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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별개 시장 개척하는 K-비디오”…주목받는 국내 비디오 스타트업

중앙일보

입력

‘스타트업 한류’ 이끄는 국내 동영상 플랫폼·서비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영상 플랫폼과 기술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들 서비스들은 급격히 커지는 전세계 모바일 영상 시장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외국에 진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한국산’ 콘텐트로서의 특징을 최대치로 활용하되 높은 품질을 내세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 구독자(콘텐트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사람) 1680만 명을 보유한 온라인 푸드 채널 ‘쿠캣’은 국내 스타트업 쿠캣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K-콘텐트 채널이다.

쿠캣은 2014년부터 유튜브ㆍ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 등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오늘 뭐먹지?’, ‘쿠캣’ 등의 여러 푸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쿠캣’은 전체 구독자 중 80% 이상이 해외 사용자들이다.

쿠캣이 주로 제작하는 1분 안팎의 영상은 샌드위치ㆍ김밥ㆍ치킨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맛깔나게 요리해서 완성하는 과정을 재빠르게 보여준다. 2016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먹방’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쿠캣의 음식 콘텐트들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한국에서 만든 '먹방' 콘텐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데는 배경 음악이 깔릴 뿐 별다른 자막이나 내레이션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종종 불고기ㆍ비빔밥 등 한국에서 친숙한 식자재와 메뉴들이 나오는 것도 특징이다.

전 세계전 세계적인 '먹방' 콘텐트 인기 십분 활용

최근 쿠캣은 ‘쿠캣 베트남’, ‘쿠캣 홍콩’, ‘쿠캣 일본’ 등 국가별 채널들도 추가로 개설했다. 국가별로 특화된 음식들을 보여주고 현지 기업들과 사업 협력을 하기 위해서다. 올해 상반기에는 쿠캣이 우버의 음식 배달 앱 우버이츠와 손잡고 우버이츠가 배달하는 음식들을 콘텐트로 제작했다. 쿠캣을 통해 소개된 우버이츠 음식들은 홍콩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문주 쿠캣 대표는 “전 세계 10ㆍ20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음식들을 고퀄리티 영상으로 보여주는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했다”며 “특히 한국 음식에 대한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관심이 쿠캣의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산 영상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게된 것은 이처럼 문자보다 영상이 익숙한 10ㆍ20세대들에게 국내 기업들이 언어의 장벽을 없앤 각종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전 세계 사람들을 무작위로 연결해 1대 1 대화를 하게 해주는 영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아자르’는 구글이 개발한 음성 번역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언어 장벽 없앤 영상 채팅…해외에서 매출 90%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2014년에 출시한 아자르는 언어가 다른 전 세계 230개국 사용자들을 영상 채팅으로 연결해준다. 하루에 아자르 앱을 통해 연결되는 영상 채팅이 6000만 건이 넘는다. 설사 대화 상대방의 언어를 하나도 모르더라도 앱이 사용자들의 대화를 돕는 것이다. 이런 컨셉은 음성보다 대면·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중동 지역 사람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매출 9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아자르는 19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2억 건이 넘는다.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하이퍼커넥트는 기존 일본ㆍ싱가포르ㆍ터키 등 5개국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 현지에 특화된 서비스ㆍ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설립 첫해 매출 21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24억원,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464억원을 기록했다.

K팝·K푸드 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것도 국산 영상 관련 플랫폼이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이다.

‘동영상 배틀 앱’을 컨셉으로 내세우는 모바일 앱 ‘어메이저’는 K팝에 대한 인기를 앱에 십분 활용한 케이스다. 이용자들은 어메이저 앱에 15~20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을 올려 다른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K팝·K푸드 등 한국산 콘텐트 활용해 인기

이 앱에는 한 화면에 두 명의 경연자가 등장한다. 사용자는 더 마음에 드는 경연자 쪽으로 화면을 스와이프(밀기)해서 투표해 우수 영상을 선정한다. 케이팝을 배경으로 하는 각종 립싱크ㆍ춤ㆍ스타일 영상을 비교해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어메이저를 사용하는 사람 10명 중 9명이 해외에서 거주하는 10대 이용자들이다. 특히 독일ㆍ폴란드 등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많다.

가상현실(VR) 콘텐트를 제공하는 앱 ‘어메이즈VR’은 머지않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VR과 증강현실(AR) 콘텐트를 선점하기 위해 이승준 대표 등 한국인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국내보다 미국 현지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 어메이즈VR은 기어 VRㆍ오큘러스 등 VR 기기 사용자들을 위해 전문 콘텐트를 유통한다.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VR 영화 등도 선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이들 국내 플랫폼·서비스들은 유튜브 등 미국이 주도하는 앱·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과 앱으로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영상 채팅·동영상 배틀 등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이문주 쿠캣 대표는 “한국은 높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콘텐트 제작 능력을 동시에 발휘하는 몇 안 되는 나라”라며 “문자 등 언어 장벽이 없는 모바일 영상 시대에서 K-비디오 서비스들이 앞으로 더욱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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