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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김포공항 주차요금 탓?···인근 도로까지 차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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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의 국내선 1주차장은 평일에도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 차있다. [강갑생 기자]

김포공항의 국내선 1주차장은 평일에도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 차있다. [강갑생 기자]

 우리나라에 첫 유료주차장이 등장한 건 1965년입니다. 앞서 3년 전 제정된 '도시계획법'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시설로 서울 남대문 인근 태평로 도로변에 11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하는데요. 당시 주차요금은 시간당 20원이었다고 합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당시는 자동차가 많지 않던 시절입니다. 인구 5000명당 한대 정도였는데요. 참고로 현재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인구 2.3명당 한대 수준이니 자동차가 엄청나게 증가한 셈입니다.

 이후 갈수록 차량이 늘어나면서 도심이나 특정 시설물 등에는 주차공간이 많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곳곳에 주차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요. 90년대 들어서는 자동차 보유 대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교통 정책의 방향도 통행량 억제 쪽으로 비중이 옮겨갔습니다.

 런던, 혼잡통행료로 교통량 억제 

 도심이나 특정 시설로 들어오는 차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두 가지가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첫 번째가 도심혼잡통행료를 받는 겁니다.

서울 남산 1ㆍ3호 터널은 1996년부터 혼잡통행료 2000원을 받아 왔다. [연합뉴스]

서울 남산 1ㆍ3호 터널은 1996년부터 혼잡통행료 2000원을 받아 왔다. [연합뉴스]

영국 런던이 대표적인데요. 런던 교통국은 2003년부터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대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만 1000원~1만 2000원의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자가용 사용을 억제하고 교통정체를 줄이자는 취지로 이 방식은 현재 전 세계 대규모 도시에서 시행 중인 혼잡통행료의 모델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앞선 1996년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는데요. 통행료가 2000원으로 런던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도쿄, 주차공간 적고 비싼 주차비   

 또 한가지 방식은 바로 주차관리입니다. 도심이나 특정 시설물의 주차공간을 축소하고, 요금도 대폭 올려서 아예 자가용을 가지고 올 엄두를 못 내게 하는 건데요.

 일본 도쿄가 대표적입니다. 도쿄 시내는 주차 공간도 많지 않지만, 요금 자체가 워낙 비싸서 웬만한 직장인은 아예 차를 몰고 시내로 들어갈 생각을 못 한다고 합니다.

차량이 꽉 들어찬 김포공항 국내선 앞 주차장. [사진 한국공항공사]

차량이 꽉 들어찬 김포공항 국내선 앞 주차장. [사진 한국공항공사]

 최근 국내에서 이 같은 주차관리 기법을 활용하려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김포공항인데요. 현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와 가장 가까운 '국내선 1주차장'은 1년 365일 중에 240일가량이 만차(滿車) 입니다. 연중 3분 2는 주차할 자리가 한 곳도 없다는 의미인데요.

김포공항, 만성적인 주차난에 고민 

김포공항 국내선에 차량이 몰려 혼잡을 빚고 있다. [사진 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 국내선에 차량이 몰려 혼잡을 빚고 있다. [사진 한국공항공사]

 이 여파는 조금 떨어져 있는 2주차장까지 미쳐서 연중 100일 정도가 만차라고 합니다. 이처럼 공항을 찾는 차량은 많고 주차할 자리는 적다 보니 차량이 몰리는 피크타임엔 공항 주변은 물론 인근 남부순환로와 올림픽대로까지 정체를 빚을 정도라는 게 김포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김포공항에 왜 이렇게 주차 수요가 많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공항공사와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차요금을 우선 꼽습니다. 현재 김포공항의 1일 주차요금은 주중 1만 5000원인데요. 주말엔 이보다 높은 2만 3000원입니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와 가까운 1주차장은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렵다. [중앙포토]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와 가까운 1주차장은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렵다. [중앙포토]

 주중 요금만 따지면 인천공항(2만 4000원)은 물론 인근 김포 롯데몰(2만 5000원), 서울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2만 8800원)보다 훨씬 저렴한데요. 이렇게 싸다 보니 '나 홀로 차량'으로 와서 2~3일간 주차해놓고 지방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주변보다 훨씬 싼 주차 요금이 원인  

 실제로 공항공사에서 지난 4월 16일부터 한 달간 주차 실태를 조사해봤더니 국내선 1주차장은 한 달 중 무려 28일 동안 만차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목요일부터 장기주차 차량이 늘어 토요일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패턴이라고 합니다.

 또 3일(72시간) 이상 주차하는 차량의 비율은 국내선 주차장의 경우 22~39%에 달하고, 전체 주차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70%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주차 공간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생긴다는 겁니다.

  사실 김포공항의 주차 요금이 원래부터 이렇게 싼 건 아니었습니다. 2000년 이전에는 1일 주차요금이 4만원에 달했는데요.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수요가 감소하자 주중 1만원, 주말 2만원으로 요금을 대폭 낮췄습니다.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은 야간에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은 야간에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한국공항공사]

 그러다 2004년에는 아예 주말도 1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이후 급증하는 주차장 혼잡을 막기 위해 2년 전에 현재의 수준으로 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저렴한 편이어서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주차비 30% 올려 교통량 감소 추진  

 그래서 김포공항에서는 몇 가지 방안을 병행해서 추진하려고 합니다. 우선 400면 규모로 주차빌딩을 하나 신축하고, 각종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을 미리 데이터에 입력해 주차요금 정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김포공항 주차요금 변경방안.

김포공항 주차요금 변경방안.

 하지만 이걸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주차요금을 현재보다 30%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주중에는 2만원, 주말엔 3만원을 받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주차수요는 6~10% 정도가 줄어들고, 공항 인근 남부순환로의 통행량도 2% 넘게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공항공사 측의 예상입니다.

 교통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런 방안에 공감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성낙문 종합교통본부장은 "김포공항은 기본적으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차요금은 너무 낮기 때문에 주차요금을 올려서 수요관리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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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황배 남서울대 교수도 "김포공항의 주차난으로 인해 가뜩이나 혼잡한 주변 도로가 더 정체를 빚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요금 인상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전문가 "요금 인상, 불편 해소 병행"  

  물론 주차 요금 인상과 함께 이용객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주차 요금을 올려서 교통량을 줄이는 방향은 맞지만, 김포공항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국내선이나 국제선 터미널까지 이동하는 동선이 너무 길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포공항의 지하쳘역은 터미널까지 이동거리가 길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포토]

김포공항의 지하쳘역은 터미널까지 이동거리가 길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포토]

 그러면서 김 교수는 "김포공항 이용객들이 무거운 여행 가방 등을 들고 이 긴 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최대한 덜어줄 수 있는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만  불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주차요금을 올리자고 하면 당장 반발도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주차난과 이에 따른 주변 교통체증을 더 이상 감내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김포공항이 이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좀 더 이용이 편리한 공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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