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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알고 보니 3억 더 비싸…강남 '로또' 반토막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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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 1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 실제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아 의아해 하는 방문객이 많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 1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 실제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아 의아해 하는 방문객이 많다.

김모씨는 11월 31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1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리더스원 견본주택을 찾았다. 이 단지는 3.3㎡당 4489만원에 분양승인을 받으면서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0만~1500만원 저렴해 ‘로또’로 기대를 모았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우성1차 재건축 단지 분양 시작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 계산 차이로 #실제 분양가는 3.3㎡당 200만원 더 비싸 #가전 등 추가 옵션 비용도 1억 넘어

김씨는 분양승인 가격을 적용해 84㎡(이하 전용면적)의 분양가를 15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그런데 모집공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84㎡ 분양가가 가장 싼 게 2층짜리 15억7000만원이었고 3~4층도 16억 원대였다. 5층 이상은 최고 17억3000만원이었다. 예상보다 많게는 2억원 더 비쌌다.

김씨는 “분양가를 속은 기분”이라며 “실제 분양가를 보니 ‘로또’ 기대감이 확 떨어진다”고 말했다.

3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안겨줄 것으로 알려진 강남 '로또'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분양가가 분양승인 가격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래미안리더스원 분양가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 단지가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을 거쳐 서초구청으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은 가격은 3.3㎡당 평균 4489만원이다. 그런데 31일 입주자모집공고상의 가구당 분양가를 공급면적으로 나눈 분양가는 3.3㎡당 평균 4688만원으로 3.3㎡당 200만원가량 더 높다.

위치도

위치도

59㎡가 층에 따라 12억6000만~12억8000만원으로 3.3㎡당 4957만~5036만원이다. 74㎡(14억~15억원) 4736만~5074만원, 83~84㎡(15억7000만~17억3000만) 4606만~5147만원이었다. 5층 이상은 3.3㎡당 5000만원이 넘는다.

114㎡ 이상 중대형은 클수록 단위면적당 분양가가 조금 낮다. 114㎡(18억~19억9000만) 4270만~4618만원, 135㎡(21억1000만~21억9000만원) 4148만~4227만원이고 펜트하우스인 205㎡(35억원)와 238㎡(39억원)는 각각 4443만원, 4299만원이다.

사실 가구당 분양가는 분양승인 가격과 모집공고상의 금액이 똑같다. 분양가 계산 방식이 달라 3.3㎡당 분양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정부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주택 공급면적에 포함하던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2016년부터 뺐다. 분양가가 같더라도 계산상의 공급면적이 줄면서 단위면적당 분양가가 올라가게 된다.

분양가 규제를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분양가 산정 때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제외하고 분양가를 계산한다.

래미안리더스원 분양승인 가격은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에 반해 입주자모집공고상의 분양가는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포함한 가격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분양가가 장애인용 승강기만큼 올라간 셈이다. 장애인용 승강기라고 특별할 게 없다. 일반 승강기를 장애인용 승강기 기준으로 설치하면 된다. 승강기 앞에 1.4×1.4m 이상 공간을 확보하고 승강기 바닥면적은 폭 1.6m 이상, 깊이 1.35 m 이상 등으로 만든다. 호출 버튼 등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일정한 높이에 설치하면 된다.

일반 승강기를 장애인용으로 설치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은데 래미안리더스원 계약자는 3.3㎡당 200만원가량 더 내야 하는 셈이다. 84㎡ 기준으로 7000만원 정도다.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

여기다 조합은 장애인용 승강기만큼 집을 더 지을 수 있다. 래미안리더스원의 건립 가구 수가 당초 1276가구에서 1317가구로 41가구 늘었다.

조합은 분양가를 장애인용 승강기 비용 이상으로 올려 받고 추가로 집을 더 짓게 돼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래미안리더스원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비용이 더 있다. 추가 옵션 금액이다. 발코니 확장, 천정형 시스템에어컨, 가전·가구 등의 옵션 비용이 84㎡ 기준으로 총 3000만원이 넘는다. 3.3㎡당 100만원에 가깝다. 114㎡ 이상에선 6200만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최고급 '데이코' 빌트인 가전이 들어가면서 최고 1억원이 넘는다.

적지 않은 추가 옵션 비용은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옵션 비용을 합친 84㎡ 가격이 17억6000여만원에 이른다. 여기다 연 4.5%로 잡은 중도금 대출 이자가 5000만원 정도다. 실제 분양가는 18억원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주변 시세를 20억원으로 보고 예상한 시세차익 5억원이 절반 이하로 깎인다.

로또를 꿈꾸는 청약자는 상대적으로 단위면적당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59~84㎡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래미안리더스원이 로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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