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웅진코웨이’의 부활 … 다시 물 만난 윤석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코웨이 인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코웨이 인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금(73)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 2013년 1월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매각한 후 5년9개월 만이다. 웅진씽크빅은 코웨이홀딩스가 소유한 코웨이 주식 1635만8712주(22.1%)를 1조684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공시했다.

기업 시너지 기대하는 웅진 회장 #경영난 속 MBK에 코웨이 매각 #5년9개월 만에 1조7000억에 인수 #“렌털,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사업” #씽크빅과 연계한 사업 구상 나서 #대기업 견제 속 순항 여부 미지수

‘윤석금의 양동작전’이 주효했다. 윤 회장은 매각 당시 MBK파트너스와 맺은 5년간 겸업금지(경쟁업종 금지) 조항이 풀리자마자 지난 2월 웅진렌탈을 세우고 정수기 등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680만 렌털 계정을 확보한 업계 1위 코웨이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렌털의 원조는 웅진’이란 걸 과시한 것이다. 동시에 윤 회장은 공개적으로 ‘코웨이 재탈환’ 의지를 밝히며, MBK를 협상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우선매수협상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윤 회장의 자금 동원력을 우려했지만 결국 승자는 윤 회장이었다.

윤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끊임없이 코웨이 인수를 희망했다. 렌털 사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웨이의 2만여 코디(방문판매자)와 웅진렌탈의 1만3000명 코디가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더 큰 꿈을 갖고 미래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렌털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급박하게 성사됐다. 윤 회장은 “MBK가 움직이지 않다가 최근 갑자기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사실 웅진과 코웨이는 최근까지 앙금이 남아 있었다. 웅진은 지난해 MBK가 코웨이 지분 일부를 매각하자 “우선 매수자인 우리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또 MBK는 코웨이 인수를 희망하는 웅진에 대해 ‘자금 여력을 믿을 수 없다’는 등의 얘기를 흘리며 헐값에는 코웨이를 웅진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웅진그룹은 이날 MBK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코웨이

코웨이

인수 자금은 웅진그룹이 40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5000억원 등 인수액의 절반을 부담한다. 나머지 자금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은 “4000억원 중 씽크빅 유상증자를 통해 1400억~2000억원을, 다른 금융을 통해 나머지를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실장은 또 “웅진에너지와 웅진플레이도시 등 일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22.1%인 지분율을 높여갈 것”이라며 “웅진·씽크빅·코웨이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렌털의 원조’ 윤석금의 부활에 가전·렌털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수기 시장에서 코웨이의 시장점유율은 37%다. 또 공기청정기(24%)와 비데(28%)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코웨이와 웅진렌탈을 합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면 옛 ‘웅진코웨이’의 명성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시장 신뢰를 잃은 전례가 있는 데다, 그룹이 빠른 속도로 확장하다 다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과거와 달리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렌털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윤석금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의 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시작해 1년 만에 세계 54개국 세일즈맨 중 판매왕을 차지했다. 80년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하면서 경영자로 나섰다. 코웨이(옛 웅진코웨이)는 89년 윤석금 회장이 설립한 생활가전 기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땐 윤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로 나서 규모를 키운 이후 줄곧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건설·태양광·저축은행으로 사업을 확장한 게 화근이 돼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윤 회장은 이날 “(사업 확장 당시) 자만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실패한 기업도 다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과 웅진, 웅진에너지 등 10여 개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