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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경제, 시장에만 못 맡긴다” … 여권 “고별사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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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장 실장은 경제 위기 비판에 대해 ’우리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의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장 실장은 경제 위기 비판에 대해 ’우리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의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동반 교체설’이 제기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당·정·청서 소득성장 소신 강조 #“근거 없는 위기론 경제 힘들게 해 #내년 예산 통과 땐 효과 체감할 것” #“일자리 늘지 않아 송구” 사과도

장 실장은 이날 두 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회의 모두발언 시작 때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의 삶이 힘겹고,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아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했고, 발언 말미에도 “변화의 과정에서 고통받는 일부 국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장 실장 발언의 주안점은 현 경제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는 “일부에선 (현 상황을) 경제위기로 규정하지만, 2% 후반의 잠재성장률은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또 “국민의 형편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나아지지 않는, 목적을 상실한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3대 경제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과 법률안이 통과돼 집행되면 내년에는 (3대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 이후 후속 조치와 입법 추진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교체설이 제기된 이른바 ‘김 & 장’의 표정과 발언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이 같은 장 실장의 ‘소신 발언’을 두고 “사실상 고별사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 실장은 회의 직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에게 “인사 문제를 내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입을 닫았다. 별도의 공개 발언이 없었던 김 부총리는 회의 뒤 인사 관련 질문에 “(지난 1일) 혁신성장 관계 장관회의 끝나고 (입장을) 말씀드렸다”고만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의 거취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연가 뒤에 두 사람의 거취에 대해 추가로 언급한 말은 없다. 인사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서도 “두 사람의 ‘동반 교체설’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상황에서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핵심 관계자는 “원래 예산 정국이 끝나는 시점에 두 사람의 거취를 함께 결정하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요즘 연일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장 업무를 지속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현재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구체적 인사를 대상으로 검증작업을 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문 대통령이 어느 정도 검증된 인사를 후임으로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과거 경제 파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올드맨’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정가에선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장 실장의 후임으로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유력히 거명된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문재인 정부 2기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치인보다는 부처 출신 전문가 등용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실장은 병역 면제가, 임 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문제 등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된다. 윤 실장은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김수현 수석 역시 노무현 정부 때의 ‘종부세 논란’ 당사자인 데다 최근 부동산 폭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게 꼬리표로 달려 있다.

강태화·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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