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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상권 성장률 1위, 신촌·홍대 제치고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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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로수길 입구에 위치한 상점들.[자료 관악구청]

샤로수길 입구에 위치한 상점들.[자료 관악구청]

9년 전 서울대를 졸업한 회사원 나모(35)씨는 지난해 동창 모임을 하러 서울대입구역 앞을 찾았다가 눈이 휘둥그래졌다. 수제버거, 브런치 레스토랑 등 과거 서울대 근처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거리 한켠을 점령하고 있었다.

[대학 별별랭킹]

나씨는 "이른바 '샤로수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로 바뀔 줄은 몰랐다"면서 "과거엔 고시촌을 중심으로 주점과 분식집만 즐비했는데 이젠 서울대생이 아니라도 일부러 맛집을 찾아오는 동네가 됐다"고 말했다.

[자료 신한카드]

[자료 신한카드]

서울대, '샤로수길' 덕분에 상권 성장률 1위 

지난 5년 간 가장 성장한 대학 상권은 어딜까.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이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의뢰해 2014~2018년 서울시내 주요대학가 상권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앞 상권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앙일보 평가대상 대학 중 카드 가맹점 수, 이용금액 등에서 일정규모 이상 상권이 형성돼있는 대학가 15곳(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신촌),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홍익대)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다.

샤로수길 입구 표지판. [자료 관악구청]

샤로수길 입구 표지판. [자료 관악구청]

 샤로수길은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4길을 일컫는 별칭이다. 서울대 정문 모양 '샤'와 신사동 '가로수길'을 합친 말이다. 신한카드 분석 결과 2014년 상반기 180억원 규모였던 이 지역 이용금액 규모는 올해 같은 기간 242억원으로 34.5% 뛰어올랐다. 일식(+107.3%), 패션(+93.9%), 카페(+57.9%), 중식(+45.5%), 양식(+36.8%) 업종 순으로 증가세가 커 다국적 맛집이 빠르게 생겨났음을 알 수 있었다.

신촌은 '뷰티', 홍대는 '패션' 급성장

[자료 신한카드]

[자료 신한카드]

 전체 대학상권 매출액 규모 1위는 단연 신촌(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이었다. 올 상반기 이 지역의 신한카드 이용금액은 총 735억원으로 2위 홍익대(622억원), 3위 건국대(541억원)를 가뿐히 앞질렀다. 3개 대학이 모인 신촌은 유동인구 기반이 커 일찍이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앞 교차로. [중앙포토]

신촌 현대백화점 앞 교차로. [중앙포토]

 다만 업종별로는 신촌 내에서도 명암이 갈렸다. 최근 4년 동안 화장품 등을 취급하는 뷰티로드샵(+79.6%)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반면 패션(-23.7%) 업종 이용금액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바로 옆 홍익대 상권에서 정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홍익대 인근 패션(+67.8%) 업종이 크게 성장하는 동안 뷰티로드샵(-6.4%)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건국대 앞은 지난해까지 이용금액 규모가 꾸준히 늘다가 올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이었다. 업종별로는 중식(+108%)이 독보적으로 늘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 '양꼬치 거리'의 인기를 증명했다.

건국대 앞 양꼬치 거리. [중앙포토]

건국대 앞 양꼬치 거리. [중앙포토]

 한양대 주변은 20대 이용 비중(30.5%)이 타 대학가에 비해 높지 않았다. 30~50대 이용금액이 고루 높게 나타나 인근 주택가 및 역세권과 광범위하게 상권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 비중이 가장 큰 상권은 홍익대(30.6%), 신촌(29%)이었다. 20대 남성은 건국대(26.3%), 서울대(22.7%) 인근 카드결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각 대학가별 20대 남녀 이용금액 비중 분포 [자료 신한카드]

각 대학가별 20대 남녀 이용금액 비중 분포 [자료 신한카드]

"대학가마다 개성 차별화"

 박원학 신한카드 마켓센싱셀 부부장은 “대학상권은 소비 유행을 주도하는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다만 과거 일반 음식업종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디저트 카페, 패션 등 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업종이 상권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각 대학가 상권이 개성을 강화하며 점차 타 상권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올해 상반기 카드이용실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했다. 계절 및 방학 등에 따른 데이터 왜곡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매 해 상반기 실적만을 집계해 연도별 추이를 살폈다.

 각 상권의 지리적 범위는 해당 대학가 중심 가맹점으로부터 반경 300~500m 이내다. 정확한 상권 비교를 위해 요식, 패션, 쇼핑, 여가, 공연·영화 관련 업종으로 분석 대상을 한정했다. 대학가 소비와 연관이 없다고 판단한 병원, 약국, 의료기기, 면세점, 인터넷쇼핑 등은 제외했고 등록금 카드결제도 분석에서 제외했다.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심새롬·김나현 기자, 송령아·이가람·정하현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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