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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듯 소득주도성장 역설…"장하성 고별사로 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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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교체설’이 제기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 실장은 이날 두 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회의 모두발언 시작때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의 삶이 힘겹고,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아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했고, 발언 말미에도 “변화의 과정에서 고통받는 일부 국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장 실장 발언의 주안점은 현 경제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는 “일부에선 (현 상황을) 경제 위기로 규정하지만, 2% 후반의 잠재성장률은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또 “국민의 형편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나아지지 않는, 목적을 상실한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3대 경제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과 법률안이 통과돼 집행되면 내년에는 (3대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회의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 이후 후속 조치와 입법 추진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교체설이 제기된 이른바 ‘김 & 장’의 표정과 발언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이 때문에 회의장 안팎에선 이같은 장 실장의 ‘소신 발언’을 두고 “사실상 고별사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 실장은 회의 직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에게 “인사 문제를 내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입을 닫았다. 별도의 공개 발언이 없었던 김 부총리는 회의뒤 인사 관련 질문에 “(지난 1일) 혁신성장 관계 장관회의 끝나고 (입장을) 말씀드렸다”고만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의 거취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연가 뒤에 두 사람의 거취에 대해 추가로 언급한 말은 없다. 인사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서도 “두 사람의 ‘동반 교체설’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상황에서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핵심 관계자는 “원래 예산 정국이 끝나는 시점에 두 사람의 거취를 함께 결정하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요즘 연일 거취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장 업무를 지속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현재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구체적 인사를 대상으로 검증작업을 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문 대통령이 어느 정도 검증된 인사를 후임으로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과거 경제 파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올드맨’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정가에선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장 실장의 후임으로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유력히 거명된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문재인 정부 2기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치인보다는 부처 출신 전문가 등용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실장은 병역 면제가, 임 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문제 등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된다. 윤 실장은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김수현 수석 역시 노무현 정부 때의 ‘종부세 논란’의 당사자인데다 최근 부동산 폭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게 꼬리표로 달려있다.

강태화·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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