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그래서 원 소속구단은 A급 선수가 아니면 QO를 제안하지 않는다. 올해도 패트릭 코빈(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댈러스 카이클(휴스턴 애스트로스), 크레이그 킴브럴(보스턴 레드삭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야스마니 그랜달(LA 다저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A J 폴락(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7명만 QO를 받았다.

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야구 운영부문 사장은 류현진에게 1년 재계약을 제안했다. [AP=연합뉴스]

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야구 운영부문 사장은 류현진에게 1년 재계약을 제안했다. [AP=연합뉴스]

류현진이 열흘 이내인 13일까지 QO를 받아들인다면 내년에 200억원을 받고 다저스에서 뛴다.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재취득한다. QO를 받아들일 경우 올해의 두 배가 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성적에 따라 다시 몸값이 달라지게 된다. 'FA 재수'인 셈이다.

다저스는 1년 더 뛰기엔 매우 좋은 환경이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이 투수친화적인 데다 LA는 한국인이 생활하기 매우 좋은 환경의 도시다. 익숙한 팀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고, 몸값을 올리기도 나쁘지 않다. QO는 평생 한 번만 제안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완벽한 자유의 몸이 된다는 장점도 있다.

QO를 받는 바람에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QO를 거절한 선수를 영입한 팀은 신인 지명권을 잃고, 해외 아마추어 계약선수 제한금액이 줄어드는 페널티를 받는다. 최근 MLB 트렌드는 젊은 선수를 키워 FA가 되기 전에 싼 값으로 기용하는 것이다. 특급 FA가 아니면 신인 지명권을 잃어가면서 FA와 계약하지 않는 추세다. QO를 거절한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1000만 달러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계약을 하는 선수의 연봉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QO를 거절하고 미네소타와 계약한 뒤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된 랜스 린. [AP=연합뉴스]

지난해 QO를 거절하고 미네소타와 계약한 뒤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된 랜스 린. [AP=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QO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온 선수들은 'FA 미아'가 되기도 했다. 마이크 무스타커스, 그렉 홀랜드, 랜스 린은 올해 3월까지 팀을 찾지 못했다. 결국 QO 금액보다 낮은 금액에 1년짜리 계약을 맺기도 했다. 류현진과 같은 31살의 선발투수 린은 지난해 미네소타와 1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시즌 도중 양키스로 트레이드됐고, 10승10패·평균자책점 4.77에 그쳐 몸값이 더 떨어졌다는 평가다.

현재 류현진의 시장 가치는 높은 편이다. 올 시즌 15경기 선발로 나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를 기록했다. 각종 매체에서 선정한 FA 랭킹에서도 코빈, 카이클, 찰리 모튼(휴스턴), 네이선 이볼디(보스턴)에 이어 선발투수 5~7위 정도 평가를 받고 있다. ESPN은 '3년간 부상과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지만 2018 후반기는 엄청났다'고 호평했다. 이어 '하지만 내년 3월 32살이 된다. 건강하게 30번의 선발등판이 가능하다면 연평균 2000만 달러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의 대리인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의 계약은 최소 6000만달러(678억원)부터 시작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 선발투수 공급이 풍족하다는 건 류현진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다.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가 옵트아웃(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을 포기했지만 FA 선발투수가 많다. J.A. 햅, C C 사바시아(이상 뉴욕 양키스), 데릭 홀랜드(샌프란시스코), 웨이드 마일리(밀워키) 등 류현진의 대체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왼손 선발이 많다. 다행인 건 수요도 많다. 양키스,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FA 시장 큰손들이 재정적인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야후 스포츠는 '내년 FA 시장은 예년보다 활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미국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류현진이 내년 시즌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3점대 평균자책점 달성이 가능하다고 점쳤다.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는 류현진이 2019시즌 28경기에 선발로 나서 153이닝을 던지면서 10승 9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할 것으로로 전망했다. 대체선수 대비 기여(WAR)는 2.2로 올해(2.0)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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