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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7위안, 이 선 깨지면 코스피에 경고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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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요즘 중국 외환 시장은 폭풍 전야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에 서서히 다가서며 ‘포치(破七·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보다 낮아지는 것)’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어제 달러당 6.98위안으로 하락 #위안화 약세 땐 원화도 가치 하락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투자 손 떼 #중국 무역전쟁 위해 절하 가능성 #경기 둔화 막으려 돈줄 더 풀 수도

31일 중국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01% 내린 6.9646위안에 고시했다. 이날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6.9751위안까지 떨어졌다. 홍콩 등 역외 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6.9795위안까지 내려갔다. 역내외를 막론하고 이틀 연속 2008년 5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린 수치다.

‘1달러=7위안’은 중국이 지켜온 환율의 마지노선이다. 중국 당국이 딜레마에 빠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 충격을 완화하려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선이 무너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 위안화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포치’로 다가가는 속도와 용인할 시점을 저울질하는 이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위안화 흐름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곳은 중국 당국만이 아니다. 기진맥진한 국내 주식시장도 위안화값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이어져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를 부추길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어서다.

이유는 심화하는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 현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31일까지 위안화 가치는 6.68%, 원화 가치는 6.07% 하락했다. 두 통화의 동조화 정도가 0.9를 넘는다는 시장의 분석이 나올 정도다.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와 연관성이 높은 데다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역외 시장 참가자는 유동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거래가 힘든 위안화 대신 비슷하게 움직이는 원화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이는 곧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긴장하는 곳이 이 지점이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짐을 싸게 하는 주요 동인 중 하나다. 환차손 우려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 매각 대금을 달러로 바꿨을 때 달러 금액이 줄어드는 환차손을 입는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내려가고, 다시 원화를 매도하며 원화 가치가 내려가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

10월 외국인의 4조6000억원대 순매도로 국내 증시는 이미 녹다운 상태다. ‘포치’가 외국인의 불안감을 자극하면 또 다른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 증시 하락은 경기 침체와 금융 리스크가 함께 영향을 줬지만, 현재는 경기침체만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중국의 기업부채 등 금융 리스크 전이 조짐이 있으면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며 증시 하락의 또 다른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상황과 시장 분위기는 위안화 약세를 가리킨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 둔화세를 방어하기 위해 인민은행이 돈줄을 푸는 탓에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대형 상업은행과 외자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4.5%로 1%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빠지는 중국의 경기 지표도 위안화 추가 하락의 전조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6.5%로, 2009년 이후 최저치였다. 31일 발표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50.2 )도 2016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 당국은 오는 7일 홍콩에서 100억 위안(1조6324억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하는 등 위안화 가치 하락 방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은 ‘포치’가 시간문제일 것으로 판단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위안화 선물에 투자 중인 기관투자자 중 6%가 숏(매도)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12월 만기 옵션거래에서는 달러당 7.4위안의 가격 행사 거래까지 나왔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최근 인민은행의 스탠스가 바뀌는 듯하다”며 “달러당 7위안 선이 무너지면 국내 증시 등에서의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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