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7000억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29일 조직폭령배와 연계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과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위반 등)로 A(38)씨 등 6명을 구속하고 B(35)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C씨(40)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행성 게임인 ‘파워볼’의 최초 개발자로 사이트를 만든 후 오프라인 매장도 섭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워볼게임은 나눔로또에서 시행하는 실시간 미니게임 중 하나로 선택한 6개 숫자의 홀짝을 맞추거나, 합산한 숫자의 홀짝을 맞추거나, 숫자의 합계 구간을 맞추면 당첨금을 주는 추첨식 복권게임이다. 5분에 한 번씩 결과가 나와 속도가 빠르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배팅액은 1회에 1000원씩, 하루 3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일당은 파워볼게임과 연동된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어 베팅액 제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해왔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서버는 캄보디아에 둬 수사망을 피했다. 또 광주시를 거점으로 전북 군산, 전남 영광군 등지에 불법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일당이) 파워볼 1회 배팅액을 수백만원까지 가능하게 조작해 많은 사람들을 도박 중독과 재산 탕진으로 유인했다”며 “심지어 파워볼 매장 운영자들조차도 중독돼 번 돈을 몽땅 날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검거된 일당 중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게임에 중독돼 재산을 탕진한 자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통상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순이익이 5%대인 것을 고려할 때 이들 일당이 벌어들인 순이익이 약 1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수익성을 보고 전국 조직폭력배들이 운영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지속적으로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