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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해 침묵"···의원들 음주운전 현역만 18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주 의원의 국회의원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

2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제명’ ‘사퇴’ 등을 촉구하는 글도 수십 건 올라와 있다.

이 의원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일명 ‘윤창호법’) 발의에 참여한 데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주장했기에 비판은 더욱 거셌다.

이 의원의 자격 박탈은 가능할까. 국회 관계자는 “1948년 제헌국회부터 지금까지 음주운전만으로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1명도 없다”고 말했다.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치고 이용주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치고 이용주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현직 의원 중 18명 음주운전 전력 

그렇다면 음주운전 전과가 있음에도 현재 ‘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은 누굴까.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제공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전과 현황’에 따르면 음주운전 전과(도로교통법 위반)를 가진 의원은 모두 18명이다. 음주 측정을 거부한 의원도 2명 있었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기선ㆍ김용태ㆍ김성원ㆍ백승주ㆍ유재중ㆍ유민봉ㆍ이양수ㆍ 한선교ㆍ홍철호 의원 등이다. 이들은 1995~2009년에 음주운전을 했다. 개별 벌금 액수는 100만원~300만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철민ㆍ박용진ㆍ설훈ㆍ이상민ㆍ최인호 의원 등 5명이었다. 김철민 의원은 두 번이나적발됐다. 처분 일자 기준으로 2000년 3월 벌금 150만원, 2002년 11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치원 열사'로 잘 알려진 박용진 의원도 포함됐다.

음주 운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중앙포토]

음주 운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중앙포토]

 한국당 9명, 민주당은 음주측정 거부 2명도   

 민주당 의원 중엔 음주 측정을 거부한 의원도 있었다. 소병훈 의원은 음주 측정 거부로 벌금 300만원, 조정식 의원은 같은 이유로 벌금 15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바른미래당에선 유의동ㆍ지상욱 의원, 민중당에선 김종훈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받았다. 정의당은 현역 중에선 없다. 다만 고 노회찬 전 대표가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정치권의 비판 논평 찾기 힘들어

이용주 의원이 받은 편지

이용주 의원이 받은 편지

 이번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 관련해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다. 논평도 안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국회 관계자는 “어디도 자유롭지 못한데 누가 정치적 쟁점으로 삼겠는가"라며 "그만큼 일반 대중과 음주운전을 대하는 온도 차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음주운전 전력을 스스로 '커밍아웃'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4년 7월 정성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정 후보자의 음주운전이 논란이었다. 그런데 당시 청문위원으로 나선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유재중 의원은 “본 위원도 술을 마시고 운전했던 경험이 있어 반성한다”면서 “공직자로서 주변을 계몽해서 더는 음주운전을 할 수 없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조정식 의원(음주측정 거부)은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등의 논란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니까 후보자께서 특권의식이 있는 거 아니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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