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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돕고 성공하는 착한부자와 '호구'의 차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29)

영화 '흥부' 박을 타는 연희 장면. 우리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 부자가 된다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은 이제는 빛이 바랜 듯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 박을 타는 연희 장면. 우리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 부자가 된다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은 이제는 빛이 바랜 듯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권선징악 적인 우리의 옛이야기들이 았다.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준 제비가 강남 갔다 물어다 준 박씨가 대박이 난 흥부 이야기, 계모와 언니의 구박을 받고 힘들게 살았지만 착한 콩쥐의 인생역전 스토리, 멀리 프랑스의 콩쥐인 신데렐라 이야기까지…. 그러나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 착하게 살면 부자가 된다는 교훈을 주려고 하지만 지금은 빛이 바랜 듯하다.

“흥부처럼 살아야 할까요, 놀부처럼 살아야 할까요.” 질문해 보면 놀부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지는 않지만 “흥부처럼 살면 안 된다”는 말은 한다. 착하다는 말이 ‘호구’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된 시대에 ‘착하게 살면 부자 된다’는 메시지는 초등학생도 웃어버리는 수준 낮은 옛이야기가 됐다.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

착한 사람의 성공스토리, 베푸는 사람이 복 받는 이야기는 정말 끝난 것일까. 31살 나이에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와튼스쿨 종신교수에 임명받은 애덤 그랜트는 저서 『기브앤테이크』에서 아직 착한 사람, 베푸는 사람, 기버(Giver)의 성공스토리는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애덤 그랜트는 책에서 주고받는 스타일에 따라 사람을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 세 부류로 나눈다. 기버는 베푸는 사람이다. 시간, 에너지, 돈을 사용해 누군가를 돕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테이커는 자신을 위해 행동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매처는 균형을 추구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고 준 만큼 받으려고 한다.

그랜트는 다양한 논문과 사례를 활용해 누가 성공하는지, 누가 수입이 더 많은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과연 누가 가장 성공적이고 부유한 삶을 살고 누가 힘들게 사는 것일까. 아주 단순하게 수입과 지위를 가지고 상·중·하 삼단계로 나누어 보면 가장 낮은 곳에는 누가 있을까 그곳에는 기버가 있다. 이들은 남들을 돕는다고 자기 일을 제대로 못 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앞세워 세일즈를 중단하기도 한다.

“기버는 테이커보다 수입이 14% 적고, 사기 등 범죄 피해자가 될 위험이 두배나 높고, 실력과 영향력을 22% 낮게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가장 높은 곳에는 누가 있을까. 그곳에도 ‘기버’가 있다. 그랜터는 “최고의 영업사원은 기버로 그들은 테이커와 매처보다 연간 50%나 더 높은 실적을 올렸다”고 말한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기버는 이해가 된다. 흥부를 부자로 만든 제비도, 신데렐라에게 마법의 마차를 가져다준 요정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버는 마음은 부유하지만 나누어주고 베풀고 더러는 빼앗겨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가장 높은 곳에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기버는 어떻게 그곳에 가 있을까. 성공의 높은 사다리에 올라 있는 기버에게 유리하게 환경이 변하고 있다. 관계보다 개인적인 취향이 중요시되고 가족·친척·동문 등 소규모 공동체가 의미를 잃어가는 시대의 역설이다. 기버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환경변화를 살펴보자.

기버를 유리하게 만든 SNS

예전에는 베푸는 삶, 착한 삶이 공유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시간이 오래 들었던 반면 요즘은 SNS를 통해 쉽게 퍼진다. [사진 pixabay]

예전에는 베푸는 삶, 착한 삶이 공유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시간이 오래 들었던 반면 요즘은 SNS를 통해 쉽게 퍼진다. [사진 pixabay]

먼저 기술의 발달로 베푸는 삶, 착한 삶이 공유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시간이 엄청 줄어들었다. 과거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사람을 찾을 때, 좋은 자리에 적절한 전문가가 필요할 때 헤드헌터나 인맥을 통해 사람을 먼저 찾고, 그 사람에 대해 과거 인맥을 총동원해 평판 조회를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SNS에 올라와 있는 사진과 글을 통해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어떤 내용을 주로 올리는지를 보면 쉽게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누군가 착한 일을 하더라도 선행이 알려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선한 일을 하면 SNS를 타고 쉽게 퍼진다.

둘째, 세상을 지키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어벤저스 시대, 개인 역량이 아니라 협업이 점점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기계·컴퓨터·인공지능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사람보다 우수하지만 성과를 내는 일들은 소통을 통한 협업이 중요하다. 서로 협업해야 할 때 사람들은 당연히 이타적이고 베풀 줄 아는 사람과 일하고 싶고 능력보다 품성을 더 우선시한다.

협업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은 혼자 성공을 독차지하지 않고 “잘 차려놓은 밥상을 잘 먹기만 하면 되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저 혼자 받는다”며 겸손하게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리는 배우 황정민 같은 스타일이다. 혼자 사는 시대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실패하기를 바라고 어떤 사람은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잘 극복하는 사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이 확장되는 사람 옆에는 그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나눔으로 부자 된 사람의 세 가지 특징

행복한 부자 또는 존경받는 부자를 말할 때 워렌 버핏· 빌 게이츠·마크 주커버그·경주 최부자·제주 김만덕 같은 사람을 떠올린다. 위대하고 존경할 만하지만 따라갈 존재는 아니다. 그래서 나누는 마음이 만들어가는 부자는 우리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책 속에,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영웅적인 주인공 같이 여긴다.

거상 김만덕 초상. 조선의 여자 상인으로 제주도에 대기근이 닥치자 쌀을 기부하여 제주도 백성을 구제하였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의녀 김만덕으로 불린다. [중앙포토]

거상 김만덕 초상. 조선의 여자 상인으로 제주도에 대기근이 닥치자 쌀을 기부하여 제주도 백성을 구제하였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의녀 김만덕으로 불린다. [중앙포토]

하지만 보려고 작정하고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선하고 착한 성공스토리가 엄청 많다. 우리의 선택적 지각은 나쁜 부자를 찾고 부자가 되면 위험하고 불편해지는 이유를 찾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부자의 이야기를 놓치고 만다. 주위에서 나눔을 통해 부자가 되어가는 특징을 세 가지만 정리해 보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가 보면 그들처럼 우리도 조금 더 성공적인 삶,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첫째, 다른 사람의 기쁨과 성공을 공유한다. 페이스북이나 밴드의 활동을 보면 좋은 소식이 있으면 축하해주고  공유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이야기로만 도배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셀카로 장식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함께하고 있는 모습으로 가득한 사람이 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업과 관계의 영역이 넓어지는 사람을 찾아보고 따라 해 보자.

둘째, 퍼주기와 나누기를 구분한다. 가난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 기버의 속성이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에게 의미 없는 도움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기버의 에너지가 고갈된다. 돕고 베풀었다면 그 효과가 있는지 살피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돕고 나누는 행동 에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그렇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다. 답도 없고 실질적으로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호구의 행동이지 성공하는 기버의 모습은 아니다.

셋째, 자신의 이익도 챙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과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큰 차이를 만든다. 도움을 주고받은 사람에게 요청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기버의 자리에 갈 수 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감정을 빼고 아주 건조하게 요청해 보라. 그러면 예상하지 못했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베풀고 나누는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하지만 두렵다. 호구가 되지 않을지, 오지랖이라고 핀잔을 받지 않을지, 돈과 에너지 낭비로 끝나지 않을지….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좀 더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차근차근 ‘지혜로운 이타주의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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