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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7위안' 무너지는 순간, 코스피 진짜 위기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8.64포인트 오른 2,014.69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8.64포인트 오른 2,014.69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코스피 2000선을 내준 국내 증시는 하루만인 30일 2000대 고지를 재탈환했다.

원화와 위안화 동조화 심화하며 #‘위안화 약세=원화 약세’로 전이 #1달러=7위안의 저지선 무너지면 #원화값 하락, 외국인 이탈 자극 #국내 증시 하락 방아쇠 당길수도

 그렇지만 시장의 밑바닥에는 불안감이 깔려있다. 외국인과 개인의 잇따른 투매로 체력을 소진한 주식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하락세에 넉다운된 시장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주시하는 곳이 있다. 중국 위안화값의 흐름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다.

 ‘1달러=7위안’은 그동안 중국이 지켜온 환율의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선이 무너질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중국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28% 내린 6.9574위안에 고시했다.

 이날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한 때 달러당 6.9741위안까지 주저앉았다. 2008년 5월 이후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역외 시장에서는 이미 전날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6.97위안대까지 내려갔다.

 주식 시장이 위안화값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이어져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를 부추길 트리거가 될 수 있어서다.

 이유는 심화하는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 현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들어 26일까지 위안화 가치는 6.29%, 원화가치는 5.9% 하락했다.

 무역을 비롯한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와 연관도가 높은 데다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역외 시장 참가자들은 유동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거래가 힘든 위안화 대신 위안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원화에 투자해 헤지(위험 분산)하고 있다.

동조화 심해지는 원화와 위안화. 자료: 블룸버그

동조화 심해지는 원화와 위안화. 자료: 블룸버그

 원화가 위안화와 발맞춰 움직인다는 건 위안화 약세가 곧 원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짐을 싸게 하는 주요 동인 중 하나다. 환차손 우려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매각 대금을 달러로 바꿨을 때 달러 금액이 줄어드는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우려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다시 원화를 팔면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다시 주식을 파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매도세에 맥없이 무너졌던 국내 증시가 ‘포치’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도 증시 하락의 경우 경기 침체와 금융 리스크가 함께 영향을 줬지만 현재는 경기침체만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중국의 기업부채 등 금융 리스크가 전이되는 조짐이 있다면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시장의 또 다른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안팎의 상황은 위안화 약세를 가리킨다. 위안화는 포치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

 조금씩 더 수위를 높여가는 미국과 무역 마찰의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의 충격을 상쇄하려고 나설 수 있어서다.

 경기 둔화세에 인민은행은 돈 줄을 풀고 있다.

 인민은행은 15일부터 대형 상업은행과 외자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4.5%로 1%포인트 낮췄다. 시장에 7500억 위안(약 123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내린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1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표결로 이강(60) 인민은행 신임 총재가 선출됐다. 2002년부터 15년간 총재를 지낸 저우샤오촨 후임이다.

1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표결로 이강(60) 인민은행 신임 총재가 선출됐다. 2002년부터 15년간 총재를 지낸 저우샤오촨 후임이다.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14일 “중국은 금리 정책이나 지준율을 조정할 충분한 정책적 공간이 있다”고 말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렇게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위안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빠지는 중국의 경기 지표도 위안화 하락의 전조와 같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6.5%로 나타나며 시장 전망에 못 미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공개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부진하면 인민은행의 위안화 방어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연일 포치를 막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전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 경제지인 경제참고보는 30일 “외환 당국에는 시장 안정을 위한 힘과 결심이 있다”며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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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시장에는 포치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IB)는 위안화 가치가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당 7위안을 넘어 7.1위안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최근 인민은행의 스탠스가 바뀌는 듯하다”며 “달러당 7위안선이 무너지면 국내 증시 등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ㆍ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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