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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같이 먹는 셰어하우스, 시니어 주거 대안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17)

예능 셰어하우스의 한 장면. 연령에 관계 없이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요즘 공동체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간스포츠]

예능 셰어하우스의 한 장면. 연령에 관계 없이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요즘 공동체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간스포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강좌나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타인과 함께 사는 문제가 고민거리로 떠오르게 된다. 시니어의 공동주택 삶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오랜 세월 공동주택에 살았지만, 타인과 무언가를 함께하고 나누면서 살지 못했다. 맞은 편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얼굴을 본 적도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이웃 주민과 서먹서먹하다. 위·아랫집과 소음문제로 신경을 쓴 적이 많다. 외출하지 않으면 감옥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종일 지낸다.

이러한 상황이 전혀 생소하지 않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가 사는 공동주택의 현실이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는 타인과 함께하는 공동체의 삶과 거리가 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단독주택보다 더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 살고 있다. 시니어들 사이에 ‘공동체 주택’에서 타인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시니어들, 공동체 주택에 대한 관심 높아

고령자가 혼자 사는 것은 여러 가지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령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 있다가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사진 pixabay]

고령자가 혼자 사는 것은 여러 가지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령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 있다가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사진 pixabay]

1인 가구 시니어에게 공동체 주택에 대한 기대가 높다. 혼자 사는 것은 여러 가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그중에 고령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 있다가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곁에 아무도 없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독사는 대부분 1인 가구에서 발생한다.

응급상황이라는 것은 연령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고 없음의 문제로 생사와 직결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고독사 통계를 보면 50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 또한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많다.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50대에 퇴직하고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고립된 남성이 많다.

그동안 형성한 사회적 관계망은 퇴직과 함께 와해한다. 또한 지금 50대 후반 나이의 남성은 삼십 대 후반, 그러니까 미래의 큰 희망을 안고 가장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던 시기에 IMF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다. 그 시기에 많은 사람이 인생의 큰 굴곡을 겪었고 그 후유증이 오십 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안정된 인생 후반을 영위할 경제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에 내몰리고 있다.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퇴직하고 나면 새로운 사회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 층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최근 주택 가격의 폭등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포기하게 한다. 절약하고 모은다고 해서 집을 장만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의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해법의 하나로서 공동체 주택이 주목된다.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인 셰어하우스 보린주택에서 입주자들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공동체 주택은 식사 외에도 공동 공간을 넓혀 타인과 함께 하는 여러가지 취미생활이나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함께 사는 노인 임대주택인 셰어하우스 보린주택에서 입주자들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공동체 주택은 식사 외에도 공동 공간을 넓혀 타인과 함께 하는 여러가지 취미생활이나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시니어가 원하는 공동체 주택에서 몇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우선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식사문제다. 나이 들어 끼니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고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식사 준비에서 해방되고 싶어한다. 식사 준비도 그렇지만 혼자 식사하는 시간이 더 힘들다. 고립되어 산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함께 식사하는 것 외에 타인과 함께하는 여러 가지 취미생활이나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

경제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으로는 내가 사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동 공간을 넓게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그동안 각자 살았던 공간을 100이라고 가정 할 때 공동체 주택에서는 각자 사는 공간을 30 정도로 줄이고 공유공간을 200으로 만들면 결국 각자 누리는 공간이 230이 되는 이치다. 누리는 공간은 많이 커지고 입주자 각자 소요되는 비용은 줄이는 것이 공동체 주택의 경제성을 풀어가는 핵심이다.

공동체 주택의 입지도 도시가 좋은지 도시근교나 전원생활이 좋은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

누리는 공간 커지고 거주 비용은 저렴

셰어하우스 보린주택의 모습. 공동체 주택에 살고 있는 입주자는 모여 살아보니 이렇게 살기 전엔 몰랐던 '함께 사는 데서 오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셰어하우스 보린주택의 모습. 공동체 주택에 살고 있는 입주자는 모여 살아보니 이렇게 살기 전엔 몰랐던 '함께 사는 데서 오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그러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델의 공동체 주택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시니어만이 모여 사는 공동체가 좋은가, 아니면 젊은 세대를 포함해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그 장단점을 논하고 접점을 찾아가기보다 시니어마다 각자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절대 시니어만 모여 사는 공동체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사람에게 눈치 보이기 싫으니 여러 세대가 모인 공동체에는 절대 안 들어가겠다는 시니어도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선 ‘절대’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 간에 접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두 가지 의견은 본질에서 같은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관계’의 문제다. 즉, 공동체 주택의 여러 가지 장점도 알고 있고 꼭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입주자들 간에 발생할 갈등을 두려워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잘 해결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무수히 겼었던 타인과 관계에서의 갈등이 앞으로도 발생할지를 우려하고 있다.

결국 공동체에서 발생 가능한 크고 작은 갈등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시니어만의 공동체든 세대통합형 공동체든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국 살아보고 부딪쳐 보지 않고 지레 걱정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실제 공동체 주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 공동체에 사는 주민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이 갈등에 대한 문제였다. 어떤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지, 그때마다 해결은 어떻게 해 나가는지 모두 궁금해했다.

실제 살면서 이 문제를 경험한 주민의 대답은 명쾌했다. 공동체 주택 입주자들은 어떤 갈등이 발생했을 때 긍정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결국 서로 이해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더라는 것이다. 그에 더해 공동체 주택에서 살아보니 이렇게 살기 전엔 몰랐던 여러 가지 ‘함께 사는 데서 오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동체 주택에 입주하려는 사람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손웅익 건축가 badaspa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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