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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일에 솔깃하지만 돌아선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밀리카의 반쪽 미니멀 라이프(1)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지 얼추 3년이 되어가는 평범한 주부.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물욕도 많고 정리정돈에도 서툰 사람이다. 다만 물욕이 많으면 관리능력도 좋거나, 정리정돈이 서툴면 물건이라도 비워야 한다는 인식이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생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일과 사은품 증정 문구 앞에서 한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반쪽짜리 미니멀 라이프 지향자다. 반쪽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뻔뻔함으로 오늘도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고 있다. <편집자> 

미리 밝히자면 저는 미니멀 라이프를 언급하기엔 자격 미달에 가깝습니다. 1+1세일 앞에서 수시로 걸음을 멈추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저는 2015년에 출간된 사사키 후미오 작가의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우연히 읽고,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이후 타고난 미니멀리스트라 불려도 무방한 남자와 부부가 되어 함께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신혼 주부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에는 제가 사는 곳은 물건으로 늘 어수선했습니다. 간혹 대대적으로 대청소를 해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되돌이표 같은 생활이었답니다. [사진 밀리카]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에는 제가 사는 곳은 물건으로 늘 어수선했습니다. 간혹 대대적으로 대청소를 해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되돌이표 같은 생활이었답니다. [사진 밀리카]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지니게 된 솔직한 고백은, 청소라도 대충 편히 살고 싶다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정리정돈에 타고난 우성과 열성 세포가 있다고 하면 저는 단연 열성 세포에 가깝습니다. 정리정돈에는 젬병이고 어쩌다 대청소에 열정을 불태워도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청소 전 상태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엄청난 물욕도 한몫했답니다.

때로는 살림고수들의 특별한 정리정돈 노하우가 담긴 책을 정독해서 따라 하며 집을 쾌적하게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리정돈 인자가 낮은 저 같은 사람은 단발 이벤트성 청소만으로는 도저히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정리정돈은 타고나는 건가 보다. 나와는 애초에 가는 길이 다른 것 같군’ 하며 포기하면 편하다는 식으로 지냈습니다.

제가 가진 정리정돈 능력보다 넘치는 물건 수가 문제였음을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알고 나니, 청소라도 대충 해도 맘 편히 지낼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물욕이 이전보단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사진 밀리카]

제가 가진 정리정돈 능력보다 넘치는 물건 수가 문제였음을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알고 나니, 청소라도 대충 해도 맘 편히 지낼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물욕이 이전보단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사진 밀리카]

그러던 중 만난 미니멀 라이프는 저처럼 청소 능력이 미니멀한 사람은 거기에 맞춰 소유하는 물건 양도 미니멀하게 줄이면 된다는 새로운 논리를 제시해준 겁니다. 단 한 번도 물건부터 비워야 정리정돈이 된다는 강렬한 인식을 가져본 적 없기에 미니멀 라이프가 전해주는 조언은 ‘나도 해볼 만하겠는데!’ 하는 의욕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런 계기로 많은 물건을 나눔이나 기증으로 비우기 시작하니 청소가 놀라울 정도로 편해졌습니다. 최소의 청소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주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됩니다. 그건 놀라운 마법이 아니라 당연한 논리의 결과였습니다. 마치 혼자서 넓은 화원 전체를 아등바등 컨트롤하다가 제 여력에 맞춘 몇 개의 화분만 남겨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새로 나온 핑크계열 립스틱을 보면 눈길이 가고, 세일과 1+1 문구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반쪽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있지만,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는 ‘이 물건을 사서 과연 내가 오래 잘 쓸 수 있을까? 집에 둘 수납공간 여유가 있던가?’ 하는 고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 밀리카]

지금도 새로 나온 핑크계열 립스틱을 보면 눈길이 가고, 세일과 1+1 문구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반쪽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있지만,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는 ‘이 물건을 사서 과연 내가 오래 잘 쓸 수 있을까? 집에 둘 수납공간 여유가 있던가?’ 하는 고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 밀리카]

물욕이 많은 사람인지라 물건을 비울 때 마냥 쉬웠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청소하기 쾌적해지는 공간에 대한 변화가 물건에 대한 과한 집착을 놓게 도와주었답니다. 저처럼 청소 잘하는 것과 거리가 먼 사람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청소하기 귀찮으시죠? 물건이라도 줄여보세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해답을 알려준 것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많은 사람을 보면 소비를 멀리하고, 마음의 절제를 키우고, 무소유에 가까운 청빈한 삶을 실천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저로서는 엄두도 안 나는 훌륭한 모습에 감탄하면서 솔직히 기도 죽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1+1 세일에서 절제하고 돌아서는 원동력은 물욕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가 아니라 고작 ‘이걸 사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내가 청소할 물건 수가 늘어날 텐데…. 게으른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을 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 알기 때문에 단념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제게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을 무조건 멀리하는 생활이 아닙니다. [사진 밀리카]

제게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을 무조건 멀리하는 생활이 아닙니다. [사진 밀리카]

좋아하는 물건이 늘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큰 행복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늘어나는 물건을 잘 관리할 정리정돈 능력치가 아직은 미니멀한 것을,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인식합니다. 혹여 기적처럼 정리정돈 능력치가 조금씩 오른다면 물건도 그에 맞춰 더 많이 소유하는 적절한 균형감각을 바랄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제 미니멀 라이프는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입니다(좋아하는 작가인 안자이 미즈마루의 책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제 미니멀 라이프의 다짐 같은 문구랍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합니다. 마음을 다해 잘하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늘 어설픕니다. 다만 제 한 몸 편히 쉴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제게 미니멀 라이프는, 몇 개의 물건이 없어도 나쁘지 않다는 여유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물건이 없는 거실에서 반려동물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게 되는 작은 여유처럼 말입니다. [사진 밀리카]

제게 미니멀 라이프는, 몇 개의 물건이 없어도 나쁘지 않다는 여유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물건이 없는 거실에서 반려동물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게 되는 작은 여유처럼 말입니다. [사진 밀리카]

피곤한 몸으로 말끔하게 정돈된 집에 들어서면 흐뭇합니다. 생활감 있게 흐트러져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청소나 정리정돈으로 쾌적하게 돌아오는 집에서 사는 건 큰 평안을 줍니다. 그런 만족감이 원동력이 되어 1+1세일 앞에서 걸음을 멈추긴 했지만, 아직은 없어도 되는 물건임을 생각하고 돌아서는 것 같습니다. ‘대충’ 청소를 해도 효과만큼은 ‘대박’인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된 덕분입니다.

이 세상에서 오롯이 평화로운 쉼을 얻을 수 있는 집을 마음을 다해 원하는 것. 그런 집을 저처럼 타고난 청소 세포가 열성이어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수단이 미니멀 라이프입니다.

청소를 대충 해도 몸과 마음이 편한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
제가 미니멀 라이프를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밀리카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저자 chosun4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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